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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21-01-11

"성공하는 삶에 IQ보다 ‘비인지 기술’ 중요" 교육 성취도에 인지 능력보다 더 큰 영향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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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능력만이 아니라 비인지 기술(noncognitive skills)도 정규 교육을 통해 이수하는 교육적 성취에 중요한 기여를 하며, 삶을 성공으로 이끄는 중요한 요소라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컬럼비아대 공중보건대와 텍사스대(오스틴), 암스테르담 자유대(VU) 협동연구팀은 유전학적으로 이 같은 사실을 규명하고, 유전학 저널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 7일 자에 보고했다.

이 연구는 인지 능력 이외의 것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가 삶의 결과 차이를 이해하는데 중요하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지금까지 이런 비인지 기술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이 삶의 결과에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여러 의문이 있었다.

교육 성취에서 인지 능력 43%, 비인지 기술 57% 영향 미쳐

미국 컬럼비아대 공중보건대 역학과 대니얼 벨스키(Daniel Belsky) 조교수는 “교육 성취에 대한 유전적 연구는 어떤 유전자가 인지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식별해 내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됐다”고 말하고, “학자들은 그 일에서 약간의 성공을 거두었으나 다른 다양한 기술과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비인지 기술이 인지 능력만큼 교육적 성취의 유전성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비인지 기술이 인지 능력만큼 교육적 성취의 유전성에 크게 기여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 Columbia University Mailman School of Public Health

유전성(heritability)으로 일컬어지는 교육 성취도에 대한 총 유전적 영향 중에서 인지 능력은 43%, 비인지 기술은 5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 능력의 유전학과 유사하게 비인지 기술의 유전학은 더욱 명망 있는 직업을 갖거나 높은 소득을 얻고 더 장수하는 것을 포함한 ‘학교 밖의 성취’와 관련이 있었다.

이와 함께, 비인지 기술과 관련된 유전자들은 위와 같은 삶의 결과들과의 관계에서 인지적 유전에서 나타나는 것보다 더 강하거나 그만큼 강한 관계성을 보여주었다.

벨스키 교수는 “이런 결과들은 중요한 개념 증명”이라며, “비인지 기술 유전학이 인지 능력 유전학과 유사하게 경제적, 공중보건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GWAS 비인지 기술 유전 특성 탐구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전장 유전체 연관분석(GWAS, genome-wide association study) 방법을 사용해 경제학자들이 ‘비인지 기술’이라고 부르는 유전 특성을 탐구했다.

비인지 기술은 전통적인 IQ 테스트로는 측정되지 않으나, 사람들이 학교생활이나 직업 그리고 일반적인 삶을 더욱 성공적으로 영위하도록 돕는 행동이나 능력으로 정의된다.

교육 성취도에 대한 총 유전적 영향 중에서 인지 능력은 43%, 비인지 기술은 5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 Pixabay / Stefan Meller

이번 연구는 교육적 성취에 대해 GWAS를 수행한 이전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통계 방법을 적용해 비인지 기술의 실체를 이해하고, 비인지 기술과의 유전적 상관관계가 인지 능력과의 유전적 상관관계로부터 어떻게 분기됐는지를 이해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논문 공저자인 암스테르담 자유대 생물 심리학과 마이클 니바드(Michel Nivard) 조교수는 “인지 능력은 같되 교육받은 햇수가 다른 사람들을 연구한 경제학자들의 전략을 빌려서 사람들이 학교에 다닌 정도의 차이를 인지 테스트 수행과 연관시킬 수 있었다”고 말하고, “여러 GWAS 데이터를 동시에 결합하는 방식인 유전체 구조 방정식 모델링(Genomic Structural Equation Modeling)이란 새로운 방법을 사용해 이런 유형의 분석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157개의 비인지 기술 유전체 위치 식별

연구팀은 이 접근 방식을 통해 영국 바이오뱅크와 같은 거대한 유전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연구 대상자들에게서 직접 측정하지 않은 특성과 행동에 대한 유전학을 연구할 수 있었고, 새로운 방법으로 수십만 명의 개인 데이터에서 비인지 기술의 GWAS를 수행했다.

