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인간과 비슷한 ‘부드러운 로봇’은 언제쯤 나올까.
자연 생물체의 동작이나 움직임을 흉내낼 수 있는 소프트 로봇 제작에 오랫 동안 걸림돌이 돼 왔던 문제 하나가 해결됐다. 바로 부드러운 인조근육 소재 개발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공대 호드 립슨(Hod Lipson) 교수(기계공학)가 이끄는 ‘창조적 기계(the Creative Machines)’ 실험실 그룹은 예전의 로봇 근육에 필요했던 외부 압축기나 고전압 장비 없이 자체적인 팽창력을 가진 특별한 인조 활성 조직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인공조직은 3D 프린트가 가능한 합성 연질 근육이다. [관련 동영상]
이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19일자에 게재됐다.

“로봇 몸체 제작은 아직도 원시적”
이번에 개발된 신소재는 변형률 밀도(그램 당 팽창률)가 자연 근육보다 15배나 크고 자기 체중의 1000배를 들어올릴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는 어떤 물질도 원하는 대로 높은 작동 응력과 변형 특성을 나타낼 수 없어 연질 근육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었다. 기존의 연성 작동체(soft actuator) 기술은 일반적으로 공기 또는 액체를 공급해 확장되는 고무와 같은 탄성중합체 스킨의 공기압 또는 유압 팽창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에 필요한 외부 압축기 및 압력 조절장비는 로봇의 소형화와 로봇이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일을 할 수 있는 창의성을 가로막는다.
립슨 교수는 “우리는 로봇의 머리(minds)를 만드는 데는 큰 진전을 이뤄왔지만 로봇의 몸체는 여전히 원시적”이라며, “이번 연구는 큰 퍼즐 조각을 맞춘 것으로, 새로운 작동체는 수천 가지 방법으로 모양을 재구성할 수 있어 인간과 같은 로봇을 만드는데 걸림돌이 되는 마지막 장벽 중 하나를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의료 같은 섬세한 작업 로봇에 적용 가능
살아있는 유기체에서 영감을 얻은 연질 소재 로봇은 물건을 제조하거나 건강관리와 같이 로봇이 인간과 접촉하고 상호작용해야 하는 분야에서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딱딱한 소재로 된 로봇과 달리 연질 로봇은 물건을 쥐거나 조작하는 것 같은 자연스런 동작을 흉내내는 게 가능하다. 따라서 섬세한 작업을 수행하고 부드러운 물건을 집어올리는 등의 일을 할 수 있으며, 의료 같은 여러 종류의 일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
Creative Machines 랩의 박사후 과정 연구원인 아슬란 미리에프(Aslan Miriyev) 박사는 저밀도의 고응력과 고(高)변형성을 가진 작동체를 만들기 위해 미세 기포에 에탄올을 분산시킨 실리콘 고무 매트릭스를 사용했다. 이 제조법은 탄력성과 다른 재료 시스템의 극한적 부피 변화 속성을 결합하면서도 제조가 쉽고 환경적으로 안전한 재료로 만들어졌다.
“소프트 로봇 제작에 혁명적인 변화 가져와”
이 인조 근육은 3D 프린팅으로 원하는 모양을 만든 후 얇은 저항성 전선과 8V의 저전력을 사용해 작동됐다. 다양한 로봇 응용 시험을 거친 결과 전기로 섭씨 80도까지 가열했을 때 900%까지 팽창되는 놀랄만한 팽창-수축력을 나타냈다. 또 이 ‘자율적인 장치’는 컴퓨터 제어를 통해 거의 모든 형태의 디자인에서 동작이 가능했다.
미리예프 박사는 “이 부드러운 기능성 소재는 강력한 연질 근육 역할을 함으로써 오늘날의 소프트 로봇을 설계하는 방식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당기고, 밀고, 구부리고, 비틀고, 들어올리는 일이 가능한, 인간의 자연 근육에 가장 가까운 인공 소재”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인조근육 개발을 계속 진행해 내장된 전선을 대체할 전도성 재료를 찾아 통합하고 근육의 반응시간을 가속화하는 한편 내구성을 늘릴 계획이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7-09-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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