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초기 상황을 파악하는 일은 방역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팬데믹이 발생한지 1년여가 지난 지금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들이 중국에 들어가 코로나19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그 기원에 대한 조사를 시작할 전망이다.
12일 ‘BBC’, ‘LA 타임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등 주요 언론들은 WHO를 통해 파견된 과학자들이 오는 14일(목, 현지 시간) 중국에 도착해 베일에 가려져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팬데믹 발생 1년여 만에 중국 입국 승인
그동안 9000만 여명을 감염시키고 190만 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해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음모론이다.
그중 하나는 신종 바이러스(SARS-CoV-2)가 중국 실험실에서 유래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다양한 논문이 발표됐다.
지난해 9월 ‘미국 열대의학 및 보건위생 저널(AJTMH)’에 발표된 ‘The Origin of COVID-19 and Why It Matters’이란 제목의 논문은 신종 바이러스의 기원을 동남아시아 등에 번식하는 박쥐, 천산갑 등의 동물에게서 찾고 있었다.
박쥐, 천산갑에 감염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진화했고, 이 동물들이 중국 시장에서 사람에게 판매되면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종(still-unknown intermediate species)’으로 진화해 지금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도약했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이 논문에서 주장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 일반적인 합의(general consensus)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해를 넘긴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이 전염병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정부가 신종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연구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AP’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생한 중국 남부지역 과학자들에게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면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출판 전 승인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 과학계는 이런 상황에서 투명한 연구가 이루어질 수 없다며, 중국 당국의 지나친 간섭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중이다.
조사팀의 중국 방문 역시 어렵게 이루어졌다. 지난주 방문을 신청한 2명의 WHO 전문가가 입국을 거부당했고, 수일 만에 입국이 승인됐다. 중국 정부 방침에 따라 조사 과정이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중이다.
최종 목표는 신종 바이러스 뿌리 추적
WHO와 중국이 만나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조사를 협의한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중국 보건위원회에 따르면 조사를 위한 국제 전문가 선발과정을 거쳐 10월 말 온라인으로 첫 번째 회의를 개최했으며, 지금까지 4번의 회의가 진행됐다.
협의 결과에 따르면 전문가들의 첫 번째 임무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다. 신종 바이러스가 2019년 12월 중국에서 확인된 첫 번째 사례보다 더 일찍 존재했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먼저 병원기록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어 바이러스 발원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해산물 시장을 다시 살펴볼 예정이다. 세간에서 알려져 있는 것처럼 이 시장에서 신종 바이러스가 퍼져나갔는지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다.
그다음은 박쥐, 천산갑을 감염시켰던 신종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어떻게 전파됐는지, 또 그 과정에서 바이러스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 과정을 추적하게 된다. 이번 조사팀 임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 같은 추적 과정에서 조사 참여자들이 중국 정부로부터 얼마나 많은 접근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는지 아직 미지수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아옐렛 버맨(Ayelet Berman) 교수는 12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지를 통해 “중국 정부가 조사팀에게 사람, 데이터 및 위치에 대한 접근 권한을 무제한 허용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렇게 간단할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중국 초청을 받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판단에 따라 무제한 접근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
반면 호주국립대 도미닉 미거(Dominic Meagher)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조사팀을 신뢰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역시 그동안 신뢰성에 대한 불만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WHO의 이번 조사 과정은 향후 팬데믹 사태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절차다. 신종 바이러스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그 근원을 알지 못하면 유사한 과정에 따라 또 다른 사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이번 조사 과정의 성패를 중국 정부가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사팀의 움직임을 좌우할 절대적 통제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향후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대해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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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1-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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