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씨앗을 실로 둘둘 감아도 씨앗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잎을 살짝만 건드려도 움직이는 식물 미모사도 꿈쩍하지 않는다. 24일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를 통해 공개한 영상 속 실의 정체는 사실 웨어러블 센서다. 머리카락보다 50배 이상 얇은 이 실은 사람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사용이 필요 없어지면 간단히 씻어내면 된다.
진짜 피부 같은 전자 피부를 향해
사람 피부에 부착하여 인체의 신호를 측정하는 ‘전자피부’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피부가 전자기기와 만나면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웨어러블 기기를 기반으로 한 의료, 건강관리는 기본이고 게임이나 가상 현실 공간에서는 현실감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미 스마트워치를 비롯한 다양한 웨어러블 기술이 널리 사용되고 있고, 현재 기술의 부피감과 불편감을 대폭 개선한 차세대 웨어러블 기술도 활발히 개발 중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웨어러블 센서는 ‘피부’와는 거리가 있었다. 피부처럼 유연하게 만든 웨어러블 기기는 일반적으로 공기나 습기가 통과하지 않는 플라스틱에 인쇄된다. 즉, 피부를 랩으로 감싸는 것과 같은 불편감이 있다. 공기가 통하는 유연 전자기기도 개발됐지만 여전히 ‘무(無)’의 감각은 아니고, 에너지 소모가 많고 폐기물이 다량으로 나오는 제조 기술에 의존한다. 3D 프린팅은 다른 생산 방법보다 폐기물이 적지만 두껍다는 것이 단점이다.
얀얀 셰리 후앙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피부나 잎과 같은 생물학적 표면에서 정확하게 감지하려면 장치와 표면 사이의 인터페이스가 중요하다”며 “우리 연구진은 사용자가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전혀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지속 가능하고, 폐기물이 적은 새로운 생체 전자공학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계획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손끝은 물론 민들레의 보송보송한 씨앗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물학적 표면에 문신하듯 착용할 수 있는 초경량 실 센서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최소한의 재료를 사용하여 복잡하고 강력한 거미줄을 만드는 거미에서 영감을 받았다. 우선 연구진은 고무처럼 늘어나는 고분자와 히알루론산 등으로 이뤄진 고성능 섬유를 제작했다. 이 섬유는 상온에서는 용액 상태로 존재한다. 이 용액을 거미가 엉덩이에서 거미줄을 뽑아내는 것처럼 얇게 뽑아내며 머리카락보다 50배 이상 가는 실 형태로 제작했다. 이 실을 빙빙 감으면 지문과 같은 미세구조에도 밀착되는 웨어러블 센서가 만들어진다.
제1저자인 앤디 왕 연구원은 “우리 연구진이 제시한 회전 제조법은 생체 전자 섬유가 미세 및 거시적 규모 모두에서 다양한 형태의 해부학적 구조에 밀착할 수 있어 표면 이미지를 인식하는 사전 과정이 필요 없다”며 “지속 가능한 전자기기와 센서를 만드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 것으로 대형 센서를 제작하는 데도 유리한 전략이다”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고성능 센서는 반도체 공정과 같은 ‘클린 룸’에서 제작된다. 이 과정에서 유독 화학 물질이 배출된다. 반면, 연구진이 제시한 센서는 장소 제한 없이 어디서나 제작이 가능하다. 또한, 유효 수명이 끝나면 단순히 씻어내어 제거할 수 있다. 사용 후 배출되는 폐기물은 1mg도 되지 않는다. 세탁 한 번에 600~1,500mg의 섬유 폐기물이 생성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용 후 폐기물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연구진은 새로 개발된 초경량 실 센서가 건강 모니터링, 가상 현실, 정밀 농업 및 환경 모니터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는 디스플레이 및 에너지 변환 기능을 갖춘 통합 섬유 센서를 구축하기 위해 다른 기능성 재료와 혼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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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06-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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