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이 미래의 기업과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로 인식되면서 ICT 분야를 포함한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산업 구조에 인공지능을 더하거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여 신산업을 창출하는 등 인공지능 생태계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는 상황.
우리나라 역시 ‘세계적 수준의 인공지능 기술력 확보’를 위하여 전략적 정책을 시행한 결과 연구 수준에서 상용화 단계로, 이제는 산업 전반에 지능형 융합을 견인하는 수준으로까지 그 발전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이같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세계 각국의 정부, 대학, 기업들이 ‘연구역량 강화’에 집중했고, 그 노력이 유효했던 것으로 밝혀져 주목받고 있다.

기술을 완성하는 힘 '연구역량'
연구역량은 기술혁신에 가장 중요한 무형의 활동으로서 신기술 시장에서 최상의 성과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견인하는 인공지능 기술과 같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전문성 있는 연구를 수행하여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특히 중요한 것이 연구역량이다.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미트(Eric Schmidt)는 인공지능 연구역량을 제고하고, 인재 양성을 위한 ‘Digital Service Academy’ 설립을 계획한 바 있다. MIT는 2019년부터 약 1조 원을 투입해 인공지능 특화 단과대학인 ‘M.I.T. Stephen A. Schwarzman College of Computing’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19년부터 KAIST, 포스텍 지스트, 고려대, 성균관대에 인공지능 석박사 학위과정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연세대, 한양대, UNIST가 추가 선정돼 ‘인공지능 대학원’으로서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7개 대학 외에도 일부 대학에서는 인공지능 특화 커리큘럼 신설 및 산학협력을 통해 연구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대학은 어디?
최근 세계 각국이 인공지능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실상 그 노력을 정량화하여 각 대학별 연구역량을 측정하고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는 부족하다. 따라서 인공지능 연구역량 지수가 높은 대학 및 타 기관들과 단일 지수로 비교하여 선의의 경쟁 및 협력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미비한 상황이다.
이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AI 연구지수(AI Research Index)'를 개발하여 세계 우수 대학들의 인공지능 연구 성과를 비교한 보고서를 발행했다.
본 연구는 인공지능의 중요성이 강조된 2016년 알파고 대결 이후부터 2019년까지의 연구성과를 기준으로 각 대학의 인공지능 연구성과 지수를 측정하여 분석했다.
먼저 인공지능 연구 수를 기준으로 세계 상위 500개 대학을 1차 선정하고, 변수의 양과 질, 가중치를 고려하여 글로벌 100개 인공지능 대학을 최종 선정한 후 국가별 비중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단, 이 분석에 국내 대학 데이터는 반영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연구 결과, 먼저 1차로 선정된 인공지능 상위 500개 대학은 4년 동안 평균 404.4건의 연구를 수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4년간 가장 많은 연구를 한 대학은 2067건인 반면, 최소의 연구를 수행한 대학은 181건으로 조사돼 최댓값과 최솟값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500개 대학을 대상으로 성과 지표의 양과 질을 모두 고려한 인공지수 연구지수를 측정한 결과 평균 연구지수는 46.01이며 1위를 차지한 대학의 연구지수는 92.9로 측정됐다.
1차로 선정된 500개 대학의 나라별 분포도를 살펴보면 중국 101개(20.2%), 미국 61개(12.2%), 인도 45개(9.0%), 영국 29개(5.8%), 일본 25개(5.0%), 프랑스 21개(4.2%) 순으로 중국과 미국의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500개 대학 중 상위 100개 대학을 선정하여 동일한 방법으로 연구지수를 조사한 결과 인공지능 연구지수 평균은 67.26으로, 1차 선정된 500개 대학의 평균 연구지수와 21.25의 차이를 보였다. 그리고 상위 100개 대학의 국적 분포를 보면 중국 39개(39.0%), 미국 19개(19.0%), 영국 6개(6.0%), 오스트레일리아 6개(6.0%), 이탈리아 4개(4.0%), 홍콩 4개(4.0%), 싱가포르 3개(3.0) 순으로 중국 내 인공지능 연구 대학의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상위 100개 대학 중 10대 대학을 별도로 추출하면 인공지능 연구지수 1~3위는 모두 미국 대학이 차지했으며, 상위 10개 대학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인 것으로 조사돼 미국의 약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잠재력이 있는 대학들의 약진이 기대
본 연구는 1차로 선정된 500개 대학의 인공지능 연구 수 평균과 인공지능 역량지수 평균을 기점으로 4개 분면으로 구분하여 각 분면에 분포하는 대학들과 그 의미를 통해 시사점을 도출했다.
먼저 1분면은 인공지능 연구 양도 많고, 연구지수도 높은 군이 포함된다. 2분면은 인공지능 연구 양은 많으나 연구 질이 다소 낮은 군, 3분면은 인공지능 연구 양은 다소 적으나 연구 질이 우수한 군이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4분면은 인공지능 연구 양과 연구지수가 모두 낮은 군이 포함된다.
이 같은 구분으로 분석한 결과 중국의 상위 100개 대학 중 39개 대학이, 영국과 호주 6개 대학이 상위 10위 권 진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스위스 대학들은 대상 수는 적지만 인공지능 연구역량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공지능 역량지수 상위 500개 대학들 중 3, 4분면에 속하는 대학들은 선택과 집중, 전략적 강화를 통해 1, 2군 진입을 위한 경쟁과 노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 김현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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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9-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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