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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식중독의 주범 ‘노로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의 진실과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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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식중독은 여름철에 많이 발생한다. 기온이 높고 습도가 높은 여름철은 세균이 살기 딱 좋은 환경이다. 이런 환경에서 세균들은 식품을 부패시키면서 빠른 속도로 번식하므로 상한 식품을 먹고 식중독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그런데 식품의 부패와 상관없이 발생하는 식중독이 있다. 특히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 신선한 굴을 날로 먹고 식중독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식중독을 일으키는 범인은 바로 노로바이러스다.

노로바이러스는 어떤 바이러스인가?

노로바이러스는 크기가 40nm이고 정이십면체 모양의 단백질 껍질이 유전자인 RNA를 감싼 구조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나 코로나바이러스와 달리 바깥에 지질 성분의 막인 외피가 없다. 노로바이러스는 낮은 온도에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는데, 냉장고의 냉동실 온도보다 낮은 영하 20에서도 활동한다. 하지만 열에 약해서 100도의 열로 1분 이상 가열하면 파괴되어 사라진다.

노로바이러스의 종류는 150종으로 다양한데, 그중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종류는 25종이 넘는다. 노로바이러스는 사람의 입으로 침입하여 위를 거쳐 소장으로 들어간다. 위에는 강한 산성의 위액이 흐르기 때문에 세균 대부분이 죽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과 같은 바이러스도 외피가 파괴되어 감염력을 잃는다.

하지만 노로바이러스처럼 외피가 없는 바이러스는 위를 무사히 통과하여 소장 세포에 침입할 수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소장 세포 안에서 증식하여 많은 수로 불어난 후에 세포 밖으로 방출되고, 소장 세포는 죽는다. 그러면 소장 세포들이 영양소나 수분을 흡수할 수 없으므로 설사가 일어나는데, 이 설사로 나온 배설물에는 많은 노로바이러스가 남아있다.

노로바이러스는 소장 세포에 침투하여 자신을 증식하고 소장 세포를 파괴한다. ⓒ 윤상석

노로바이러스의 감염 경로

바이러스는 식품에서는 증식하지 않고 살아 있는 세포 속에서만 증식한다. 따라서 식품의 부패와 노로바이러스의 감염은 연관성이 없다.

노로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되는 경로는 다음과 같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은 감염자의 배설물이나 구토물 등에서 시작한다. 감염자의 배설물과 구토물에는 많은 노로바이러스가 있다. 이 배설물과 구토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노로바이러스가 물과 섞여 하천으로 갔다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따라서 더러운 하수도 물이 흘러드는 바닷물에서 자라는 굴 등의 조개류에 노로바이러스가 들어갈 수 있다. 굴 등의 조개류는 바닷물에 들어 있는 유기물을 걸러 먹이로 삼으므로 그들 소화 기관에 노로바이러스가 쌓일 수 있다. 이렇게 오염된 굴이나 조개류를 가열하지 않고 사람이 먹으면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다.

또한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나 그와 접촉한 사람은 아주 적은 양이라도 노로바이러스가 든 배설물이나 구토물을 손에 묻힐 수 있다. 이런 사람이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조리하면 손에 묻은 노로바이러스가 음식에 들어갈 수 있고, 그 음식을 가열하지 않고 먹은 사람은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다.

특히 날것으로 주로 먹는 채소와 샐러드가 위험할 수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아주 적은 양이라도 사람 몸 안으로 들어가면 감염이 일어난다. 따라서 노로바이러스 감염을 막으려면 기온이 낮은 겨울철의 신선한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날것으로 먹는 것을 피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굴을 날것으로 먹었을 때 감염될 수 있다. ⓒ 윤상석

노로바이러스 감염의 예방과 치료

요즘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외출 후 손을 알코올로 소독하거나 비누로 씻는 일이 일상화되었다. 그런데 노로바이러스는 알코올이나 비누로는 막기 힘들다.

알코올은 바이러스의 외피를 제거해 감염력을 잃게 하는데, 노로바이러스는 외피가 없어 알코올 소독 효과를 볼 수 없다. 또한 비누 세척도 바이러스의 지질 성분 외피를 제거하는데, 외피가 없는 노로바이러스에는 효과가 크지 않다.

다만 물로 씻어내는 일은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만약 감염자의 구토물이나 배설물 등으로 옷이 오염된 경우에는 염소계 표백제로 닦아내거나 100도에서 1분간 가열하면 소독할 수 있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평균 24~48시간의 잠복기를 거친 뒤에 증상이 나타난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 바로 심한 설사이다. 구토 증상을 보이기도 하고, 대개 복통, 오한,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을 보일 때 전염성이 가장 강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치료 약이 개발되지 않아서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다. 다만 유제품을 먹지 말아야 하고 심한 설사로 인해 탈수 현상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따뜻한 물이나 이온 음료를 자주 마셔 수분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1~3일간 이런 증상이 나타나다가 자연적으로 회복되는데, 회복 후 3일에서 길게는 2주까지 전염성을 유지하므로 회복되었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바이러스 감염 후 회복된 사람은 항체가 생겨 그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갖는데, 노로바이러스로 인해 생긴 면역력은 약 14주만 유지된다. 따라서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었던 사람도 14주 후에 다시 감염될 수 있다.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날것을 먹지 않는 게 최선의 예방 방법이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의 대표적인 증상은 심한 설사이다. ⓒ 윤상석
윤상석 프리랜서 작가
yunss65@hanmail.net
저작권자 2021-01-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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