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광복절. 일제 강점에서 독립하여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기념하는 날이다. 79년 전 이날에 “대한독립 만세”가 울려 퍼지기까지 우리 민족은 수많은 고난에도 독립을 염원하고, 독립을 위한 투쟁을 이어왔다. 광복절을 맞아 일제의 거센 탄압에 목숨을 잃은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희생을 되새기며 역사적 의미를 되돌아보아야 할 이유다.
이러한 취지의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광복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감옥에서 생을 마감한 독립투사들에게 수의 대신 ‘빛나는 한복’을 입히는 ‘처음 입는 광복’ 캠페인이 매체를 통해 진행 중이다.
‘처음 입는 광복’
국가보훈부가 빙그레와 함께 ‘처음 입는 광복’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캠페인은 옥중 순국한 독립운동가 중 87명의 수형 사진을 한복을 입은 모습으로 복원하는 온라인 캠페인이다.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독립정신이 담긴 ‘빛나는(光) 한복(服)’을 입은 모습으로 바꿔 새로운 영웅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87명의 대상자는 공훈전자사료관에 옥중 순국 기록이 있는 독립운동가 중에서 일제 감시 대상 인물카드에 수형 사진이 마지막 모습으로 남은 인물들로 선정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유관순 열사가 소목 빛 저고리를 입었고, 이원록 지사는 본인의 시 ‘청포도’ 속 구절처럼 쪽빛 한복을 입은 모습이다. 조용하 지사는 얼굴의 반을 덮은 먹물 자국을 지우고 감색 도포를 입었으며, 유해마저도 한국 땅으로 돌아오지 못한 안중근 의사는 쪽빛 두루마기를 입고 새로운 광복을 맞았다.
이들이 입은 한복은 김혜순 명장의 작품이다. 한국인 디자이너 최초로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패션쇼를 진행한 세계적인 한복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김 명장은 정책브리핑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독립운동가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소목 빛(나라를 위한 희생정신), 쪽 빛(어려운 환경 속에서 피어난 절개), 치자 빛(독립을 위한 간절한 희망) 등의 의미 있는 색상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지난해 3·1절 기념 독립운동가 15명의 흑백사진을 색채 사진으로 복원해 공개된 사진보다 생기가 있어 보인다. 당시에 국가보훈처는 인공지능 얼굴 복원기술(GFP-GAN)과 안면 복원을 활용해 고해상도의 색채 사진으로 복원한 뒤 이를 영상으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AI 사진복원 기술의 ‘선한 영향력’
이번 캠페인에도 활용된 기술은 AI 사진 복원 기술이다. 손상되거나 오래된 사진의 결함을 식별하고 이미지 특성을 학습해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복원하는 기술로 이미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AI 사진 복원 기술 원리는 CNNs와 GANs 알고리즘이다. 딥러닝 모델인 컨볼루션 신경망(CNNs, Convolutional Neural Networks)은 이미지를 1차원 벡터가 아닌 공간적, 지역적 정보를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추출된 결과값이 매우 정교하다. 적대적 생성 신경망(GANs,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은 노이즈 입력값을 기반으로 가짜 데이터를 생성하는 생성자와 가짜를 판별하는 판별자, 이 두 신경망이 점진적으로 최적의 출력값을 찾아가는 알고리즘이다.
대표적인 이 모델 외에도 디지털 이미지 처리 기술인 인페인팅(Image Inpainting)이 자주 사용된다. 이 기술은 손상된 이미지 영역을 인근 픽셀 정보를 바탕으로 채우는 방법으로 이미지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영화 제작 및 CCTV 영상의 피사체 인식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AI 사진 복원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손상된 고서화 복원에도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최근 구글은 2차 세계대전 시기에 불에 탄 오스트리아 예술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여기에는 구글의 예술품 데이터베이스와 실제 이미지 등의 빅데이터와 AI 사진복원 기술이 활용됐다. 2011년부터 디지털 복원을 진행해왔던 비엔나 벨베데레(Belvedere) 박물관은 AI 알고리즘으로 ‘클림트의 환생’을 보게 됐다며 감격했다.
이 프로젝트는 모델링 과정에서 클림트의 작품들을 고해상도로 스캔한 후 흑백사진으로 남겨진 소실된 작품이 어떤 색상, 어떤 기법으로 그려졌는지를 추론하여 클림트의 화풍을 모방한 결과를 내놓았다. ‘클림트 컬러 에니그마 프로젝트(The Klimt Color Enigma)’를 통해 복원된 그림은 클림트의 3대 명작이라고 불리는 ‘의학’, ‘법학’, ‘철학’ 작품이다.
쉬워진 사진 복원 기술, “야, 나두 사진 복원해”
AI 사진 복원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이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일반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AI 사진 복원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됐다.
그중 대표적인 몇 가지. Adobe Photoshop은 AI 기반의 다양한 사진 편집 기능을 제공해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최근에는 Adobe Sensei라는 AI 기술을 도입하여 사진 복원, 색상 보정, 노이즈 제거 등을 자동으로 수행하며, 특히 세부 조정과 정확한 복원작업에 유용하다.
가계도 및 유전자 분석을 제공하는 MyHeritage는 최근 AI 기반의 사진 복원 기능을 추가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MyHeritage AI는 흑백사진의 색상을 예측하고 왜곡된 부분을 자동으로 수정하여 원본에 가까운 결과값을 추출한다는 평이다.
AI가 사진 복원 및 생성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이슈는 여전히 남아있다. 개인정보보호와 저작권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는 가운데, ‘처음 입는 광복’, ‘고서화 복원’과 같은 캠페인은 앞으로 AI 사진 복원 기술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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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08-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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