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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성규 객원기자
2021-12-14

변종 잡는 코로나19 백신, 단서 찾았다 바이러스 중합효소 인식하는 T세포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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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백신이 새로 개발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조언받기 위한 독립적인 과학위원회를 구성했다.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종인 오미크론과 다른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오미크론 같은 변종의 가장 큰 문제는 백신과 자연감염으로 형성된 항체를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T세포를 이용한 기술이다. T세포는 면역 체계의 핵심 부분을 형성하는 백혈구로서, 항원을 식별해 외부 침입자를 파괴하는 일종의 킬러세포다.

오미크론이나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코로나19 백신이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현재의 백신은 주로 바이러스에 달라붙어 인체 감염을 막는 항체를 생성하지만, T세포를 이용한 백신은 감염된 세포를 찾아 파괴할 수 있다. 현재의 백신도 일부 T세포 반응을 나타내지만, 그 정도가 미미하다.

지난달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T세포 반응을 표적으로 하는 백신의 경우 훨씬 더 면역력이 오래갈 뿐 더러 변이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데도 효과적임이 밝혀졌다.

또한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등의 연구진이 의학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발표한 최신 연구에 의하면, 코로나19 백신이나 자연감염을 통해 T세포 반응을 일으킨 사람들의 경우 어느 정도까지는 오미크론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고 한다.

희귀하면서도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T세포 발견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의 연구원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발견된 단백질과 기타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희귀하면서도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T세포를 발견해 주목을 끌고 있다.

대부분의 코로나19 백신은 바이러스 표면에서 발견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일부를 사용해 면역체계가 항체를 생성하도록 자극한다. 그러나 델타 및 오미크론 같은 새로운 변이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있으므로 백신 접종에 의해 자극된 면역세포 및 항체에 대해 인식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오미크론이나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백신이 필요하다. 이를 달성하는 한 가지 방법은 다른 바이러스 단백질의 단편을 백신에 추가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보다 돌연변이가 덜 발생하고 면역체계의 T세포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T세포의 표면에는 외부 단백질의 단편을 인식하는 분자 수용체가 있다. T세포는 수용체가 인식하는 항원을 만나면 자가복제하여 추가 면역세포를 생성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입자(녹색과 보라색)에 감염된 인간 세포(핑크색)를 보여주는 현미경 이미지. ⓒNIAID/NIH

그런데 그중 일부는 감염된 세포를 즉시 표적으로 삼아서 죽이고, 나머지는 수십 년 동안 체내에 남아서 같은 감염이 재발하면 퇴치하게 된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사스, 메르스, 감기 등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에서도 발견되는 바이러스 중합효소 단백질에 초점을 맞췄다. 바이러스 중합효소는 스파이크 단백질과 달리 바이러스가 진화하더라도 변하거나 변이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변이 바이러스 잡고 효과 오래가는 백신

인간 면역계에 바이러스 중합효소를 인식할 수 있는 T세포 수용체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수집한 건강한 기증자들의 혈액 샘플을 바이러스 중합효소 항원에 노출시켰다. 그 결과 특정 T세포 수용체가 실제로 중합효소를 인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런 수용체들의 유전자 서열을 분석한 다음, 중합효소 표적 수용체를 운반하게끔 T세포를 조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T세포는 실제로 코로나19 바이러스 및 기타 코로나바이러스를 인식하고 죽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 학술지 ‘셀리포트(Cell Reports)’ 12월 10일 자에 게재된 이 연구 결과는 전염성이 더 높은 변이 바이러스와 효과가 오래가는 백신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바이러스 중합효소를 잠재적인 새로운 백신 성분으로 평가하기 위한 추가 연구를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영국의 바이오기업 이머젝스(Emergex)는 T세포를 사용해 수십 년 동안 면역력이 지속되며 변이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데도 효과적일 수 있는 2세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을 내년 1월 3일부터 스위스 로잔에서 실시한다고 밝혔다. 26명이 참여하는 이 임상시험의 중간 결과는 내년 6월에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21-12-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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