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인 DRAM에 있어 독보적인 강국이다.
10일 일본 언론 ‘니케이’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DRAM 수요의 74%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생산하는 소재가 없어 DRAM뿐만 아니라 마이크로프로세서, 휴대전화에 사용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생산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수출허가신청을 면제해주는 ‘화이트 리스트’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했기 때문.
“불화가 원인이지만 부작용 심각”
일본은 반도체 핵심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포토 레지스트(PR), 고순도 불산(HF)의 최대 생산국이다.
한국무역협회(KITA)는 지난 5개월 동안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수요량의 94%와 포토 레지스트 수요량의 92%, 에칭가스 수요량의 44%를 수입해온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일본으로부터 이들 핵심소재에 대해 ‘화이트 리스트’ 혜택을 받아온 한국은 일본 정부의 조치로 수출이 허가되지 않을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세계 언론들이 지금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일본의 보복 사태가 반도체를 비롯 세계 무역질서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느냐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0일 '블룸버그 통신'의 칼럼니스트인 팀 쿨판(Tim Culpan)은 한‧일 간의 갈등을 미‧중 무역분쟁에 이은 ‘작은 무역 분쟁(Mini Trade War)’이라 호칭하면서 이 분쟁이 그동안 양국 간에 축적된 불화에 기인한 것이지만 그 부작용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최근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해 서방과 중국 기업 간에 냉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무역질서가 재편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세계를 지배해오던 주요 기업들이 중국으로부터 조달했던 소재와 부품 거래선을 다른 곳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
이런 상황은 첨단 소재를 수출해오던 일본의 화학업체들에게 커다란 호재가 됐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거센 도전으로부터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수 있었다는 것.
그러나 이런 순조로운 국면에서 일본이 한국을 향해 첨단 소재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주요 기업들, 그중에서도 반도체를 생산‧공급해오던 삼성전자가 가장 곤혹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급을 줄여나갈 경우 역으로 수요가 늘어나 침체됐던 반도체 경기를 최소화할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시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동안 밀접하게 얽혀있었던 양국 제조업이 갈등을 일으켜 반도체와 관련 제품 공급이 줄어드는 동안 그 자리를 노리고 있던 경쟁국, 특히 중국에 기회를 주어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지금은 소재 공급 중단할 시기 아니다”
10일 ‘로이터 통신’은 한국에 대한 일본의 보복 사태가 지난해 10월 한국의 법원 판결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일본 니폰스틸(Nippon Steel Corp.)이 2014년 사망한 여운택 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에 대해 각각 1억 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일본 정부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는 것.
가장 가까운 두 우방국 간에 갈등이 격화되면서 곤혹한 입장에 빠진 나라가 미국이라고 전했다.
사태가 악화되면서 미국은 이달 중에 국무부 데이비드 스틸웰(David Stilwell)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양국에 파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최근 북한 핵 문제 등 중요한 사안들에 직면해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긴밀한 동맹관계에 있는 두 나라의 공고한 관계 구축을 위해 매우 중요한 방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문 일정은 이번 주말 먼저 일본을 방문하고, 17일 한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잡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1일에는 일본의 하원 의원 선거가 실시될 예정이다. 정가에서는 아베 수상이 소속돼 있는 자민당에서 다수를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 잠재해 있던 한국과의 갈등을 이슈로 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다양한 원인과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반도체 업계는 사태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블룸버그 통신’ 칼럼니스트 팀 쿨판은 논평을 통해 “세계정세에 비추어 지금은 반도체 핵심소재 공급을 중단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급작스럽게 오랜 친분 관계를 갖고 있던 공급자와 바이어 간에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어느 나라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한국과 일본 양국 지도자들이 중국에 어부지리를 주게 된다는 사실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강봉 객원기자
- aacc409@naver.com
- 저작권자 2019-07-10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