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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예슬 리포터
2024-04-01

끈적임 없이 전기로 붙이는 초강력 테이프 전기 흘려 찰싹 붙이고, 전기 반대로 흘려 흔적 없이 떼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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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구진은 전기를 이용해 단단한 금속과 젤 형태의 부드러운 소재를 부착할 수 있는 접착 대체 기술을 개발했다. ⓒACS Central Science

끈적거리는 접착제 없이도 전기만 이용해 물체를 부착할 수 있는 새로운 테이프가 나왔다. 스리니바사 라가반 미국 메릴랜드대 화학 및 생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전압을 가하면 화학 결합을 통해 결합되는 새로운 접착 기술을 개발하고, 그 연구 결과를 지난 13일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ACS 센트럴 사이언스(ACS Central Science)에 게재했다.

 

끈적임 없는 안전한 접착제

일상에서 물건을 접착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풀이나 테이프는 사용한 뒤의 끈적임이 남는다. 물건에 남은 끈적거림은 열심히 닦아버리면 그만이지만, 생체 내 접착이 필요한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장기나 신체 조직에 남은 잔여물이 염증이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생체 임플란트 등 의료용으로 사용 가능한 접착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기술로 여럿 나왔다. 게코도마뱀의 발바닥 구조를 모방한 접착제가 대표적이다. 게코도마뱀의 발바닥을 확대해보면 머리카락보다 500배 많은 털이 나 있고, 이 끝이 다시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다. 이 털끝에 작용하는 힘을 통해 게코 도마뱀은 접착력을 얻는다. 이를 모방해 우주나 반도체 공정과 같은 진공 환경에서 활용하거나, 거친 피부에 붙일 수 있는 게코 테이프가 개발됐다.

▲ 게코도마뱀의 발바닥에는 머리카락보다 가는 털들이 나 있고, 이 털 끝에 작용하는 힘을 이용해 접착력을 얻는다. ⓒWikipedia

거센 파도가 쳐도 바위에 몸을 단단히 고정하고 있는 홍합을 모방한 접착제도 있다. 홍합은 특별한 생체 접착제를 분비하여 몸을 고정한다. 과학자들은 이 생체 접착제의 주요 성분인 ’디하이드로시 페닐알라닌‘을 포함한 여러 가지 물질을 혼합해 접착 대체 물질을 개발했다. 생체 조직에 무해하다는 점을 고려해 주로 출혈 부위를 막고, 찢어진 조직을 봉합할 수 있는 의료용 접착제로 주목받고 있다. 홍합 접착체는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1만 마리의 홍합이 만드는 단백질량은 1L의 미생물로 만들어 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기존 접착제뿐만 아니라 대체 물질로 개발되고 있는 소재들은 모두 기계적이거나 정전기적 힘을 통해 결합한다. 문제는 원하는 대로 붙였다 떼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 전기 접착(EA)이다. 두 가지의 재료에 전기를 통하게 하여 두 재료가 서로 붙게 만드는 기술이다.

 

전류 흘려 찰싹 붙이고, 반대로 흘려 떼어낸다

스리니바사 교수팀은 이전 연구에서 전기 접착을 통해 음극과 양극으로 반대로 충전된 재료를 고정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당시 연구는 흑연과 같이 견고한 재료끼리 결합하는 데 그쳤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생체 조직과 같은 부드러운 재료와 견고한 재료를 가역적으로 결합하는 데 성공했다.

스리니바사 교수는 “생명체의 세포는 부드러운 젤 형태로 수분 함량이 약 70%고, 척추동물은 무게를 지탱하고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뼈, 척추 등 단단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며 “단단한 재료와 젤 형태의 부드러운 소재를 부착할 수 있는 새로운 접착 대체 기술 개발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 흑연 전극 사이에 부드러운 젤 형태의 물질을 두고 3분 정도 전류를 흘리면 한쪽 전극와 젤이 강력하게 부착된다. ⓒACS Central Science

전기를 이용해 부드러운 물질과 단단한 물질을 붙이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문제는 특수한 형태로 젤을 변형시키는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하고, 영구적인 접착으로 인해 부착한 두 물질을 분리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연구진은 가역적으로 붙였다 뗄 수 있는 기술까지 완성했다. 부착 방법은 간단하다. 흑연 전극 2개 사이에 젤 형태의 물질을 놓고 5V(볼트)의 전압을 걸어 직류 전기를 흘리면 된다. 전류를 흘린 지 4분 만에 양극(+) 쪽 흑연과 젤 사이에 강한 접착력이 생겼다. 전류가 사라져도 몇 달 이상 접착 상태가 유지됐다. 심지어 연구진이 젤과 전극을 비틀어 떼어내려고 하자 젤이 부서져 버릴 정도였다.

분리할 때는 반대의 과정을 거치면 된다. 부착되지 않은 편에 흑연 전극을 붙이고, 5V의 전압을 걸어 전류를 반대 방향으로 15초 동안 흘리면 원래 접착은 떨어지고, 다른 전극 쪽으로 붙는다.

 

바나나, 사과, 마늘도 모두 OK

▲ 연구진은 다양한 재료에서 전기 접착 기술의 범용성을 확인했다. ⓒACS Central Science

연구진은 ‘아크릴 아미드’라는 고분자를 이용해 전기 접착을 실험했고, 이후 전기 접착의 보편성을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재료에서 유사한 실험을 진행했다. 흑연이 아닌 다른 금속 전극에서도 작동했으며, 쇠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동물의 조직, 바나나와 사과 같은 과일 등 다양한 재료에서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전기 접착이 가능한 조건도 정리했다. 전기 접착은 두 물질이 전자를 교환하면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이기 때문에, 전기 접착 현상이 발생하려면 단단한 물질은 전기전도성이 있어야 하고, 부드러운 물질은 소금 이온을 함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금보다 설탕이 많이 포함된 포도 등 과일의 경우 전기 접착을 통해 붙일 수 없었다. 또한, 물속에서도 전기 접착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하며 응용 범위를 넓혔다.

스리니바사 교수는 “가령, 로봇의 손에 전기 접착 기술을 적용한다면 관절이 없어도 한 지점에서 물건을 잡고, 원하는 다른 지점으로 떨어뜨리는 설계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단한 고체 전극 사이에 전해질이 있는 배터리의 설계와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쌔로운 에너지 저장 장치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이처럼 우리가 제시한 새로운 기술은 생체 의학 임플란트 분야를 넘어 로봇 공학, 배터리 등으로 폭넓게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4-04-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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