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후 여성과 노인 인구들이 겪는 골절의 주요 원인인 골다공증은 고령사회에서 반드시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골절이 일어나게 되면 약 40%는 혼자 걸을 수 없게 되는데, 그중 2/3는 1년 후에도 그 같은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관절 골절 환자 중 24%는 12개월 이내 사망하며, 그 같은 사망 위험은 최소 5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 골다공증은 이처럼 사망 위험으로 인해 삶의 질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돌봄 부담 등의 의료비용을 상승시켜 국가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발생시키는 질환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브라질 상파울루주립대학 연구진이 골다공증을 조절하고 예방할 수 있는 특효약을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사랑과 신뢰의 감정을 높여주는 기능이 있어서 흔히 ‘사랑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옥시토신이다.
상파울루주립대학 내분비생리노화연구소의 리타 메네가티 도넬레스(Rita Menegati Dornelles) 박사팀은 생후 18개월 된 암컷 실험쥐 10마리에게 12시간 간격으로 옥시토신을 2회 투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쥐의 평균 수명은 3년인데, 18개월 된 암컷 실험쥐를 선택한 이유는 갱년기 여성과 최대한 비슷한 연령 조건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폐경기 이후 옥시토신 감소해
연구진은 옥시토신을 투여한 지 35일 후 고관절 골절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고관절 바로 아래의 대퇴골 상부에서 혈액 및 조직 샘플을 채취해 옥시토신을 전혀 투여하지 않은 18개월짜리 암컷 실험쥐 10마리와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대조군의 실험쥐들과는 달리 옥시토신을 투여한 실험쥐들은 골밀도 감소에 대한 어떠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옥시토신이 노년기 쥐의 뼈 재형성 주기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진이 혈액 샘플을 분석한 결과, 옥시토신을 투여한 실험쥐들은 실제로 뼈의 재생과 관련된 생화화적 표지와 뼈의 형성 및 무기질화를 돕는 단백질의 발현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옥시토신을 투여한 쥐들은 골밀도가 더 높은 뼈를 가지고 있었으며, 대퇴골 부위가 더 튼튼하고 구멍도 적었다고 밝혔다.
도넬레스 박사는 “골다공증은 일반적으로 옥시토신의 혈중 수치가 낮은 경향이 있는 폐경기 후의 여성들 사이에서 더 빈번하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신호에 발표됐다.
옥시토신은 아이를 낳을 때 산모의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자궁수축 호르몬이다. 여성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이 호르몬은 사춘기부터 폐경기까지 가장 많이 분비된다. 도넬레스 박사는 “폐경기 이후 옥시토신의 분비가 뚜렷하게 감소되는 현상은 골밀도가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기존 연구에 의하면 실험쥐들도 노화가 진행될수록 혈중 옥시토신 수치가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노년기 근육 감소증에도 효과 있어
도넬레스 박사팀은 지난 10년 동안 뼈 신진대사와 옥시토신 간의 관계를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앞으로 옥시토신이 골다공증 예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안전성 및 효과성을 평가해 적절한 복용량을 추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년의 건강에 있어서 뼈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근육이다. 그런데 옥시토신은 골다공증뿐만 아니라 노화 연관 근육감소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이 고령의 실험쥐들에게 4일간 옥시토신을 투여한 후 근육에 손상을 유발한 다음 위약을 투여한 대조군과 비교한 결과, 옥시토신을 투여한 실험쥐들의 경우 젊은 실험쥐의 80% 수준으로 근육이 회복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옥시토신은 시상하부에서 생성되고 뇌하수체에서 분비된다. 과학자들은 20세기 초에 이 호르몬이 주로 출산 및 모유 수유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뼈세포처럼 다른 많은 세포들도 옥시토신을 분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뼈를 튼튼하게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비타민D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비타민D는 햇볕을 쬘 때 피부에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옥시토신 역시 음식물 섭취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호르몬의 유일한 생성 방법은 포옹이나 부부관계 등의 스킨십이다. 노년 건강에 있어 가장 중요한 호르몬을 만드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바로 사랑이었던 셈이다.
- 이성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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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8-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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