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 사업자인 TU미디어와 MBC의 지상파DMB 채널 재송신 계약 체결이 방송계 안팎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국 단위의 위성DMB 사업자가 실시간으로 지상파DMB 채널을 재송신한다면 향후 지상파DMB 시장은 물론 지역을 포함한 전체 방송구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그간 표면적으로 위성DMB를 통한 실시간 프로그램 재송신을 반대해온 지상파방송사 간의 공조가 사실상 깨지게 됨에 따라 MBC와 마찬가지로 TU미디어에 출자한 SBS의 동참 여부가 주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위성DMB를 통해 MBC 프로그램이 실시간으로 방송되기까지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지역방송, 시민단체 등의 반대는 물론 가입자 차별 문제 해소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 있다.
◇지상파DMBㆍ지역방송에 미치는 파장은 = 지금까지 중앙 지상파방송사가 위성DMB에 프로그램을 전혀 공급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번 계약으로 지상파방송에 버금가는 프로그램이 실시간 재송신된다는 점이다. 이번 재송신 계약의 대상인 MBC 지상파DMB 채널 'MY MBC'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 비율은 20% 안팎이다. 일반 TV를 통해 시청자들이 접하는 MBC 프로그램과 큰 차이가 나질 않는 셈이다.
이에 따라 TU미디어와 MBC의 이번 계약은 지상파DMB 사업자 및 지역 지상파방송사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상파DMB는 무료라는 점과 지상파 TV프로그램의 실시간 방송이라는 두 가지 장점 때문에 가입자 확보 측면에서 위성DMB에 비해 경쟁우위를 점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지상파DMB 이용자 규모를 보면 이 같은 경쟁력 차이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05년 12월1일 개국한 지상파DMB 이용자는 5월 말 현재 532만7천명으로 7개월 앞서 개국한 위성DMB 가입자 113만 명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수도권 지상파DMB 6개 사업자가 지난해 시설 투자와 프로그램 제작에 쏟아부은 돈은 모두 1천108억 원인 반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벌어들인 광고매출은 38억4천만 원에 그치는 등 갈수록 누적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각종 프로모션과 결합서비스를 통해 실질적인 가격 인하 공세를 펼치고 있는 위성DMB에 MBC 프로그램이 재송신될 경우에는 지상파DMB가 지금과 같은 콘텐츠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지상파방송사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7월 초 현재 가입자가 118만 명에 불과한 데다 광고매출도 거의 없는 위성DMB를 통한 재송신이 당장은 수도권 지역에만 한정돼 있어 파급효과는 제한적이다. 그러나 TU미디어가 재송신을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라 장기적으로는 지역 지상파방송사에 광고 매출 등의 측면에서 위협 요인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계약이 향후 도입될 IPTV(인터넷TV)에도 지상파방송 재송신 선례로 작용, 지상파방송사의 광고 매출이 중앙으로만 쏠릴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타 방송사 동참 여부 주목 = MBC에 이어 다른 중앙 지상파방송사의 동참 여부도 관심거리다.
현재 TU미디어는 KBS, SBS 등 타 지상파방송사와도 순차적인 협의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 재송신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SBS의 동참 여부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계열사와 함께 83억 원을 출자해 TU미디어의 지분 3.1%를 가지고 있는 MBC가 이번 계약을 체결한 터라 동일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SBS의 동참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SBS 정책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계약조건 등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도 "향후에 지역 민영 지상파방송사들과 자사 노동조합의 의견을 수렴해 검토는 할 것"이라고 말해 일말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SBS가 당장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계약조건에 따라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TU미디어가 프로그램 재송신 대가로 MBC와 맺은 계약 조건에 상응하거나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경우 SBS가 지역민방과 노조의 반발을 설득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반면 '지상파DMB에 의한 무료 보편 서비스의 확대'라는 입장을 견지해온 KBS로서는 MBC의 결정과 관계없이 앞으로도 재송신을 실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재송신까지는 풀어야 할 숙제 많아 = 위성DMB를 통한 ''MY MBC' 프로그램의 재송신이 현실화되려면 아직 첩첩산중이다.
방송위원회가 2005년 4월 '방송사업자 간 자율계약을 전제로 재송신 약정서를 체결한 뒤 재송신 승인을 신청하면 이를 승인한다'고 의결한 바 있어 행정절차상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EBS를 포함한 지상파방송 4사 사장단이 2005년 5월 지상파DMB가 경쟁력을 확보할 때까지 TU미디어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유보하기로 합의한 것을 이번에 MBC가 단독 파기한 데 따른 논쟁의 불씨는 남아 있다. 언론노조 등 현업 언론인단체들의 거센 반발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언론노조와 함께 MBC지방계열사 및 지역민방 종사자로 이뤄진 지역방송협의회, 부문별 현업 방송인들의 모임인 한국방송인총연합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등도 MBC와 TU미디어의 계약 철회와 방송위의 승인 거부를 촉구하는 성명을 잇따라 냈다.
'MY MBC' 채널을 시청할 수 있는 TU미디어 가입자가 수도권 가입자로 한정됨에 따라 가입자 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TU미디어는 CAS(수신제한장치)를 통해 수도권 가입자에게만 'MY MBC' 채널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결국 똑같은 이용요금을 내는 TU미디어 가입자 중 주소지가 수도권인 가입자는 재송신되는 MBC 지상파DMB 프로그램을 볼 수 있지만, 주소지가 지역인 가입자의 경우에는 이를 시청할 수가 없게 된다. 주소지가 수도권이지만 지역에서 생활하는 가입자나, 반대로 주소지는 지역이지만 수도권에서 생활하는 가입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7월 초 현재 TU미디어 전체 가입자 중 지역 가입자 비중은 40%다.
현재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2004년 12월 협약을 맺고 2005년 4월20일부터 권역별로 MBC 지방계열사와 지역민방 등을 재송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이동 수신매체인 위성DMB에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을 뿐 아니라 추가 비용도 부담스러운 형편이다.
TU미디어는 "지역 가입자한테는 불가피하지만 양해를 구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최대한 빨리 전국적으로 방송 범위를 넓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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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국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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