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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20-05-06

손상된 촉각,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로 되살린다 피부 자극, 인공 촉각 피드백으로 뇌에서 증폭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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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하는 작업에서 촉각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건 표면의 질감과 온도 등을 확인하고, 물건의 무게를 가늠해 적당한 힘을 가할 수 있도록 한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촉각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사고나 질병으로 촉각을 잃은 사람들은 엄청난 고통과 불편을 겪게 된다. 특히 척수 손상에 따른 마비 환자들의 사지 기능을 복원하기 위해 촉각 회복은 필수적인 일로 여겨진다.

미국 비영리 과학기술 연구기관인 바텔(Battelle)과 오하이오 주립대 웩스너 의료원 연구팀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brain-computer interface) 시스템을 이용해 척수 손상이 심한 연구 참가자의 손 감각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고 생명과학저널 ‘셀’(Cell) 4월 23일 자에 보고했다.

이 기술은 인지할 수 없는 아주 작은 신경 신호를 인공 촉각 피드백을 통해 증폭시켜 연구 참가자에게 되돌려 보냄으로써, 운동 기능을 크게 향상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논문 제1저자로 바텔의 책임연구원인 패트릭 갠저(Patrick Ganzer) 박사는 “우리는 (신경 손상 등으로 인해) 지각하기 어려운 미세한 접촉 감각을 뇌에서 의식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증폭하고 있다”고 말하고, “연구를 통해 여러 가지 기능 개선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참가자에 대한 실험 모습. 촉각과 운동 신호가 분리돼 장치를 제어하게 된다. ⓒ Ganzer et al., 2020, Cell, CellPress

커피 잔 들어 올리고, 게임도 가능

연구 참가자인 이안 버크하트(Ian Burkhart)는 28세 된 남성으로, 2010년 다이빙을 하다 척수가 손상된 환자였다. 그는 2014년부터 오른팔 기능 회복을 목표로 한 뉴로라이프(NeuroLife) 프로젝트에서 연구원들과 협력해 오고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장치는 피부의 전극 시스템과 뇌의 운동 피질에 이식된 작은 컴퓨터 칩 시스템을 통해 작동한다. 척수 손상 부위를 우회해 전선을 통해 뇌에서 근육으로 운동 신호를 전송하는 구조다.

버크하트는 이 시스템을 이용해 팔과 손으로 커피 잔을 들어 올리고, 신용카드를 인식시키고, 기타 히어로(Guitar Hero)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갠저 박사는 “지금까지 버크하트는 감각 피드백이 없어서 때때로 자기 손을 남의 것처럼 느꼈다”고 말했다.

자신의 손 움직임을 면밀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제어에 어려움이 따르는데, 여기에는 많은 집중이 필요해 음료수를 마시면서 TV를 시청하는 간단한 동시 작업도 거의 불가능했다는 것.

이번 연구에서는 신경 활동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제어에 활용했다. ⓒ Ganzer et al., 2020, Cell, CellPress

남아있는 신경섬유와 인공 촉각 피드백 활용

연구팀은 손에 거의 감각이 없는 버크하트의 피부를 자극하자 신경 신호가 뇌에 전달되고는 있었으나 신호가 너무 작아서 뇌가 이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갠저 박사는 버크하트와 같이 척수가 ‘임상적으로 완전히’ 손상된 것으로 간주되는 환자도 손상되지 않은 신경 섬유가 몇 가닥은 항상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문에서는 이런 미약한 신호를 어떻게 뇌가 반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증폭시킬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연구팀은 지각이 안 되는 미약한 촉감 신호를 촉각 피드백(haptic feedback)을 사용해 버크하트에게 인공적으로 되돌려보냈다.

촉각 피드백의 일반적인 예로는 무엇인가가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사용자가 느끼게 하는 모바일 폰이나 게임 컨트롤러의 진동을 들 수 있다.

새로운 시스템은 버크하트의 피부에서 나오는 터치 신호를 그가 인지할 수 있도록 인공 촉각 피드백을 통해 뇌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폐쇄 순환 감각 피드백이 촉감을 복원하는 개념을 나타낸 그림. ⓒ Ganzer et al., 2020, Cell, CellPress

BCI 시스템에서 세 가지 중요한 개선 이룩

이번 연구에서는 BCI 시스템을 발전시켜 세 가지 중요한 개선을 이끌었다.

먼저 연구 참가자가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무엇인가를 감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앞으로 보지 않고도 물체를 찾고 집는데 사용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또한 운동과 터치를 한 번에 복원할 수 있는 최초의 BCI라는 점이다. 움직이면서 향상된 터치를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은 환자에게 더욱 큰 제어 감각을 부여하고, 작업을 더 빨리할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개선점들은 물체를 조작하거나 집어올릴 때 얼마나 많은 압력을 가해야 할지를 BCI 시스템이 감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예를 들면 스티로폼으로 만든 컵과 같이 약한 물체를 집을 때는 가벼운 터치를 사용해야 하지만, 무거운 물체를 집을 때는 더 단단하게 쥐어야 한다.

연구팀의 장기 목표는 실험실에서와 마찬가지로 가정에서도 잘 작동하는 BCI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들은 쉽게 끼고 벗을 수 있는, 필요한 전극과 센서가 장착된 차세대 ‘감각 소매’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좀 더 작고 휴대가 간편하도록 컴퓨터보다는 태블릿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 참가자 버크하트는 “원래 한 방향으로만 손을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에서 감각 정보까지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본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밝혔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0-05-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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