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사람과 함께 살아온 가축 중에서 개를 빼놓을 수 없다.
1만 2000 년 전 이스라엘 고분에서는 사람의 뼈에 섞여 개 뼈가 나왔을 정도다. 함께한 시간이 긴 만큼 사람과 닮은 모습도 많이 보인다.
과학자들은 표정을 읽어내는 능력에서부터 유전자 구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사성을 찾아내고 있는 중이다. 최근 들어 밝혀지고 있는 새로운 사실은 사람과 개의 몸에서 유사한 독성 화학물질이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애완용 개, 사람과 같은 유해 물질에 노출
11일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사람과 개 사이의 이런 유사성을 활용해 베일에 가려져 있는 유해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 상황을 밝혀내고 있다.
미 국립 환경건강과학연구소(NIEHS)와 듀크대, 노스캐롤라이나대 공동 연구팀은 사람과 함께 살고 있는 개들의 유전자 분석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개의 수명이 사람보다 짧기 때문에 유해 물질로 인한 질병 상황을 조기 진단할 수 있기 때문.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유해한 화학물질이 몸속에 어떻게 유입되고 있으며, 장기 등에 흡수돼 어떤 질병을 유발하는지 정밀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개를 통해 분석한 이 유전자 데이터를 사람에게 적용할 경우 유해 화학물질로 인한 질병을 조기에 차단하고, 화학물질로 인한 인류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은 유기인제 농약(organophosphate)으로 인해 발생한 생성물(ester)로 인해 사람과 개의 신장에서 손상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수명이 짧은 개에게서 신장 손상이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개 신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신장 손상이 개에게서 발생하는 방광암(bladder cancer)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이런 질병을 유발하는 유기인제 농약이 제초제(lawn herbicides)와 관련이 있으며, 이 제초제를 사용하고 있는 농장이나 동‧식물원 등에서 유사한 질병이 발생할 수 있으며, 사람 역시 위협적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다른 장기에서도 유해 화학물질로 인해 손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추정하게 한다. 사람의 몸속에서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어 알 수 없었던 질병 상황을 개를 통해 사전에 밝혀내고 있는 중이다.
논문은 ‘미 화학학회지(ACS Publication)’ 최근호에 게재됐다. 제목은 ‘ Comparative Exposure Assessment Using Silicone Passive Samplers Indicates That Domestic Dogs Are Sentinels To Support Human Health Research’이다.
개 유전자분석으로 화학물질 유해성 밝혀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매일 가공식품에서부터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화학성분이 섞인 제품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미량이기는 하지만 매일 같이 유해한 화학물질을 접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과학자들이 특히 우려하는 화학물질은 세 종류의 화학물질인 농약(pesticides), 프탈레이트(phthalates), 내연제(flame retardants)다.
사람들이 먹는 다양한 농산물 경작에 농약이 살포되고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들 대다수가 이미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유기 농산물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드는 속성이 있어 많은 플라스틱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내연제는 불속에서 쉽게 연소하는 것을 억제하는 성질이 있어 휴대폰‧태블릿 등 고가 플라스틱 제품을 제조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 세 종류의 물질들을 다량 섭취할 경우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량의 화학물질이 장기간에 걸쳐 흡수되고 있으며, 몸 안에 흡수됐다 하더라도 그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을 측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자들은 유해한 화학물질이 사람 몸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왔다. 그리고 개를 통해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밝혀내고 있다.
NIEHS와 듀크대, 노스캐롤라이나대 공동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개가 사람과 함께 살면서 같은 유해 물질에 노출되고 있지만 수명이 짧기 때문에 사람보다 빠른 시기에 생물학적이며 임상적인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개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들 화학물질이 몸속에 어떻게 유입되고 있으며, 장기 등에 흡수돼 어떤 질병을 유발하는지 정밀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연구진은 이 유전자 데이터를 사람에게 적용할 경우 유해 화학물질로 인한 질병 발생 상황을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개뿐만 아니라 고양이, 말 등 다양한 가축, 애완동물을 통해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리고 고양이에게서 발생하고 있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Feline Hyperthyroidism)이 플라스틱 제품의 내연제와 관련이 있음을 밝혀냈다.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암과 같은 질병과 연관성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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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6-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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