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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미경 리포터
2022-04-28

당신의 혈중미세플라스틱 농도 잇달아 밝혀지는 미세플라스틱의 습격, 나아갈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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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사람의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 ©GettyImagesBank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일회용품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미세플라스틱의 양도 폭증했다. 최근 각국에서 이 미세플라스틱의 인체위험성 및 심각성을 시사하는 연구가 잇달아 밝혀져 이목을 끌고 있다. 음식과 물에 섞이는 것은 물론 공기 중에도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이슈는 단순한 환경오염 문제를 넘어 인체 건강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최근 살아있는 사람의 혈액과 폐 깊숙한 곳에서 처음으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당신의 피를 타고 흐르는 미세플라스틱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 연구팀이 국제환경저널에 3월 22일 게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 22명 중 17명의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 이들 중 과반수에게서 생수 및 음료병에 주로 쓰이는 페트(PET)가 ㎖당 최대 2.4㎍ 검출되었다. 그 외에도 포장재와 일회용 용기에 많이 쓰이는 폴리스티렌(PS)이 전체 36%에 해당하는 사람의 혈액에서 ㎖당 최대 4.8㎍까지, 비닐봉지 등에 쓰이는 폴리에틸렌(PE)이 전체 23%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서 ㎖당 7.1㎍까지 검출되었다.

살아있는 사람의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 ©GettyImagesBank

연구 결과에 의하면 혈중 미세플라스틱의 농도는 평균적으로 1㎖당 1.6㎍으로, 환산하면 1,000L의 물에 미세플라스틱 한 티스푼을 넣는 것과도 같은 농도이다. 혈액 속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어떤 메커니즘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혈액의 혈장 내에 존재하는지 혹은 특정 세포에 의해 운반되는 것인지 등 많은 부분이 미지수로 남아있다. 연구팀의 딕 베탁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이 혈액을 타고 운반되어 사람의 몸 안을 돌아다닐 수도 있고, 특정 장기에 머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이 연구의 주목할 만한 점이라 밝혔다.

이어 살아있는 사람의 폐 깊숙한 곳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헐-요크 의대 연구팀은 폐 이식 수술 과정에서 확보한 13명의 건강한 폐 조직 샘플 중 11명의 폐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4월 6일 국제학술지 ‘종합환경과학’ 최신호에 게재되었다. 분광기를 이용해 폐 속 플라스틱의 종류를 식별한 결과, 플라스틱 용기에 많이 쓰이는 폴리프로필렌(PP)과 페트(PET)가 각각 23%와 18%의 비중을 차지하며 주류를 이루었다.

예상과는 달리 폐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가장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Jenner et al.(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wikimedia, flaticon

또한 주목할 만한 점은 폐의 상부나 중부보다는 하부에서 훨씬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폐 상부에서는 1g당 0.8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중부에서는 1g당 0.41개가, 폐 깊숙한 곳 하부에서는 1g당 3.12개가 검출되었다. 연구팀의 로라 새도프스키 연구원은 폐 하부기도가 작아 미세플라스틱이 걸러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폐 하부 깊숙이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박혀있었던 것이 예상외였다고 말하며, 호흡기인 폐는 뇌나 심장으로 입자전달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위험성은?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위험성 연구 결과는 어떨까 ©GettyImagesBank

4월 11일 한국원자력의학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김진수 박사를 필두로 한 방사선의학연구소 연구팀이 미세플라스틱이 위암을 유발하고 악화시킨다는 것을 최초로 규명하여 국제의학저널 ‘테라노스틱스’에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연구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이 암세포의 성장 및 전이를 가속화시킬 뿐 아니라, 면역을 억제하고 항암제 내성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각종 일회용품에 쓰이는 폴리스티렌(PS)을 위암세포에 노출시키자,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위암세포가 그렇지 않은 위암세포보다 성장이 1.74배 더 빨랐고, 다른 세포로의 전이도 3.2배에서 최대 11배까지 우세했다.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위암세포는 종양을 생성하는 암줄기세포 유전자와 면역억제 단백질도 각각 3.4배, 4.2배까지 증가했으며, 여러 항암제에 내성을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위세포에 다양한 유전적 변이를 일으켜 암을 악화시킴은 물론, 건강한 개체에게서도 암 유발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을 밝혔다. 더불어 지난 2월 해당 연구팀은 마찬가지로 쥐 실험을 통해 미세플라스틱 섭취가 자폐스펙트럼을 유발한다는 것을 최초로 규명하여 연구성과를 ‘국제환경저널’에 게재한 바 있다.

