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도시는 안전한가? 포용적인가? 양질의 삶을 보장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이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도시 생활이 편리하고 익숙하여 간과하고 있는 이른바 ‘도시 발 문제’가 있다. 과밀한 인구 밀도, 크고 작은 사회문제, 과도한 에너지 소비, 대기·환경 오렴, 불평등 등이 대표적 문제다. 게다가 2년 전, 전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바이러스 감염 사례 중 90% 이상이 도시지역에서 발생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렇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이런 문제에 노출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는 계속 팽창하고 도시화는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때문에 도시화로 인한 과제는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에 포함되고, 인간거주계획의 주요 현안으로 부상했다.
본지는 [지속가능성과 과학기술] 시리즈 네 번째로, SDGs 11번째 목표인 ‘포용적이고 안전하며 회복력 있고 지속가능한 도시와 주거지 조성’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을 점검해보고자 한다.
도시의 성장 속도, 시스템과 동반해야…
SDGs 11번 목표는 Sustainable Cities and Communities, 포용적이고 안전하며 회복력 있고 지속가능한 도시와 주거지 조성에 관한 것이다.
유네스코는 SDGs 11번 목표를 소개하면서 “도시의 건강은 곧 우리의 건강”이라고 강조한다. 그만큼 도시는 우리 삶의 터전이며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일 터다.
실제로 11번은 모든 시민이 적정 수준의 주택에서 거주하면서 기본적 서비스를 제공받고, 적정비용의 안전한 교통체계를 이용하여, 자연재해나 재난의 위험에 대비하고, 공공 및 녹지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서 문화와 자연 유산을 보호하고, 폐기물과 대기오염 물질에 대한 관리 강화를 목표로 삼는다.
왜 편리함과 쾌적함, 그리고 발달된 인프라가 집중된 도시에 이와 같은 목표가 여전히 필요할까. 왜 도시의 성장 이면의 위험·위기 요소를 굳이 행동목표로 들춰내고 있는 것인가. 그 원인은 세계 도시의 주요 이슈를 보면 찾을 수 있다.
세계 인구는 도시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50년이 되면 세계인구는 약 72억 명에서 약 95억 명으로 약 23억 명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중 도시 인구는 39억 명에서 63억 명으로 증가하는 반면, 농촌인구는 34억 명에서 최고점을 찍고 서서히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토교통부의 ‘도시계획 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0명 중 91명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총인구의 91.8%(약 4,759만 명)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수도권에만 2,400만 명이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지역 인구비율은 1970년에 50.1%를 기록한 이후 급격히 상승하여 90%대로 진입했으며, 앞으로도 일정수준까지는 완만한 증가 추세와 함께 도시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의 성장, 좋다. 그러나 시스템이 양적 팽창에 못 미치면 결국 허점을 드러내게 된다.
올해 우리나라 서울 도심에 내린 집중 호우로 인한 홍수 피해, 대규모 인원이 밀집한 공간에서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한 참사를 겪었다. 이 두 건의 사고만 보더라도 도시 시스템의 미비는 각종 재해에 취약해진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가 대응해야 하는 많은 과제들이 도시공간을 통해 나타난다. 즉 도시문제는 SDGs 차원에서 여타의 목표와 상당히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삶의 기본적 향유를 위해 중요하다.
결국 어떤 도시를 만드는가가 곧 우리가 살게 될 미래의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그렇다면 ‘포용적이고 안전하며 회복력 있고 지속가능한 도시와 주거지 조성’을 위해 과학기술이 해야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스마트시티, 최첨단 기술에 거는 기대
ICT, 디지털기술이 사회문제에 대응해 오는 방식을 보면 도시문제에도 영향력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스마트시티’는 최첨단 기술이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도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접근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물론 SDGs 11번 목표에는 스마트시티에 대한 언급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기술이 거주자의 삶을 개선하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면 거부할 수 없는 선택지다.
스마트시티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시민을 위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여 도시 지속가능성을 높인 도시라고 정의한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12개 지자체가 도시 인프라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등 첨단 ICT 기술을 이용하여 개발한 통합형 플랫폼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사회적 약자 안전관리, 미아방지, 주차감지, 가로등 제어, 횡단보도 통제 등 주로 도시 행정 서비스를 지원한다. 최근에는 광역통신망과 블록체인, 클라우드 컴퓨팅·엣지컴퓨팅,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이 스마트시티 기반 기술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한편, 스마트시티에 대한 접근으로 도시 인프라가 낙후된 여건에서도 매우 낮은 비용으로 서비스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이는 개발도상국의 도시들이 새로운 기술을 통해 기존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터넷 서비스 연결과 도시 인프라를 연결하여 서비스를 혁신하는 것은 대규모 물리적 투자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유용성이 있다. 덕분에 유엔 해비타트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시티 시장은 매년 14%씩 성장하는 추세다.
스마트시티 기반 기술이 도시의 포용성과 공공성, 번영에 날개를 달아주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그리고 여전히 SDGs 11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남은 과제들이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인류의 역사를 한 단계 성장시켜왔듯이, ICT와 디지털 기술, 많은 과학기술 영역이 국제 사회의 주요 이슈에 대응하고 글로벌 챌린지 해결을 위한 활동에 한 축이 될 것을 기대한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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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2-12-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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