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처음으로 카이랄성과 자성을 동시에 갖는 카이랄 자성 양자점(QD, Quantum Dot·수 나노미터 크기 반도체 입자)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를 토대로 사람의 뇌를 본뜬 뉴로모픽 소자를 구현, 고성능 인공지능(AI) 하드웨어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생성형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데이터 처리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전력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전류 대신 빛을 연산에 활용하는 광 기반 컴퓨팅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빛은 저항을 받지 않고 빠르게 이동하며 동시에 여러 신호를 병렬로 처리할 수 있다.
기존 광소자나 양자점 기반 센서는 빛을 일회성으로 감지하는 데 그쳐 학습이나 메모리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다양한 신호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빛의 편광 상태까지 인식하는 기능이 필요하다.
최근 카이랄성을 지닌 양자점을 개발해 빛의 편광을 읽고 저장할 수 있는 나노소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카이랄성이란 거울에 비출 때 대칭이지만 서로 겹치지 않는 성질로, '거울상 이성질'이라고도 한다. 카이랄 분자나 결정은 좌우 회전 방향이 다른 원형편광(빛의 전기장이 시계 방향 또는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고차원적인 빛의 상태)에 대해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특성을 가진다.
신소재공학과 염지현 교수 연구팀은 은황화물 양자점에 카이랄성을 도입해 '카이랄 자성 양자점'을 설계했다.
이를 바탕으로 편광에 따라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는 다채널 인식 광 시냅스(빛에 따라 전류의 흐름이 조절되는 소자)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
빛을 가하면 장기기억 특성을 보이고 전기 펄스를 인가하면 초기화되는 전기 소거 기능을 구현, 뇌처럼 학습하고 적응할 수 있다.
매우 짧은 시간 동안 반복해서 광 펄스(레이저 빛)를 비추게 되면 점진적으로 전류가 누적돼 멀티 레벨 상태를 만들 수 있고, 이는 인공지능이 뇌처럼 가중치 조절과 다중 학습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기존 대비 최소 9배 이상의 정보량 처리가 가능하며, 노이즈를 걸러내 전력 소모량을 30%가량 줄일 수 있다.
편광 구분 기능과 장기 기억 성능을 단일 소자에 집약, 감지(보기)·처리(판단)·기억(저장)·초기화(지우기) 기능이 가능해 고성능·저전력 AI 시스템 구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염지현 교수는 "광학적 카이랄성과 자기적 스핀 특성을 융합한 새로운 개념의 양자점을 설계했다"며 "광 암호화, 보안 통신, 양자 정보처리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지난 7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5-04-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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