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과 관련된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피타고라스다. 그는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로 ‘직각삼각형의 빗변의 제곱은 각 변의 제곱의 합과 같다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로 유명하다. 그는 채식주의자로도 유명했는데, 채식을 하면서도 공교롭게 콩을 절대 먹지 않았다.
이에 따라 피타고라스학파 사람들도 전부 콩을 먹지 않았다. 숫자를 연구한 피타고라스학파는 스승의 권위와 복종과 서약을 중시하는 종교적 성격이 강해 ‘콩 섭취 금지, 육식 금지’ 같은 특별한 규율을 만들어 준수했다고 한다.
피타고라스가 콩을 먹지 않은 이유에는 콩과 사람의 기원이 같다고 생각해 콩을 금기시했다는 설부터, 수를 연구할 때 콩을 도구로 이용해서, 콩이 복부팽만감, 즉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위에 가스가 차고 배를 더부룩하게 만들어 정신을 혼란스럽게 해서, 콩이 생식기를 닮아서 금욕적인 용도로 활용했다는 얘기까지 다양한 설이 있다.
콩밭 때문에 죽은 피타고라스
이 중에 가장 그럴듯한 설은 피타고라스가 콩 단백질과의 연관된 질병인 G6PD 결핍증과 잠두중독증에 걸려 콩을 먹으면 증상이 심해져 콩을 금기시했다는 이야기다.
피타고라스는 죽음도 콩과 관련돼 있다.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서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이들 모두 콩이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피타고라스가 콩밭을 가로질러 도망치다가 갑자기 밭 한 가운데에서 쓰러져 죽었다는 이야기와 적에게 쫓겨 콩밭을 가로질러야 하는데 콩을 금기시한 이유로 콩밭에 들어갈 수 없다며 그 자리에서 잡혀서 죽었다는 이야기다.
G6PD결핍증은 유전질환으로 적혈구 소화 효소에 이상이 생겨 적혈구의 세포막이 파괴돼 그 안의 헤모글로빈이 혈구 밖으로 나오는 적혈구 용혈증과 빈혈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 증상은 우리 몸이 특정 단백질과 접촉했을 때 나타나는데, 이 단백질이 콩에 들어있다.
잠두중독증은 G6PD 결핍증에 걸린 사람이 잠두콩과 같이 특정한 콩을 먹었을 때 급성 적혈구 용혈성 빈혈을 일으킨다. 심하면 적혈구의 세포막 파괴 쇼크로 사망할 수 있다. 증상이 심한 사람은 꽃가루를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적혈구의 세포막이 파괴되기도 한다.
피타고라스의 죽음도 피타고라스가 콩을 먹지 않은 이유인 질병과 연관 지을 수 있다. 즉 피타고라스가 잠두중독증 증상이 심한 상태에서 우연하게 콩밭에 갔거나 콩밭을 가로지르다가 콩 꽃가루를 들이마시고 적혈구의 세포막 파괴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피타고라스가 콩을 먹지 않은 이유로 꼽힌 콩으로 인한 복부팽만감도 사실이다. 먹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은 콩이 위와 장에 가스를 차게 만들어 배를 부풀리고 이로 인해 트림과 방귀가 유발된다.
콩에는 삼당류인 스타키오즈, 사당류인 라피노즈, 오당류인 베바스코즈가 들어 있다. 그런데 우리 몸에는 이런 다당류를 소화시킬 수 있는 소화효소가 없어 소화를 잘 못한다. 이런 이유로 콩이 대장에 들어오면 대장 내 박테리아가 당류를 발효시키며 소화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가스가 생긴다.
미국에 콩을 도입한 벤자민 프랭클린
서양에서 콩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학자가 하나 더 있다. 미국에 콩을 처음 들여보내 현재 전 세계 콩 생산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바로 미국 화폐 100달러 주인공 벤자민 프랭클린이다. 그는 피뢰침과 다초점 렌즈 등을 발명한 과학자로 미국 독립에 큰 역할을 한 정치가이기도 하다.
콩이 원산지인 한반도와 만주를 벗어나 서양에 알려지고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초다. 공식적으로는 1739년 프랑스 ‘파리식물원’에서 처음 재배가 시작됐다. 그리고 독일에서는 1789년에, 영국에서는 1790년에 콩이 재배되기 시작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그의 자서전에서 1770년 영국에서 고향인 미국 필라델피아로 콩 씨를 보냈다고 밝혔다. 영국에서 공식적으로 콩이 재배되기 전에 콩을 미국으로 보내 콩이 미국에서 재배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그런데 벤자민 프랭클린보다 6년이나 앞서 중국에서 콩 씨를 미국에 들여온 청년이 있었다. 중국의 동인도회사에서 일했던 사무엘 보웬이다. 콩 연구자들은 벤자민 프랭클린과 사무엘 보웬 2명을 각각 다른 경로로 콩을 미국에 들여온 인물로 보고 있다.
- 박응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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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2-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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