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쿡방(요리하는 방송)의 전성시대’다. 다양한 매체들 속 요리사는 냉장고 속 빈약한 식재료 혹은 풍성한 지역 특산물 등을 재료로 갖은 요리법을 선보이며 대중들의 미각을 깨운다. 영상을 통해 조리과정을 눈으로 보고, 귀로만 들어도 충분히 군침이 도는 음식들. 사실 아무리 손맛 좋은 요리사라고 해도 음식은 거저 나오지 않는다. 그들이 내놓는 음식과 요리법은 자신들만의 연구를 통해 개발된 것으로 지식재산권 보호를 받으며, 최근에는 ‘요리연구가’라는 신종 직업도 등장했다.
이제 요리는 어느덧 연구의 영역에 안착한 듯 보인다. 하지만 사실 요리와 과학의 상관성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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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과학을 더하다
실제로 요리의 과정은 요리재료에 대한 화학적, 물리적 변형을 이끌어내기 위한 일련의 과정과도 같다. 또 실생활에서 과학원리의 실험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요리이다. 오랜 역사에서 보듯 요리와 과학의 기발한 결과물은 도전과 실패, 반복된 경험을 통한 연구를 통해 도출돼오지 않았던가.
이처럼 인류는 화식(火食)을 시작한 이후 계속해서 과학적 원리를 통해 연구하고, 새로운 요리를 개발·창작해냈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산업사회 이후에는 오히려 요리를 세밀하게 연구하고, 다양한 분야들과 융복합을 통해 요리 영역은 확장됐으며, 과학적 원리의 응용 폭이 한층 깊어졌다. 분자미식학, 발효 과학, 마이야르 반응, 미식물리학 등의 개념이 등장한 배경이다.
그러면 사람의 의식주 모든 영역에 과학기술이 융합한 4차산업 시대에는 요리 영역에 어떠한 변화가 생겼을까. 푸드테크(Food-Tech)로 갈음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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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테크(Food-Tech), 미래의 식문화?
‘먹고 마시는 모든 기록을 저장하면, 식생활을 분석하여 균형 있는 영양식과 라이브 스타일에 맞는 식문화·서비스를 소개하는 애플리케이션’
‘취향 존중을 넘어 기후 온난화와 식량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대체육의 등장’
‘치킨 튀기는 로봇, 바리스타 로봇, 서비스 로봇’
이들은 모두 음식(Food)과 기술(Technology)이 융합한 푸드테크의 범위에 속한다.
푸드테크는 미래 식량 위기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사회구조 및 식생활 변화의 흐름에 따라, 그리고 기술적 인프라의 확충으로 등장한 신산업이다. 식품산업에 ICT를 결합하여 주로 배달 앱, 온디맨드 서비스, 스마트팜·로봇 기술, 물류유통, 대체 식품 등을 포함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아 성장하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 식생활의 상당 부분에 푸드테크가 자리 잡아 가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음식 및 식품 관련 산업은 거대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다른 산업들에 비해 4차산업 주요 기술들의 적용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다 보니 대체식품, 스마트팜 등을 필두로 유수의 유니콘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발전은 미미한 정도였다.
대신 스마트폰 보급률이 95% 이상에 이르는 우리나라는 배달앱을 중심으로 푸드테크가 확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외식을 자제하면서 배달앱의 성장은 가속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작년 8월 기준, 배달앱을 사용한 월간 사용자 수가 약 1,322만 명 가량으로 조사됐다. 이는 1년간 약 263만 명, 25%가 증가한 수치다.
또한 키오스트, 로봇 쉐프, 로봇 바리스타 등이 외식산업 서비스 분야에 인력 대체재로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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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보다 먼저 푸드테크가 활성화된 해외에는 더 다양한 분야에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
먼저 미국은 2014년 경부터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활성화되었다. 그중 실제 고기의 맛과 식감을 재현한 대체육 시장은 미국의 푸드테크를 선도하고 있다. 2019년에 개최된 세계가전전시회에 식물성 패티로 만든 버거가 ‘탑 테크(Top tech)’로 선정되면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성장 중이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의 반사이익과 높은 인건비의 절감을 위해 2020년부터 푸드 로봇 활용이 두드러지게 증가추세를 보인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 역시 채식주의자가 증가하고, 미래 식량난을 대비하기 위해 푸드테크 중 대체 식량 연구에 많은 투자와 관심이 집중돼 있다. 이들 나라는 비건푸드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집중한 농축산물 생산과 식료품 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음식문화에 자부심이 높은 프랑스는 식재료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 앱을 통해 고유한 식문화를 유지하는 노력을 보인다.
푸드테크의 등장은 의식주에 관련된 기술 중에 정점에 위치해 있다. 인류의 섭식 문화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며, 먹는 행위에 가치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현재 푸드테크는 배달 애플리케이션 분야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 아무래도 비대면 서비스가 시대의 화두이기 때문일 것. 하지만 산업은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발전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푸드테크가 어떠한 방향성을 보이게 될지 섣부르게 재단할 수는 없다. 단, 푸드테크는 사람이 섭취하는 식품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이며, 기술인만큼 편리성에 치우쳐 삶의 질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 김현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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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3-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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