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하남시의 한 초등학교가 조기 방학을 시행했다. 학생 수십 명이 식중독 증세를 호소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에 다니는 다수의 학생이 구토와 복통, 설사 증세를 보였다. 그 원인으로 식중독균의 일종인 노로 바이러스가 지목됐다.
보건당국은 “아직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진 못했지만 폭염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예방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식중독 예측지도를 보면 전국 대부분 지역이 식중독 발생 가능성이 큰 '경고' 단계에 올라있다. 이런 상황에서 손 씻기 등 위생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한 음식만 피하면 된다고?
많은 사람이 상한 음식만 안 먹으면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식중독은 병원균에 오염된 손으로 식사하거나 음식을 조리할 때, 음식이 오염되면서 걸리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누로 손을 잘 씻도록 지도한 경우, 어린이의 설사 증상 발생률이 53%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그만큼 병원균이 손으로 옮는 경우가 많다는 방증이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식중독이라고 하면 오래된 음식이나 변질한 음식만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상하지 않은 날고기나 조리하지 않은 생선을 먹고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무더운 여름에는 가급적 날음식을 피하고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식중독 예방을 위해서는 도마와 칼 같은 조리도구의 위생도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재료를 구해오고 손을 깨끗하게 씻어도 도마와 칼이 오염되어 있다면 식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일회용 비닐장갑으로 음식을 만들 경우 방심하기 쉽다. 여러 재료를 계속 만진다면 식중독의 위험은 남아있기에 육류나 어패류 또는 날 음식을 썬 다음에는 칼이나 도마, 손을 반드시 씻어야 한다.
박 교수는 “식중독이 유행할 때는 가급적 계란도 완숙하고, 고기도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 도움 된다”며 “남은 음식은 바로 냉장 보관하고, 김밥과 도시락 등은 아이스박스를 사용해 취급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폭염이 심할 땐 게장과 젓갈 조심
짠 음식은 상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여름에도 간장게장이나 젓갈을 즐겨 먹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여름철 장염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비브리오 식중독균은 높은 염분농도에서도 살 수 있다. 때문에 짭짤한 게장이나 젓갈을 먹고도 식중독에 걸릴 수 있다.
또한 대장균이나 노로 바이러스 등도 위험하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 중인 게장과 젓갈 제품 31개 중 2개 제품에서 대장균이, 1개 제품에서는 노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동재준 교수는 “특히 노로 바이러스의 경우 보름 이상 지나도 약 45%가 생존할 만큼 생존력이 강하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위생 상태가 검증되지 않은 음식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며 “게장과 젓갈 등을 먹을 땐 구매 후 즉시 포장에 기재된 적정온도에 맞게 냉장·냉동 보관하고 유통기한 내 섭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얼음을 먹는 것도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실제로는 오염된 얼음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래된 얼음이 더 위험하다. 깨끗하지 않은 물로 얼렸거나 용기가 청결하지 못할 경우, 손으로 먹는 과정에서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다.
동 교수는 “얼음을 꺼내 먹은 후 얼음 틀을 씻지 않은 상태로 다시 사용하면 식중독균에 감염될 확률이 높아진다”며 “리스테리아균, 노로 바이러스는 영하 20도 이하의 냉동실에서도 사멸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특히 얼음이 녹는 과정에서 생장 증식하게 되면서 식중독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얼음틀은 반드시 깨끗하게 씻은 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중독 예방, 음식 데워먹고 손 씻기 철저
식중독은 무엇보다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원인을 예측하기 어렵고 전파 경로도 다양해 쉽지 않다.
이미 식중독이 발생한 환자로부터 원인균이 밝혀지는 경우는 겨우 5%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독소에 의한 식중독은 음식을 끓여 먹어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영유아나 고령, 임신부,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는 약을 먹는 사람들은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양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강녕 교수는 “조리된 식품이 생식 식품 옆에 진열되어 있거나, 포장에 흠집이나 구멍이 있거나, 뚜껑이 부풀어 오른 제품은 사지 않는 것이 좋다”며 “육류와 가금류는 냉장 보관하되, 48시간 이내 조리하지 않는다면 냉동 보관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하기 쉬운 음식들은 구매 후 1시간 이내에 냉장보관을 해야 하며, 냉장고의 온도는 적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냉장 0-4℃, 냉동 -18℃ 이하).
보관할 때는 육류나 어패류의 즙이 다른 음식물에 닿지 않도록 플라스틱 백을 사용한다.
남은 음식의 경우에도 2시간 이내에 작은 용기에 나눠서 냉장 보관하되, 먹기 전에는 74℃까지 가열해야 한다.
이 교수는 “음식을 차릴 때는 깨끗한 식기류를 사용하고, 찬 음식과 더운 음식을 분리해야 한다”며 “2시간 이상 상온에서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음식을 가지고 외출할 때에는 냉방기나 아이스백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손을 잘 씻는 것만으로도 많은 경우의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손을 씻을 때는 반드시 세정제(비누 등)를 사용해 손가락, 손등까지 30초 이상 깨끗이 씻고 흐르는 물로 헹궈야 한다.
- 왕지웅 의학칼럼니스트
- 저작권자 2018-07-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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