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서점 어린이 도서 코너. 어린이들의 눈길이 과학학습용 키트가 세트로 구성된 도서에서 멈춘다. 과학개념을 재밌게 설명하는 만화도서도 인기지만, 어린이들이 직접 실험하고 제작하는 교구의 인기가 더 높다.
“키트로 실험하면 과학자가 된 것 같아요.”
놀이처럼 즐기면서 과학개념을 학습하는 과학교구는 어린이들의 이런 호응에 힘입어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과학교구가 있으면 어디든지 과학 실험실!
과학교구 개발에 국립과천과학관도 나섰다.
국립과천과학관은 지난달 ㈜긱블과 함께 ‘제트엔진 스피너’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제트엔진 스피너’는 최고의 효율성과 안전성이 보장돼 현대 거의 모든 항공기에 이용되고 있는 엔진이다. 고온·고압의 가스를 고속으로 분출시켜 생기는 반작용으로 추진력을 얻는 것이 특징인 이것은 여객기의 터보 팬 엔진의 모형을 구체화하여 개발하였다.
국립과학관 최초로 과학교구를 제조, 유통하는 민간기업과 손잡고 과학교구를 개발한 데는 이유가 있다. 과학관 내 전시품만으로는 빠르게 발전하는 최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와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첫 개발품인 ‘제트엔진 스피너’도 국립과천과학관 첨단기술관 항공우주코너에 전시돼 있지만 간단한 리모트 조작 외에는 체험이 불가능하다. 반면 과학교구는 주요 부품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사용자가 직접 조립하면서 제트엔진의 구조와 원리를 학습할 수 있다. 이처럼 과학교구는 과학관 전시의 한계를 넘어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과학 실험실, 움직이는 과학관과 같은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먼저 첫발을 내디딘 국립과천과학관은 앞으로 과학교구, 콘텐츠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와 더불어서 과학에 대한 국민 관심도가 성장함에 따라 과학문화 대중화를 촉진하며 과학교구와 에듀테크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
과학이 놀이가 되려면 교구도 장난감처럼?
과학기술 기반의 장난감과 놀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한국은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과학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저조했지만, 최근에는 과학기술 이해도와 참여도가 상승하는 추세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과학교구 시장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산업 규모는 작다. 실제로 초중고교 과학실습용 기기 및 과학교구의 국내 소비시장은 2018년 기준 약 580억 원으로 추산되고, 과학완구 시장 업체들은 여전히 영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SW·AI가 강조되는 디지털 전환기를 맞아 이를 교육에 적용한 ‘스마트토이’가 약 50억 원 규모의 국내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레고, 마인드스톰 등 글로벌 기업의 비중이 매우 높다. 다만, 고무적인 것은 관련 시장이 2025년에는 약 68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국내 스타트업이 다양하고 견고한 스마트토이 제품들을 개발해 내놓고 있어 조립, 작동형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기반의 장난감과 교구가 내용 및 기술 측면에서 큰 폭으로 발전하는 추세다.
특히 “배우는 과학에서 즐기는 과학”으로의 인식 전환과 스마트 토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과학교구에 대한 인식도 바꿔놓았다. 아직 스마트 토이의 개념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부분의 스마트토이에 적용된 기술 및 상호작용 방식, 용도 등이 최신의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과학교구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
과학기술융합교육 분야의 일부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 교육과 놀이기능을 결합한 스마트토이는 과학교구 범주에 포함되어도 무방하다는 의견이다. 시중에 개발돼 나온 SW·AI 교구들이 무선통신,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 아두이노, 무선통신, 모터 등을 탑재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대화형, 코딩 EPL에 활용해도 무방할 정도로 정교하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의 간절함이 과학교구의 발달을 견인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고, 공급이 커지면서 관련 시장의 규모와 기술이 발달하는 연쇄 현상은 과학교구에도 적용되는 듯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s)은 미국 K-12 과학교구 시장이 2024년까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K-12 과학시장 전망 보고서’(바로 가기)에 따르면 미 연방정부를 비롯한 주정부, 비정부기관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과학 STEM 확산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23-′24년 미국 과학교구 시장 총매출액은 전년보다 7.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과학교구 시장의 성장 추세가 정부의 지원이 확대된 이유만은 아니다. 이미 많은 학교들이 교실에서 더 많은 탐구 기반 학습을 요구하고 있으며, 과학교구가 과학 및 STEM 수업에 매우 유용하다는 이유가 전제된다. 특히 교사가 과학 분야의 전공자가 아닌 K-5 수준에서 과학교구에 대한 의존 경향이 더 크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보고서는 교사가 직접 개발하거나 OER(Open Educational Resources, 공개교육자원)을 통해 생성된 과학교구 및 보조 자료의 수가 증가하는 데에 주목했다. 과학교구의 양적, 질적 확장이 학생과 교사들의 교육 현장으로부터 기인했기 때문이다. R&M 보고서는 OER 및 교사가 만든 교구 및 학습보조자료의 지속적인 성장이 새로운 형태의 경쟁을 야기시킨다고 보았다. 결국 과학교구는 더 많은 자료를 생성해야 한다는 ‘현장의 요구와 필요성’에 의해 주도된다는 결론을 이끌었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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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04-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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