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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20-04-13

“길들여진 동물, 야생동물보다 동물원성 바이러스 8배 많아” 미래 전염병 막으려면 야생동물과의 접촉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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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로 인한 잦은 전염병에 이어 최근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창궐하면서 사람들은 전염병이 환경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닌지 의아해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UC 데이비스) 원헬스 연구소 연구진은 이에 대해 ‘그렇다’는 답을 내놓았다.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야생동물을 사냥하고 사고팔며, 도시화를 통해 착취 수준의 억압을 가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인간의 이러한 활동 중 상당수는 야생동물 개체 수를 감소시키고 결국 멸종 위험을 초래한다.

영장류는 인간에게 전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를 보유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동물군이다. 사진은 네팔 카트만두 사원에 있는 붉은 털 원숭이. ⓒ Christine K. Johnson, UC Davis

연구팀은 이 같은 과정이 인간과 야생동물 간의 접촉을 촉진시켜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유출(spillover)되는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영국 ‘왕립학회 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바이러스 유출 위험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고, 야생동물 개체 수를 감소시키는 과정을 통해 바이러스가 어떻게 사람에게 전파되는지를 부각시켰다.

논문 제1저자이자 UC데이비스 수의대 질병역학센터 원장인 크리스틴 크루더 존슨( Christine Kreuder Johnson) 교수는 “동물로부터 바이러스가 유출되는 것은 야생 동물 및 그 서식지와 관련해 인간이 취하는 행동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에 따라 인간과 동물이 바이러스를 공유하게 됐고, 인간의 그런 행동들은 동시에 동물 종의 생존을 위협하고 바이러스 누출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며, “많은 요인들이 불운하게 수렴됨으로써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축을 포함한 길들여진 동물들은 야생동물에 비해 동물에서 옮기는 바이러스를 8배나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Wikimedia

인간과 가까이 사는 쥐나 박쥐, 영장류는 고위험군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동물로부터 인간에게 퍼지는 것으로 알려진 142개 바이러스 종과 잠재적 숙주로 연루될 수 있는 동물 종에 대한 대규모 데이터세트를 수집했다.

연구팀은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적색 목록을 이용해 이들 종의 풍부성 정도와 멸종 위험 및 종이 감소하는 근본 원인에 대한 패턴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바이러스 누출 위험과 관련한 명백한 추세가 나타났고, 이는 인간들이 역사적으로 동물과 어떻게 상호 작용했는지를 보여주었다. 연구팀의 발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가축을 포함해 길들여진 동물들은 인간과 가장 많은 수의 바이러스를 공유한다. 이 동물들은 야생동물에 비해 동물에서 옮기는(zoonotic, 동물원성) 바이러스를 여덟 배나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이는 인간이 수백년 동안 이 종들과 자주 밀접하게 상호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인간이 지배하는 환경에 잘 적응하며 풍성하게 증식하는 야생동물들 역시 인간과 더 많은 바이러스를 공유하고 있다.

이 범주에는 사람과 집 근처, 농장과 경작지 주변에 서식하고 있는 쥐 같은 설치류와 박쥐, 영장류 등이 포함된다. 이 동물들은 인간에게 지속적으로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고위험군이다.

세 번째로, 이들 반대편 끝에는 위협받는 멸종 위기종들이 있다. 이 동물들은 사냥과 야생동물 교역 및 서식지 질 저하로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 이 동물들은 다른 이유로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는 멸종 위기종에 비해 두 배의 동물원성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팔기 위해 매달거나 진열해 놓은 죽은 박쥐들. ⓒ UC Davis

“야생동물과 안전하게 공존하는 방법 찾아야”

위협받고 있는 멸종 위기종들은 또한 개체 수 회복을 시도하는 사람들에 의해 고도로 관리되고, 사람들이 이들을 직접 모니터링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또한 사람들과 더 많은 접촉을 하게 한다.

연구팀은 박쥐들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과 뇌염을 일으키는 니파(Nipah) 바이러스, 위험한 출혈열을 일으키는 마르부르크 바이러스 및 치명적인 출혈열의 원인인 에볼라 바이러스를 포함해,  ‘치명적인(high consequence)’ 전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의 원천으로서 반복적으로 연루돼 있다고 기술했다.

존슨 교수는 “우리는 야생동물과 상호 작용하는 방법과, 인간과 야생동물이 접촉하는 활동에 대해 실제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누구나 오늘날의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팬데믹을 원하지 않으므로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야생동물들과 안전하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0-04-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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