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 그리고 스타틴
콜레스테롤(cholesterol)은 세포를 둘러싸는 세포막의 구성성분으로 각종 스테로이드 호르몬 및 비타민 D를 만드는 재료가 되기에 우리 몸에서 반드시 필요한 성분이다. 이들은 혈액 안에 있는 단백질과 만나 돌아다니는 결합 정도에 따라서 크게 중성 지방, 저밀도지단백(LDL), 고밀도지단백(HDL)등 3가지로 나뉜다. 이중 LDL 콜레스테롤은 혈중 총 콜레스테롤의 대부분(3/4 정도)을 차지하며 신체 요구량보다 많으면 혈관 벽에 들러붙어 동맥경화와 같은 심혈관 질환 위험을 증가시킨다.
전체 콜레스테롤의 70% 정도는 간에서 형성되는 반면, 나머지 30% 정도는 음식 섭취를 통해 주로 흡수된다. 즉, 고기나 치즈 등의 과잉 섭취는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미 오래전인 1987년부터 미국 식품의약처(FDA)에서 처음 승인된 스타틴(Statin)은 LDL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특정 효소의 생산을 중단시키거나 이미 축적된 과잉 콜레스테롤을 처리하는 약물이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스타틴, 암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이상지질혈증 및 고지혈증에 광범위하게 처방되는 스타틴은 심혈관계 이상 증상과 이들로 인한 사망률을 유의미하게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스타틴은 암 위험을 낮추기 위해 처방되는 약이 아니지만 최근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는 수많은 환자에게서 뜻밖의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대략 4천만 명 정도의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위해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는데 위 처방에 관한 연구 결과들은 심혈관 질환 예방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스타틴이 결장직장암, 전립선암 등 기타 여러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증거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암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 스타틴을 처방하는 경우는 없었지만, 스타틴의 예상치 못한 활약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관리하기 위해 스타틴을 복용하는 환자들에게 추가적인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스타틴의 대장암(결장직장암), 전립선암, 난소암 위험 감소 효과
존스 홉킨스(Johns Hopkins) 병원 연구진은 2019년까지 거의 30년 정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스타틴의 처방이 암이 없는 환자나 참가자들의 결장직장암(결장암과 대장암을 합쳐서 대장암 혹은 결장직장암이라고 부름: 대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결장에 생기는 암)으로 사망할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춘 것으로 파악했다. 위 결과는 환자나 참가자의 인종, 나이, 성별 그리고 스타틴 복용 기간에 따라 다르지 않았다.
2019년 중국 연구진들 역시 130,000명 이상의 환자들이 참여한 14개 연구의 메타 분석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위 결과에 따르면 대장암 진단 전후에 스타틴을 복용하는 것이 대장암 환자의 전반적인 사망 수와 다른 암 관련 사망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위 연구는 특수 암에 대한 스타틴의 전반적인 이점을 파악하기 위해서 실시되었다.
다른 기타 연구들도 스타틴이 전립선암 및 난소암을 포함한 다른 암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18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스타틴의 장기 복용은 전립선암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으며, 암 발병 진단 전 초기의 스타틴 복용은 남성을 대상으로 치명적인 전립선암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파악되고 있다. 존스 홉킨스연구진은 상피성 난소암을 앓고 있는 10,000명 이상의 여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어떤 유형의 스타틴이든 상피성 난소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40% 가량 감소시키며 친유성 스타틴을 복용한 여성의 사망률은 43% 감소했다고 밝혔다.
막스 델브뤽 분자 의학 센터(Max-Delbrück Center for Molecular Medicine)와 베를린 샤리테 의대 (Berlin Charité Universitätsmedizin)의 실험및임상연구센터(Experimental and Clinical Research Center) 울리케 슈타인 교수(Prof. Ulrike Stein)가 이끄는 연구팀 역시 최근 스타틴을 처방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암 발생률이 절반 정도 낮아졌다고 밝혔다. 슈타인 교수팀은 전 세계 곳곳에서 약 30만 명의 심바스타틴, 아토르바스타틴, 프라바스타틴 등의 여러 가지 스타틴 처방 환자의 데이터를 확보한 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스타틴 계열의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암 발생률이 최대 50% 정도 낮았음을 밝혀냈다. 각종 스타틴 중 아토르바스타틴이 가장 큰 효과를 보였으며 로바스타틴은 상대적으로 작은 효과를 보였다.
슈타인 교수팀은 이어진 연구에서 동물실험을 통하여 스타틴이 암 예방뿐 아니라 암 전이를 막는 데도 효과가 있음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대장암, 위암, 간암, 유방암 등 여러 암에서 암세포를 성장시키고 전이시키는 MACC1 유전자를 스타틴 계열 약물이 효과적으로 막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MACC1 유전자가 많이 발현된(암전이가 쉬운) 유전자 변형 쥐에 스타틴 약물을 투여하자 암세포 성장이 눈에 띄게 둔화하였고, 암 전이를 유의미하게 막음이 확인되었다.
스타틴은 어떻게 암을 잠재울 수 있을까?
스타틴이 어떠한 기작과 작용을 통해서 잠재적인 암과 싸울 수 있는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를 알기 위해서 존스 홉킨스 연구팀은 종양 성장을 억제하는 효소인 PTEN이라는 암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갖도록 유전적으로 조작된 세포(종양의 성장이 자유로움)에 각종 약물을 투여한 후 각각의 사멸률을 조사했다. 결과에 따르면 테스트한 2,500개의 약물 대부분은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정상 세포와 유전자 조작된 세포를 모두 죽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피타바스타틴(pitavastatin)을 투여한 결과 종양의 성장이 자유롭도록 조작된 대부분 세포에서 세포 사멸을 유발했지만, 정상 세포를 죽인 경우는 매우 극소수라는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은 이에 관한 추가 연구가 계획되어 있다고 밝혔다.
아직 갈 길이 멀고, 부작용은 무시될 수 없다
물론 최근 발견들이 매우 흥미롭긴 하지만, 스타틴의 암 예방 및 전이발생 방지의 효과를 100% 확신할 순 없다. 고지혈증 환자들에 따라서 각각 다른 스타틴이 처방되고 있으며 여러 변수나 환경이 각각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암 치료 센터의 부사장 판카이 바쉬(Dr. Pankaj Vashi)박사에 따르면 모든 약물과 마찬가지로 스타틴에도 위험한 부작용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쉬 박사는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면 스타틴을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한다. 이는 간 효소를 증가시키고 심한 근육 경련과 통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장암을 방지하려면 무리한 스타틴의 복용보다는 먼저 유전적인 위험을 파악한 후 균형 잡힌 식단, 알코올 섭취 감소, 규칙적인 운동 등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스타틴이 그동안의 효과 및 안정성 등을 바탕으로 이상지질혈증 치료에선 필수 약제로 불리고 있지만, 당뇨병 등 여러 부작용에 관한 우려 또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지질 수치 변화를 목적으로 당뇨병 및 대사증후군 환자 대상 다양한 스타틴 약제가 등장하고 있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2-03-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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