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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8-08-29

저탄수화물 식이, 장기적으로 해로워 고탄수화물 식이보다 각종 사망위험 더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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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과의 전쟁이 치열한 요즈음 밥이나 빵 같은 탄수화물을 가능한 한 적게 먹으려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지나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심장학회 학술대회에서는 장기적인 저탄수화물 식이는 안전하지 않고 피해야 한다는 연구가 발표돼 주목된다.

폴란드 로즈의대 마치에이 바나흐(Maciej Banach) 교수는 “저탄수화물 식이를 한 사람들의 조기 사망 위험이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하고, “관상동맥질환과 뇌졸중, 암 등의 개별 원인에 따른 사망위험도 증가해 저탄수화물 식이는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비만은 세계적인 주요 건강문제로서, 심혈관 질환, 고혈압, 2형 당뇨병과 암 등의 여러 만성질환 발병 위험을 높인다. 이 때문에 살을 빼기 위해 탄수화물을 낮추고 단백질과 지방 비율을 높인 식이요법들이 제안되었다.

그러나 이런 식이요법의 장기적인 안전성은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이전 연구 결과들에서는 이 식단들이 심혈관질환과 암, 사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상반된 결과들이 보고되었다.

장기적인 저탄수화물 식이는 고탄수화물 식이보다 사망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가 나왔다. 쌀과 밀 등 탄수화물이 많은 곡물로 만든 빵과 밥, 국수, 파스타 등은 인류의 주요 식량원 역할을 해 왔다.  CREDIT : Wikimedia Commons
장기적인 저탄수화물 식이는 고탄수화물 식이보다 사망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가 나왔다. 쌀과 밀 등 탄수화물이 많은 곡물로 만든 빵과 밥, 국수, 파스타 등은 인류의 주요 식량원 역할을 해 왔다. CREDIT : Wikimedia Commons

45만명 16년 추적조사 결과 포함

이번 연구는 1999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의 ‘국민 건강 영양조사(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NHANES)에 참여한 2만4825명의 전국 표본에서 저탄수화물 식이와,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all-cause death), 관상동맥질환과 뇌졸중을 포함한 뇌혈관질환 및 암 사망 사이의 상관관계를 전향적으로 조사했다.

탄수화물 섭취를 가장 많이 한 참가자들과 가장 적게 섭취한 사람들을 평균 6.4년 간 추적 비교한 결과 탄수화물을 가장 적게 섭취한 이들은 모든 원인으로 사망할 위험이 32%나 더 높았다. 또 관상동맥질환과 뇌혈관질환, 암으로 사망할 위험도 각각 51%와 50%, 35% 높았다.

이 결과는 44만7506명을 대상으로 한 7개의 전향적 집단연구에 대한 메타 분석으로도 확인됐다. 평균 15.6년을 추적 조사한 이들 연구에서는 저탄수화물 식이를 한 사람들은 고탄수화물 식이를 한 사람들에 비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위험이 15%, 심혈관질환과 암으로 인한 사망위험은 각각 13%와 8% 높았다(아래 도표 참조).

단기간 도움되지만, 장기적으로 사망 위험 높여”

바나흐 교수는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은 단기간에 체중 감량, 혈압 낮추기,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이번 연구에 따르면 장기적으로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위험과 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 및 암으로 인한 사망위험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NHANES 조사연구 참여자의 평균 연령은 47.6세였고, 성별로는 여성이 51%를 차지했다. 이들은 식단의 통상적인 탄수화물 비율에 따라 4분위로 나뉘었다.

4분위로 나눈 저탄수화물 식이와 각종 사망위험 비교표. 모델2는 영향 요소를 조정한 수치.  CREDIT : 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4분위로 나눈 저탄수화물 식이와 각종 사망위험 비교표. 모델2는 영향 요소를 조정한 수치. CREDIT : 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평균 6.4년의 추적조사 기간 동안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위험과 특정 원인에 의한 사망위험 모두 탄수화물 섭취량이 줄어들면서 높아졌고, 이 관련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요소를 조정한 뒤에도 여전히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도표의 모델2).

55세 이상 그룹에서 연관성 가장 높아 

연구팀은 또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과 저탄수화물 식이와의 관계를, 비만(BMI지수 30 이상) 및 비만이 아닌 사람들(BMI지수 30 미만)을 대상으로 55세 이상과 그 이하 연령그룹으로 나눠 비교 조사해 보았다. 그 결과 55세 이상의 비만이 아닌 그룹에서 연관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나흐 교수는 저탄수화물 식이와 사망위험과의 상관관계 기저 메커니즘과 관련해, 동물성 단백질, 특히 붉은 살코기와 가공육이 암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식품에 들어있는 동물성 단백질과 콜레스테롤 및 포화지방산을 많이 먹고 식이섬유와 과일 등을 적게 먹는 것이 그런 위험을 높일 수 있고, 미네랄과 비타민 및 식물화학물질 섭취의 차이도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바나흐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개별 데이터와 이전 여러 연구결과를 토대로, 저탄수화물 식이가 모든 원인 및 특정 원인에 의한 사망과 바람직하지 않은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킨다”며, “저탄수화물 식이는 안전하지 않고, 따라서 권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결론을 맺었다.

이번 연구는 육식을 많이 하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육식이 늘고 있고 특히 ‘황제 다이어트’ 등 육식 다이어트 열풍이 불었던 점에 비추어 야채와 곡물을 포함한 ‘균형 있는 식단’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한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08-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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