 

우리가 먹는 미세플라스틱, 하루에 16개 vs. 2700개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연구는 국내외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인체에 어느 정도의 미세플라스틱이 쌓여야,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축적되어야 인체 유해성이 드러나는지 모든 것이 미지수이다. 그러나 명확한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서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우리가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을 얼마나 될까? 인체유해성을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적은 양이면 다행일 것이다. ©GettyImagesBank

그렇다면 우리가 하루에 먹는 미세플라스틱은 어느 정도일까? 인체 유해성을 고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충분히 적은 양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지난달 3월 11일 한국 식품의약안전처에서는 11종 102개 품목의 국내 유통 식품 조사 결과, “한국인들이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은 하루 16.3개로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2019년에 식품의약안전처에서 실시한 쥐 실험에서 하루 6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을 28일간 쥐에게 먹였음에도 유독성을 관찰하지 못한 것을 고려하면, 하루 16.3개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식품의약안전처의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는 발표에 관해 ‘낙관적이다’라는 비판이 있었다. 쥐 실험만 해도 28일간은 뚜렷한 유해성을 띠지 않았을지도 모르나, 잔류 미세플라스틱의 영향이 몇 년 뒤에 나타날지는 아직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식품의약안전처의 발표로부터 2주 뒤인 3월 25일, 중국 원저우 의과대학 연구팀이 하루에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이 2,700여 개라는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인 ‘유해 물질 저널’에 발표하면서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커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기 중에서 접시로 가라앉는 미세플라스틱이 ㎡당 실내에선 하루 76만 개, 실외에서는 18만 개다. 주로 실내에서 식사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동안 먹게 되는 공기 중에서 접시로 가라앉은 미세플라스틱은 89만 개에서 130만 개인 것이다.

 

뿌리 깊은 일상 곳곳에서, 한 잔의 커피에서도

한 사람이 일주일 동안 섭취하는 플라스틱의 양이 신용카드 한 장의 양(5g)이라는 것은 이제는 표어로 쓰일 정도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자연기금(WWF)고 및 호주 뉴캐슬 대의 2019년 공동연구와, 지난달 3월 22일 국제학술지 ‘노출과 건강’에 게재된 오스트리아 빈 의과대학의 논문 등을 통해 '신용카드 섭취 표어'는 계속해서 검증되고 있다. 이마저도 호흡기를 통한 유입을 제외한, 섭취를 통해 위장관으로 유입되는 양만을 추산했을 때의 양이다.

체내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의 주된 섭취 경로는 식수와 음료수로 알려져 있으며, 이 외에도 해산물과 소금, 맥주 등이 지목받았다. 음식 외에도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유입되기도 하며, 폴리에스터 등을 원료로 하는 의류를 통해 유입되기도 한다. 더 세밀하게는 치약 용기 내부의 폴리에틸렌(PE), 화장품 속의 페트(PET), 아기가 우유를 먹는 젖병의 플라스틱 등 우리 일상 곳곳에 플라스틱이 없는 곳이 없다.

특히 4월 20일에 발표된 ‘일회용 종이컵에 커피 한 잔을 마시면 무려 조 단위의 초미세플라스틱(나노플라스틱)을 마시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충격을 주고 있다. 플라스틱 필름으로 코팅된 일회용 종이컵에 22℃의 물을 부으면 20분 동안 1L당 2조 8,000억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100℃의 뜨거운 물에서는 L당 5조 1,000억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녹아나온다는 것이다. 재사용을 해도 계속해서 조 단위의 나노플라스틱이 녹아나왔다.

