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이나 채소에 많이 함유돼 있는 식이섬유는 장내(腸內) 건강에 큰 도움을 준다.
그런데 최근 이 식이섬유가 정신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의료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의학 전문 매체인 메디컬익스프레스(medicalxpress)는 1일 섬유소가 많은 음식이 장(腸)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을 자극해 유해균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는 특정 지방산 생성을 증가시킨다고 보도했다. (관련 기사 링크)
유해균은 보통 스트레스를 포함한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신체가 약해졌을 때 장내로 침투한다. 그런데 미생물이 만드는 특정 지방산 생성이 증가하게 되면 장기(臟器)들이 튼튼해지면서 결과적으로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성도 늘어나게 된다.
특정 지방산 생성하여 스트레스 저항성 높여
장내 미생물이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과학자들은 아일랜드 코르크대(Cork University) 소속의 연구진이다.
이 대학 부속기관인 유전체연구소에서 장내 미생물을 연구하고 있는 ‘존 크리안(John Cryan)’ 박사와 연구진은 실험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체내 장기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해 이 같은 결과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실험쥐들을 A그룹과 B그룹으로 나눴다. 그리고 A그룹에는 섬유질이 부족한 가공식품 위주로 먹이를, B그룹에는 섬유질이 풍부한 곡물과 채소 위주의 먹이를 제공했다. 이어서 두 그룹 모두에게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주었다.
그 결과 A그룹의 쥐들은 장내 장벽이 약해져서 유해한 세균들이 쉽게 침투한 반면, B그룹에 속한 쥐들은 장내 장벽이 건재해서 유해 세균들의 침투를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내 장기들의 건강한 정도는 곧바로 스트레스 저항성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A그룹 쥐들은 외부에서 제공되는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불안해하거나 우울해 하는 증상을 보였다. 그러나 B그룹 쥐들은 정신적으로 별다른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B그룹에 속한 쥐들이 건강한 이유를 ‘짧은 고리 지방산(SCFAs)’에서 찾았다. SCFAs가 가공식품 위주로 먹이를 제공한 A그룹에서는 좀처럼 발견할 수 없었지만, B그룹의 쥐들에게서는 다량으로 발견된 것.
SCFAs는 체내에 존재하는 미생물이 섬유질을 분해해서 만드는 것이다. 여러 장기를 이루는 세포들의 건강을 촉진하고, 염증을 줄여주며, 숙주인 인체에 에너지를 제공해 주는 등 인체에 유익한 대사물질로 알려져 있다.
SCFAs와 관련해 크리안 박사는 “이 물질이 실제로 그런 역할을 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A그룹의 쥐들에게 먹이로 제공해 보았다”라고 밝히며 “그 결과 불안해하거나 우울해하는 증상이 눈에 띄게 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이로써 장내 미생물이 SCFAs를 생성해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성을 높인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다만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정신적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크리안 박사는 “SCFAs의 효능을 파악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 저항성에 대한 메커니즘도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식물 스트레스 줄여주는 미생물도 등장
한편 국내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진행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일랜드 과학자들이 인체의 스트레스 저항성을 높여주는 미생물을 연구하고 있다면, 국내 연구진은 토마토 같은 작물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미생물을 연구하는 중이다.
요즘처럼 폭염이 계속되는 날씨는 작물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또한 비료의 과다 사용이나 해충 발생과 같은 문제들도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데, 작물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수확량이 대폭 감소하게 되므로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농촌진흥청 연구진은 이 같은 작물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방법을 미생물에서 찾았다. 특정한 미생물이 가뭄이나 병충해로 인한 작물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데 효과가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나서부터다.
이 같은 사실은 연구진이 토마토를 대상으로 실시한 테스트를 통해 확인했다. 먼저 저온에 대한 저항성 테스트에서 연구진은 실험군에 PMC12 균주를 처리한 후, 10℃의 저온에서 4일간 스트레스를 주었다. 그 결과 아무 것도 처리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피해를 입은 토마토가 38%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진행된 가뭄 저항성 테스트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15일 동안 실험군과 대조군에 물을 주지 않다가 다시 물을 제공한 다음 피해 상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아무 것도 처리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실험군은 피해가 59.4%나 감소했다.
이에 대해 농촌진흥청의 관계자는 “PMC12 균주가 식물호르몬과 탈아민효소의 생성을 촉진하고 식물호르몬을 분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작물이 저온이나 건조 또는 병원균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또한 특정한 스트레스가 없는 경우에도 PMC12 균주를 처리하면 토마토의 무게가 32.3% 나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촌진흥청은 이 같은 결과들을 반영해 다양한 기능의 친환경 미생물 제제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8-08-17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