논문 공동 제1저자인 암스테르담 자유대 생물 심리학과 페를리네 드만지(Perline Demange) 박사과정 연구원은 “GWAS를 통해 인간 유전체에서 비인지 기술과 관련된 157개의 서로 다른 위치를 식별해 냈다”고 말했다.

인지 능력의 유전학 분석에서 발견된 것과 유사하게, 뇌 조직에서 불균형하게 활성화된 유전자 신호를 확인했다는 것.

‘네이처 제네틱스’ 7일 자에 발표된 논문. © Springer Nature / Nature Genetics

GWAS에서 발견된 개별 유전적 연관성은 규모가 매우 작았다. 논문 공동 제1저자인 영국 퀸 메리대 심리학과 마르게리타 말란치니(Margherita Malanchini) 강사는 “모든 개별 유전자 변형은 실제로 표현형에 사소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하고, “그러나 이런 작은 연관성들을 합해서 다유전자성(polygenic) 점수라는 복합 측정값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측정값을 연구 대상 참여자들의 유전 데이터에 적용해 어떤 사람이 특정 결과나 표현형을 어떻게 보여주는지를 추정할 수 있었다.

이 논문에서 다유전자성 점수는 영국의 여섯 개 데이터와, 네덜란드와 미국, 뉴질랜드에서 20세기의 서로 다른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로부터 얻은 뉴질랜드 세트가 생성됐다.

연구팀은 또한 비인지 기술과 비만 흡연 정신질환과 같은 대규모 GWAS 분석의 초점이 됐던 다른 표현형과의 유전적 상관관계도 계산했다.

비인지 기술, 대인관계와 직장에서의 성공 등과 연결

전반적으로 비인지 기술의 유전학은 위험에 대한 더 높은 내성과 즉각적인 만족을 기꺼이 보류하려는 의지, 건강상의 덜 위험한 행동 추구 그리고 출산 지연과 관련이 있었다.

연구팀은 또 비인지 기술의 유전학이 호기심 많고 배우고자 하는 열망, 정서적 안정, 더욱 부지런하고 질서 있는 것과 같은 대인관계 및 직장에서의 성공과 연결되는 성격적 특성들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논문 공저자인 페이지 하든(Paige Harden) 텍사스대 심리학과 교수는 “비인지 기술이 무엇이며 이를 측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며, “동기 부여와 끈기, 기개, 호기심, 자제력, 성장 마인드 등은 사람들이 중요한 비인지 기술이라고 제안한 것들 중 일부에 속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격과 위험 행동에서 우리는 기대했던 관계를 관찰했는데, 비인지 기술의 유전학은 덜 위험한 행동, 성숙과 관련된 성격 프로필, 사회적 및 전문적 역량과 관계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신 건강 결과와 관련해 놀라운 점이 있었다.

비인지 기술이 평생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한편으로, 조현병이나 양극성 장애 등 정신질환 위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림은 부가적인 다면 발현(다방성) 효과만을 보여주는 간단한 유전자형 표현형 지도. 유전자 G1, G2 및 G3는 표현형 P1, P2 및 P3 특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 WikiCommons/ Alphillips6

비인지 기술, ‘다면 발현과도 관련돼

연구팀은 교육 성취와 관련된 비인지 기술 유전학이 또한 조현병과 양극성 장애, 강박 장애 및 신경성 식욕부진(거식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음을 발견했다.

하든 교수는 “이는 유전학자들이 다면 발현(pleiotropy)이라고 부르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연구 결과에 대해 유전적 변이가 좋다거나 나쁘다고 하는 단순한 견해를 갖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며, “누군가가 학교에서 남보다 더 향상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유전적 변이를 가지고 있다면 이는 또한 조현병이나 다른 심각한 정신장애를 일으킬 위험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자들은 논문과 함께 자주 묻는 질문(FAQ)을 첨부하고, 어린이 교육 성과나 비인지 기술이 (교사의) 개입이나 정책으로 향상될 수 없다는 증거로서 이번 연구 결과나 어떤 유전적 연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경고했다.

하든 교수는 “유전적 영향은 항상 역사와 사회 구조의 관점에서 이해돼야 한다”고 말하고, “이번 연구 결과는 앞으로 어떻게 될 수 있는지가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의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의 어떤 것도 모든 어린이들이 최대의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투자하는 것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1-01-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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