현대인의 동반자로고도 할 수 있는 커피 한 잔에서 수조 개의 나노 플라스틱을 마신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GettyImagesBank

티백의 경우는 물에 1시간 동안 넣어둔 결과, 25℃의 물에서는 1L당 24조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90℃의 물에서는 1L당 35조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우러나왔다. 해당 결과는 우러나온 나노플라스틱의 무게가 식품 무게의 1% 미만으로 미국 식품의약처(FDA)의 기준을 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노플라스틱이 가벼운 만큼, 세포 내로 침투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크기라는 것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인 ‘환경과학과 기술’에 게재했다.

 

미세플라스틱을 조금이라도 적게 먹고 싶다면

이미 플라스틱은 우리 일상에 너무도 깊숙이 침투해있지만, 조금이라도 접촉을 줄이고 싶은 이들을 위해 연구자들은 여러 조언을 했다.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에 대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 연구팀에서는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건물 안에서 더 높은 경향이 있는 만큼,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할 것”을 권하는 동시에 플라스틱과 음식의 접촉을 최소화할 것을 권장했다. 중국 원저우 대 연구팀에서도 “음식을 담기 전에 식기와 조리 도구를 깨끗한 물로 헹굴 것”,  “음식을 담은 그릇을 덮어두는 것”을 권한다. 음식에 가라앉는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식품과 관련해서 한국 식약처에서는 조리 전에 미역과 다시마 등 해조류를 세척하고, 바지락 등 조개류를 해감함으로써 미세플라스틱을 80% 가까이 제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음용과 관련해서는 NIST의 연구결과를 고려하여 일회용 종이컵에 뜨거운 음료를 먹는 것을 지양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오스트리아 빈 의대 연구팀에서도 “수돗물을 마시면 플라스틱 입자 섭취량을 4만 개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해당 연구는 수돗물 음용률이 높은 미국을 대상으로 하기에 지역에 따른 고려가 필요할 것이다.

오스트리아 연구팀은 한편으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플라스틱 생산이 급증하면서, 분해되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이 쌓여가고 있는 현시점”이기에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체의 세포를 변형시켜 암을 일으키는 것이 확실한지, 확실하다면 원리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연구가 점점 더 시급해진다”고 역설했다. 플라스틱이 지구와 체내에 쌓여가는 것에 비하면 시민인식이나 배출량 규제, 관련 연구 등은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현황이다.

 

국제적 움직임을 주시하고 담론을 만들어나가야

지난 달 3월 2일에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이 175개 회원국의 대표단과 국제기구 등 2000여명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2015년 유엔 기후 변화 회의 파리 협정 이후 가장 큰 기후 합의로 평가된다.

이번 의결은 플라스틱의 ‘전생애주기’를 다룬다는 점과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결의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단순히 해양플라스틱 쓰레기에 국한된 것이 아닌, 모든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소비, 재활용, 폐기까지 모든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2024년 말까지 ‘플라스틱 아웃’을 위한 국제 협약안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이다. 올 하반기에 ‘정부 간 협상위원회’를 꾸려 향후 2년 동안 실무적인 내용을 조율할 예정이다.

각국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감축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GettyImagesBank

3월 30일 유럽연합(EU)에서도 플라스틱 규제 의지를 표했다. EU는 미세플라스틱 배출의 35%를 폴리에스터나 아크릴 소재 의복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산하는 만큼, ZARA, H&M 등의 패션브랜드를 대상으로 ‘2030년까지 재활용 섬유의 일정비율 이상 사용을 의무화’, ‘재고품의 대량 폐기 금지’ 등의 규정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2025년을 목표로 자국 내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합성섬유 필터 장착을 도입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섬유를 통한 미세플라스틱 감소를 위한 법안이 제출됐다.

물론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은 아직 명백히 규명되지 않았으며 세계적인 표준 기준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체에 간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잇달아 발표되고 있는 만큼,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에 대한 더욱 체계적인 연구와 시스템 마련을 위해서는 현시점에서 담론 생성이 중요하다. 또한 세계적 추세에 따라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국제표준 수립이 그리 멀지 않았기에, 미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관심을 갖고 국제표준 경쟁에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김미경 리포터
95923kim@naver.com
저작권자 2022-04-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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