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47년은 항생제 연구에 있어 중요한 시기였다. 과학자들은 베네수엘라 지역에 서식하는 토양세균을 통해 세균을 퇴치할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했다.
페니실린이 푸른곰팡이에서 얻어진 것처럼 과학자들은 토양세균 ‘스트렙토미세스 베네수엘라(Streptomyces venezulae)’을 통해 광범위한 분야에서 살균 작용을 할 수 있는 ‘클로람페니콜(Chloramphenicol)’을 개발할 수 있었다.

지지부진한 바이러스제 개발 역사
‘클로람페니콜’은 미 식품의약국(FDA)이 판매를 승인한 항생제였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재생불량성 빈혈과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료계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체 사용을 금지했다.
이후 많은 국가들은 식용 가축에 사용하는 것을 모두 금지시켰다. 그러나 광범위한 치료 효과는 가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매우 귀중한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른 연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후 과학자들은 곧 바이러스를 타깃으로 연구에 착수한다. 그리고 1963년 급성 염증성 피부질환 헤르페스 치료를 위한 항바이러스제 ‘IDU’를 개발한다.
이어 과학자들은 또 다른 바이러스들을 타깃으로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하기 시작한다. HIV-1 퇴치에 활용되고 있는 다양한 치료제들, 조류인플루엔자 치료제로 개발한 ‘타미플루(Tamiflu)’가 대표적인 경우다.
문제는 과학자들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는 바이러스를 전면적으로 퇴치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어왔다.
국제 항바이러스제 개발기구인 ISAR(International Society of Antiviral Research)의 카라 카터(Kara Carter) 회장은 14일 ‘스미스소니언’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하는 데 있어 지금 기본적인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카터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많은 과학자들은 기존에 개발된 항생바이러스제와 그 연구 스펙트럼을 활용해 부분적으로 효능이 있는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 사태를 몰고 온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도 같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신종 바이러스(SARS-CoV-2)를 퇴치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 개발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처럼 대량 번식하는 바이러스를 한꺼번에 효과적으로 퇴치할 수 있는 ‘광범위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
광범위 스펙트럼 억제제 개발에 한국이 두각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월 1일 미 FDA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한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remdesivir)’의 긴급 사용허가를 내렸다.
FDA는 ‘렘데시비르’가 지난달 임상실험에서 코로나19 치료에 획기적인 성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한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127개국에서 생산해 저개발국가를 중심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개발자들은 ‘렘데시비르’가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 바이러스군을 타깃으로 복제를 억제하는 ‘광범위 항바이러스제(broad spectrum antivirals)’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세균과 달리 믿을 수 없을 만큼 변화가 많은 (인위적 분류상의) 미생물이다. 그런 만큼 ‘광범위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렘데시비르’는 4개 핵산 중 하나인 아데노신과 유사한 화학구조를 지니고 있어 바이러스가 유전물질을 복제할 때 복제를 억제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치료제로 ‘렘데시비르’를 거론했던 이유다.
그 예상이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지난 4월 미 국립보건원(NIH)는 임상실험 결과 11~15일 사이에 환자가 완치되지는 않았지만 31% 회복됐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31%의 치료는 환자의 높은 치사율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렘데시비르’ 사례를 통해 또 다른 ‘광범위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알려져 있던 것처럼 기존의 메커니즘을 모방하지 않고 광범위 억제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과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그러나 ‘렘데시비르’를 통해 공개된 메커니즘을 통해 이보다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광범위 억제제를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렘데시비르’와 닮은 치료제 ‘EIDD-2801’이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제약회사 리지백이 라이센스를 보유한 ‘EIDD-2801’는 이전에 코로나 치료제로 소개돼 학계로부터 인정을 받은 후보물질이다.
애틀랜타 에모리 의대 연구팀은 FDA로부터 임상실험 승인을 받았으며 에모리 신약개발연구소(EIDD)과 함께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약을 통한 임상시험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는 이 시험을 위해 16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임상시험은 한국 기업인 지트리비앤티가 맡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치료제가 ‘렘데시비르’에 이어 코로나19의 광범위 억제제 개발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방역에 있어 세계 모범국이 되고 있는 한국이 치료제 개발에 있어서도 선두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중이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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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5-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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