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에 사는 김은미(32, 가명)씨는 저녁을 먹은 직후부터 오른쪽 아랫배에 통증을 느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진 통증은 급기야는 칼로 찌르는 듯한 수준으로 커졌다.
‘맹장이 터졌나 보다’하고 생각했던 은미씨. 응급실을 찾아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를 받은 후 뜻밖에도 게실염이라는 생소한 질병을 확진 받았다.
나흘간 입원하고 물도 먹지 못한 채 치료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 은미씨는 수액을 맞으며 항생제 치료를 나흘간 받은 끝에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변비 심한 여성, 게실염 조심
대장 게실은 대장벽이 바깥쪽으로 풍선처럼 튀어나온 상태를 말한다.
게실 자체로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대장 게실을 가진 사람 중 약 85%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함유된 식품 등을 섭취해 변비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만 잘 해주면 된다.
하지만 변비 등으로 인해 게실의 입구가 대변 같은 오염물질로 막히게 되면 염증이 생긴다. 게실에 염증이 생기면 열과 구토, 설사, 심한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세란 병원 외과 정홍규 진료과장은 “게실염은 빠른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며 “방치할 경우 천공과 누공, 장폐색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또 완벽하게 치료하지 않을 경우 재발 위험도 크다”고 설명했다.
게실염은 다이어트를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여성들에게 많이 생긴다. 다이어트를 하면 섭취량 자체가 적어 변비가 생기고 게실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요새 유행하는 고단백 다이어트 시 식이섬유섭취가 부족하면 게실염의 발생 위험성이 크게 올라간다.
정 과장은 “게실염 초기라면 금식으로 장을 쉬게 해주고 수액, 항생제 등을 복용해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며 “하지만 약물 치료에서 효과가 없거나 증상이 반복되고 갑작스럽게 악화되면 수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루 20g이상 식이섬유 섭취해야
한편 배가 아프다는 점에서 맹장염과 게실염을 비슷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둘은 전혀 다른 질병이다.
맹장염(충수돌기염)의 경우 처음에 명치부분에 체한 듯 거북한 느낌이 든다. 이후 소화불량,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동반되다가 1~2일 경과 후 오른쪽 아랫배로 통증이 옮겨간다.
반면 게실염은 처음부터 오른쪽 아랫배에 통증이 발생한다. 물론 증상만으로는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른쪽 아랫배가 아플 때는 외과에 방문해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더 큰 차이점은 수술의 위험성이다. 맹장수술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게실염은 초기에 발견해 빨리 치료하면 약물치료만으로도 낫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약물 치료가 듣지 않거나 3회 이상 재발할 경우 규모가 큰 수술이 필요하다.
중앙대병원 대장항문외과 박병관 교수는 “출혈과 천공 등이 발생한 게실염은 소장과 대장을 같이 절제하는 등 맹장염보다 훨씬 큰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보통은 문제가 생긴 장 일부를 잘라내고 다시 이어주는 수술을 하지만 염증이 매우 심한 응급 수술의 경우 절제 후 즉시 재연결을 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이 경우 임시 인공항문을 만들었다가 나중에 재연결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게실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붉은 육류 섭취량을 줄이고 식이섬유 섭취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또한 적당한 운동과 금연, 적정체중 유지도 도움이 된다.
박 교수는 “게실염의 원인이 대장 내 압력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에 있는 만큼 장내 압력을 줄이는 것이 좋다. 부드럽고 부피 있는 대변을 형성하기 위해 하루 20~35g정도의 식이섬유를 섭취해야 한다”며 “흡연과 비만 역시 게실염의 위험인자가 될 수 있기에 이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왕지웅 의학칼럼니스트
- 저작권자 2018-08-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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