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당뇨, 심혈관질환, 암 등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는 만병의 근원이다. 살을 찌우는 건 쉬워도 빼기는 힘들다. 식이요법이나 운동요법이 최선의 체중감량 방법이긴 하나 너무 어렵고 힘들다. 좀 더 쉽게 비만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최근 별다른 운동을 하지 않아도 칼로리가 많이 소모돼 자연스럽게 살이 빠지도록 해주는 방법이 과학자들로부터 연구되고 있다. ‘지방(脂肪)’을 ‘지방’으로 잡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가리키는 앞의 지방은 뱃살이나 허벅지살 등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백색지방’이고, 뒤의 지방은 ‘갈색지방’을 일컫는다.
이에 반해 갈색지방은 음식으로부터 얻은 에너지를 백색지방으로 저장하는 대신 열로 전환시켜 신체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야생동물들이 추운 밤을 견딜 수 있는 것은 갈색지방 덕분이며, 동면하는 동물들도 갈색지방의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하여 동면 기간 동안 체온을 유지한다.
특히 온혈동물인 포유류가 체온을 조절하는 중요한 방법 중의 하나가 갈색지방을 이용해 칼로리를 태움으로써 열을 생성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포유류 신생아는 갈색지방이라는 전문화된 지방세포를 보유하고 있다.
신생아는 성인에 비해 냉기에 더 민감하므로, 갈색지방은 저체온증을 예방하는데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서 백색지방은 과잉의 칼로리를 저장하고 허리 둘레를 증가시키는 데 비해 갈색지방은 칼로리를 열로 방출하여 과식에 의한 비만을 예방하는 데 응용될 수 있다. 즉, 갈색지방은 체지방을 연소시켜 체중 증가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복부지방을 20% 감소시켜
그럼 과연 갈색지방의 다이어트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최근 오하이오주립대의 율리아나 조젠코바 박사팀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갈색지방은 복부지방을 약 20% 감소시키고 체중을 10% 정도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쥐에게 90일 동안 고지방 식사를 하게 한 후 갈색지방 세포가 들어 있는 캡슐을 복부에 주사한 결과, 80일 후 생쥐의 복부 지방이 주사를 맞지 않은 생쥐보다 20% 줄어들었고, 체중도 약 10% 감소한 것으로 드러난 것. 더구나 주사한 갈색지방은 내장 주변에 쌓인 지방 외의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지방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는 않는 등 부작용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체중 조절에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갈색지방은 성인이 되면서 점차 없어진다는 데 문제가 있다. 신생아의 경우 갈색지방이 체중의 5%를 차지하지만 성인이 되면 체온조절 능력이 향상되고, 이에 따라 갈색지방 보유량이 감소하게 되는 것.
그런데 오로지 아기들에게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갈색지방이 2009년에 보고된 연구에 의해 성인도 견갑골이나 등뼈, 목 주위 등에 소량의 갈색지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조슬린 당뇨센터의 연구진들이 밝혀낸 그 연구결과에 의하면, 정상적인 당 수치를 갖고 있는 마른 사람들에게서 갈색지방이 더 흔히 나타났고 과체중이나 비만 환자들에게서는 갈색지방이 덜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약물을 이용하여 갈색지방을 생성시키거나 그 활성을 증가시키는 방법이 비만 치료의 새로운 전략으로 대두되면서, 갈색지방의 생성 경로를 재활성화시킬 수 있는 연구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 독일 암연구센터 연구진은 저온에 노출된 생쥐의 백색지방 조직 중에서 COX-2의 생성이 증가되는 것을 발견한 후, 염증효소로 알려진 COX-2가 새로운 갈색지방의 형성을 촉진한다고 발표했다.
연구진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COX-2가 과잉발현된 생쥐의 체중은 정상 생쥐에 비해 20% 감소했는데, 그 생쥐들은 칼로리가 풍부한 먹이를 먹어도 체중이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색지방을 갈색지방으로 전환시키는 연구 진행
또 미국 샌포드-번햄 의학연구소의 과학자들은 뇌에서 생산되는 ‘오렉신’이라는 호르몬이 생쥐에서 칼로리를 연소시키는 갈색지방을 활성화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뇌의 시상하부에서 작용하는 호르몬인 오렉신은 식욕, 수면 조절과 연관돼 있는데, 오렉신의 감소는 수면 장애인 기면증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 연구결과는 기면증을 앓는 환자들이 일반사람들보다 덜 먹을 경우에도 체중이 증가하는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 연구진이 면역세포 중의 하나인 ‘대식세포’가 추위에 대한 반응으로 갈색지방을 활성화시켜, 에너지를 태워 열을 발생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갈색지방의 대사가 전적으로 뇌에 의해 조절된다고 생각해 왔으나, 이 연구결과로 인해 면역계가 갈색지방의 대사과정에서 보조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사실이 추가됐다.
한편, 컬럼비아대 메디컬센터 연구진은 ‘백색지방으로 하여금 갈색지방의 특징을 가지게 하는 방법을 발견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지난달 2일 셀(Cell)지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즉, 약물을 이용해 백색지방을 갈색지방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제시한 것.
연구진이 주목한 물질은 서투인이라는 효소군의 일종인 ‘SirT1’로서, 이 물질이 백색지방의 갈색지방화를 촉진함으로써 대사활동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SirT1과 ppar-γ(peroxisome proliferator-activated receptor-γ)라는 수용체가 백색지방 조직의 갈색지방화를 유도하며, 인체의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는 티아졸리딘디온(TZD) 계열의 약물과 SirT1 효능제를 결합하면 비만을 치료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SirT1 효능제를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연구진은 SirT1을 활성화시키는 SirT1 효능제를 개발하는 것을 다음 과제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ppar-γ에서 아세틸기를 떼어낼 수 있는 물질은 무엇이든 백색지방의 갈색지방화를 촉진할 수 있기 때문에, 유익한 대사효과를 갖는다고 밝혔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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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09-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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