수면 장애를 유발하는 여러 요인들
침대에 눕고, 따스한 전기장판 위에서 숙면 준비를 해도 소용없다. 사방으로 뒤척이고, 수백 마리의 양을 세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잠이 오지 않는 이유는 개인별로 너무나 다르며, 너무 많은 부수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다가오는 시험 때문인 스트레스일 수도 있고, 당일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을 수도 있다. 자연재해나 테러 같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큰 위기들 역시 단기적인 불면증을 유발한다고 알려졌다.
코로나 이전에도 전 세계 사람들의 최소 10%는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만성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물론 코로나를 거치면서 전 세계를 닥친 경제 위기와 우울증 등 정신 건강 문제들 때문에 수면 장애를 겪는 사람의 비율 역시 크게 늘었다고 알려졌다.
숙면을 취하기 위한 이론적인 방법은 이미 너무나 잘 알려졌다. 전문가들이 발표한 바로는, 밤에 잠을 자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정하고, 야식보다는 운동하는 편이 좋다고 한다. 또한, 낮에 가볍게 햇빛을 받고, 수면 전 스트레스 받을만한 소식을 듣거나 이러한 상황을 만드는 것도 숙면에 방해될 수 있는 요인들이다. 수면 장소도 중요하며, 침대나 공간의 편안함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빛은 수면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취침 전 최소 1시간 전부터 전자제품 사용을 자제하는 편이 좋다. 비슷한 이유로, 침실은 가급적 어두워야 하는데 이는 깊은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 어두운 곳에 있을 때 많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암막 커튼을 이용하여 빛을 차단하거나 수면용 안대 등을 이용한다. 특히 수면에 방해가 되지 않는 편안한 안대는 비행기나 시차 등을 극복해야 하는 외국에서도 많이 이용된다. 안대는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의 수면의 질 역시 크게 개선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수면에서의 빛은 멜라토닌의 생성을 억제하고, 수면의 질을 떨어뜨려 다음 날의 컨디션에도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충분한 숙면을 위해서라도 안대를 사용할 이유는 이미 충분해 보인다.
안대를 사용하면 기억력이 좋아진다?
최근 수면과 안대에 관련된 재미있는 연구가 공개되었다. 수면 저널(Journal of Sleep)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안대를 착용하고 수면을 취하면 기억력과 인지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영국 카디프 대학교의 비비안나 그레코 박사(Dr. Viviana Greco)가 이끄는 연구팀은 서파 수면(SWS: Slow-wave sleep)이라고 불리는 수면의 핵심 단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참가자들이 시각 기억력과 주의력 테스트에서 더 나은 성과를 보인 결과를 공개했다. 참고로 서파 수면은 깊은 잠을 자고 쉽게 깨지 않는 수면 단계로, 일부 사람들이 말을 하거나 몽유병에 걸리는 단계이기도 하다. 서파 수면은 다음 날 기억 기능과 장기 기억을 저장하는 능력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졌다.
그레코 박사가 발표한 바로는 인류가 아직 수면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수면이 우리의 정신적, 육체적, 정서적 안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수면의 질이 좋지 않으면 면역 체계와 심장 문제, 정신 장애 또는 대사 장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면이 인지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
위 연구에는 18세에서 35세 사이 젊은 성인 총 122명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두 가지 실험에 나누어 참가했다. 일주일 동안 진행된 한 실험은 참가자의 신경 정신 관련 능력을 연구하는 데 중점을 두었고, 4박 5일 동안 진행된 다른 실험은 수면 중 뇌 활동을 연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참가자들은 일반 안대를 착용하거나, 빛을 차단하지 않도록 눈에 구멍이 뚫린 소위 ‘대조군’ 안대를 착용하고 수면을 취했다. 참고로 구멍이 뚫린 안대는 마스크 자체보다는 안대의 빛 차단 능력이 여러 효과의 원인인지 확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연구진은 기억력을 측정하기 위해 “연상 학습 방식(숫자, 단어, 그림 등을 짝을 지어서 연상하며 기억하는 방식- PAL: paired associates learning)”의 테스트를 이용했으며, 주의력과 인지능력을 측정하기 위해서 정신 운동 각성 테스트 (PSV: psychomotor vigilance) 등을 이용하며 참가자들의 반응 시간을 측정했다.
연구팀은 안대를 착용하고 잠을 잔 참가자의 기억력이 크게 향상되고, 반응 시간 역시 대조군 마스크 착용자보다 빨라진 것을 발견했다. 한편, 연구팀은 자주 사용하지 않는 손(예: 오른손잡이의 경우 왼손으로)으로 키보드에 숫자를 입력하는 등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운동 기술 학습(MSL: motor-skill learning)도 측정했는데, 두 그룹 간에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마지막으로 33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웨어러블 뇌파 장치를 사용하여 뇌파를 측정한 후 일반 안대를 사용했는지, 대조 안대를 사용했는지에 따라 서파 수면 단계의 지속 시간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그 결과, 일반 안대를 착용한 참가자는 서파 수면 단계가 길수록 기억력 테스트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한계점
위 연구의 참여자 수는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위 결과를 통해서 일반적이며 통계 과학적인 결론을 도출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표본 규모를 늘린 후 실험을 진행하면 더 신뢰할 수 있는 결과가 얻어질 수 있다.
또한, 위 연구에는 18세에서 35세의 사람들만 포함되었으며, 건강한 성인만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기에, 다른 연령대의 사람들이나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일주일 이내로 안대를 착용했기 때문에, 안대 착용에 대한 효과가 얼마나 오래갈 수 있는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효과가 약해질 수 있는지는 알기 힘들다. 후속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며, 후속 결과가 매우 기대되는 연구 결과이다.
관련 논문 바로 보러 가기 : “야간 수면 중 안대 착용은 일시적 학습 능력과 주의력을 향상시킨다 (Wearing an eye mask during overnight sleep improves episodic learning and alertness)”
- 김민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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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03-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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