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비대면의 일상화를 불러왔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대면과 접촉을 전제로 행했던 모든 일들은 사실상 거의 멈춘 상태이고, 그 공백을 비대면 기술이 채우면서 사회구조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고 있는 것이다. 비대면, 즉 언택트(untact) 산업은 각종 배송 서비스를 비롯하여 교육, 문화, 금융, 의료에 이르기까지 사람과의 접촉 없이 가능한 일들의 영역을 점차 확대시키고 있다. 그 근간에는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한 비대면 서비스 기술, 테크핀(TechFin)이 자리하고 있다.
언택트 산업의 이유 있는 발전
우리나라는 세계적 수준의 IT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에 언택트 산업의 성장 기반은 마련돼 있다. 그래서 사실 코로나19 이전에도 ‘불편한 소통’ 대신 ‘선택적 단절’을 택한 이들, 온라인 인프라에 익숙한 세대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언택트 산업은 완만한 성장 그래프를 그리고 있었다. 비록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언택트 산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이러한 현상이 갑작스럽거나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으리란 합리적 예상이 뒤따르는 이유다.
서울연구원의 ‘2/4분기 서울시 소비자 체감경기와 비대면 경제’ 리포트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 소비활동을 경험한 인구는 74.4%로 집계됐다. 이들은 주로 음식(54.0%), 쇼핑(37.2%), 금융(6.6%) 서비스를 이용했으며, 오락(70.0%), 금융(70.4%), 쇼핑(60.1%) 분야에 대해 비대면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비대면 소비활동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80.1%로 매우 높게 조사됐다. 이 결과는 언택트 산업, 특히 비대면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비대면 금융 서비스의 발전이 가속화할 것을 방증한다.
핀테크에서 테크핀으로
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한 서비스를 지칭하는 말로, 글로벌 금융위기에 수익성 회복을 위해 IT기업과 협업하면서 등장하였다. 핀테크의 등장은 거래 과정을 전자화하여 업무 속도를 향상시켰고, 소비자는 복잡한 금융 업무를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전자상거래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금융사들이 수익을 내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핀테크 시장을 견인한 IT 기업들이 직접 전자결제 시장에 뛰어들면서 결제, 송금, 자산관리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테크핀(TechFin, 2016년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가장 먼저 사용한 용어) 서비스를 주도하고 있다.
이렇게 테크핀 서비스의 혁신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국내 IT 기업들은 AI, 빅데이터를 비롯한 ICT를 금융서비스와 접목하여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주요 플레이어의 테크핀 현황
대표적으로 카카오는 AI를 활용한 챗봇을 통해 비대면 채널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미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를 통해 핀테크 노하우를 축적한 카카오는 비대면 종합 생활 금융 서비스 인프라를 갖추겠다는 목표다.
네이버는 사내독립기업인 ‘네이버 파이낸셜’을 신설하여, 네이버 통장을 비롯하여 대출, 보험의 추천·가입 등 종합금융서비스를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식당에 부착된 QR코드를 모바일로 스캔해 메뉴 확인 및 주문, 네이버페이로 결제까지 하는 ‘비대면 원스톱 주문 툴’을 정식 출시하여 운영 중. 금융과 소비 현장의 니즈를 빠르게 분석하여 다양한 테크핀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LG CNS는 AI, 블록체인, 클라우드 기술을 결합한 '안면인식 커뮤니티 화폐 서비스'를 시범 도입하면서 테크핀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양새다. '안면인식 커뮤니티 화폐'는 AI 안면인식 기술로 직원의 신원을 파악한 후 미리 등록된 블록체인 기반의 커뮤니티 화폐로 자동 결제하는 방식이다. 본사 구내식당에 시범 도입하여 운영 중인 본 서비스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 지원이 시너지를 낼 것
코로나19는 종전의 모든 것을, 특히 접촉과 직접 대면 소통을 전제로 한 경제구조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그러나 언택트(untact) 산업은 4차산업혁명의 시작과 함께 꾸준히 뿌리를 내리며 영역 확장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즉, 위기의 산물이 아니라는 의미다. 테크핀 역시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급속히 발전한 것은 분명하지만 관련 기술과 인프라는 보유하고 있던 터다. 주요 플레이어들과 스타트업이 이미 제반 기술을 보유하고 스케일업을 노리고 있는 지금, 정부의 정책 지원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 김현정 객원기자
- vegastar0707@gmail.com
- 저작권자 2020-07-10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