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공식품은 정제된 탄수화물과 포화지방은 풍부하지만 섬유질은 부족하다. 최근 몇십 년 사이 초가공식품의 소비가 증가했으며, 그 때문에 만성질환의 발생률과 비만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초가공식품은 뇌 건강과 인지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초가공식품의 섭취는 청년층보다 노년층에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초가공식품 위주의 식단을 나이가 많은 쥐들에게 먹인 결과 불과 4주 만에 기억력 상실의 행동 징후와 함께 뇌에 강한 염증 반응이 나타난 것.
그러나 초가공식품을 똑같이 먹은 젊은 쥐들에게서는 신경 염증과 인지 장애가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초가공식품일지라도 오메가-3 지방산의 DHA을 첨가하게 되면 기억력 감소 문제를 예방하고 염증 반응도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행동의학연구소의 루스 배리엔토스(Ruth Barrientos) 교수팀은 생후 3개월과 생후 24개월의 수컷 쥐들을 각각 세 그룹으로 나눈 다음 일반 식단(단백질 32%, 밀 기반의 복합탄수화물 54%, 지방 14%), 초가공식품 식단(단백질 19.6%, 정제된 탄수화물 63.3%, 지방 17.1%), 그리고 동일한 초가공식품에 DHA가 보충된 식단을 제공했다.
연구에 사용된 초가공식품은 감자칩과 기타 스낵류, 파스타 및 피자 같은 냉동식품, 방부제가 들어 있는 고기요리처럼 유통기간이 긴 즉석식품 등 인간의 음식을 모방한 식단이었다.
위험 신호에 대한 예측적 공포 행동 상실해
초가공식품이란 제과 빵, 스낵과자, 컵라면, 냉동 피자 등 가공 정도가 특히 높은 식품을 가리키며, 대부분의 대량 생산 식품 및 음료가 포함된다. 이런 식품들에는 유화제, 방부제, 감미료, 트랜스지방, 착색제와 같은 식품 첨가물이 포함되어 있다.
실험 결과 강력한 친염증성 단백질 및 기타 염증 표시와 연관된 유전자의 활성화가 젊은 쥐와 DHA 보충 초가공식품을 먹은 노령 쥐에 비해 초가공식품만을 먹은 노령 쥐의 해마 및 편도체에서 현저하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초가공식단을 섭취한 노령 쥐들은 행동 실험에서도 젊은 쥐들에게서는 나타나지 않는 기억 상실 징후를 보였다. 이 쥐들은 단 며칠 만에 낯선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 사실을 잊어버렸는데, 이는 해마의 상황 기억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이다. 또한 위험 신호에 대한 예측적 공포 행동을 나타내지 않아 편도체에 이상이 생겼음을 시사했다.
편도체는 공포와 불안을 유발하는 감정적 사건을 기억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뇌의 이 부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위험을 예측하는 신호를 놓치고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DHA가 보충된 초가공 식단을 섭취한 노령 쥐들의 경우 기억력 상실의 행동 징후뿐만 아니라 뇌의 염증 반응 증가도 나타나지 않았다. DHA는 생선 등의 해산물에 EPA와 함께 존재하는 오메가-3 지방산이다. DHA의 여러 기능 중 하나는 뇌의 염증 반응을 방지하는 것인데, 이번 연구는 DHA가 초가공식품에 의해 야기된 노령 쥐의 기억력 결핍과 뇌 염증에 효과적이라는 최초의 증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초가공식품이 뇌 건강 및 인지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이것이 노화된 뇌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DHA 섭취해도 체중 증가는 막지 못해
이번 연구를 주도한 루스 배리엔토스 교수는 “고령 인구에서의 급속한 기억력 감퇴는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노년층 소비자들이 초가공식품을 줄이고 연어처럼 DHA가 풍부한 음식의 섭취를 늘리면 그 같은 질환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늦출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정신신경면역학연구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뇌, 행동, 면역학(Brain, Behavior, and Immunity)’ 최신호에 게재됐다.
그러나 DHA를 섭취한다 해도 초가공식품으로 인한 체증 증가는 막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초가공식단을 섭취한 젊은 쥐와 노령 쥐 그룹 모두 체중이 상당히 증가했는데, 특히 노령 쥐들은 젊은 쥐들보다 훨씬 더 많이 체중이 늘어났다.
이번 실험에서 쥐들에게 제공된 모든 음식의 양은 제한이 없었다. 따라서 실험동물들이 섭취한 DHA의 정확한 복용량, 즉 정확한 칼로리와 영양소 역시 특정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DHA 보충제를 섭취하면 초가공식품을 먹어도 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초가공식품의 여러 가지 부정적인 효과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전반적인 식생활 개선이라고 주장했다.
- 이성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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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10-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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