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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음모론이 활개치는 까닭 로봇 이용해 자동 생성하는 트윗이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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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8년 5월 프로방스 지방의 작은 유대인 마을 라봄에서는 주민들 모두가 떼죽음을 당하는 대학살이 벌어졌다. 그해 가을에는 유대인에 대한 학살이 더욱 확대됐다. 분노에 찬 사람들은 유대인이라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살해하고 심지어 산 채로 불태우기도 했다. 교황 클레멘스 6세가 유대인을 탄압하지 말라는 성명까지 발표했으나 소용이 없을 정도였다.

유대인들이 갑자기 공격의 대상이 된 까닭은 1347년부터 유럽을 휩쓸기 시작한 흑사병 때문이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갑자기 도져 운반할 수레가 부족할 만큼 시체들이 쌓여 나가자 사람들은 희생양을 찾기 시작했다.

그 화살은 평소 신의 뜻을 거스르는 이교도 집단으로 여겨졌던 유대인에게로 향했다. 그 후 유대인들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광기의 대학살이 이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흑사병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예방적 조치로 유대인들을 미리 잡아서 죽이는 마을까지 생겨났다.

현대의 음모론은 SNS를 포함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전파된다는 특징을 지닌다. ⓒ MrJayW(Pixabay)

음모론의 시초를 쫓자면 인류의 초기사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만큼 그 역사가 깊다. 대재앙이 일어나면 평소 손가락질 받던 소수가 그 배후로 지목되는 음모론이 횡행하곤 했다. 특히 흑사병 같은 치명적인 역병은 음모론이 싹트기에는 최적의 토양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첨단 과학기술 시대인 현대의 음모론에는 역사 속의 음모론과 다른 특징이 하나 있다. SNS를 포함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음모론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전파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SNS는 구조적으로 공유에 최적화되어 있지만, 그 구조 자체가 진짜 정보와 가짜 뉴스를 구분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즉, 루머와 거짓말, 음모론을 양산하기에 SNS 만큼 적합한 공간이 없다는 의미다.

공중보건에 해악 끼치는 인포데믹스

이처럼 잘못된 정보나 루머들이 IT 기기나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지는 현상을 ‘인포데믹스’라고 한다. 인포데믹스(Infodemics)는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로서, 정보전염병이라는 의미다.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이 유행할 때 번지는 인포데믹스는 공중보건에 큰 해악이 된다. 백신이 더 위험하다거나 표백제가 가장 좋은 치료제라는 가짜 정보들이 나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3년에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에서는 대량의 잘못된 디지털 정보가 현대 사회의 주요 리스크 중 하나라고 주장한 보고서가 발표되기도 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내용을 올리는 트위터 계정의 약 45%가 사람이 아닌 자동화된 로봇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 게티이미지

그런데 현시대의 음모론을 확산시키는 또 하나의 과학적 특징과 관련된 연구 결과가 최근에 발표됐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 컴퓨터과학과 캐서린 칼린 교수팀은 코로나19와 관련한 내용을 올리는 트위터 계정의 약 45%가 사람이 아닌 자동화된 로봇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주에 발표된 이 연구는 올해 1월부터 트위터에서 코로나19를 언급한 트윗 2억 건 이상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은 봇(bot) 헌팅 장비를 이용해 사람이 도저히 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트윗을 연이어 올리거나 짧은 시간 안에 다른 국가에 접속해 트윗을 올리는 계정을 가려내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처럼 로봇을 이용해 올려진 트윗들에는 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를 받지 않기 위해 마네킹으로 병상을 채워놓고 있다는 식의 음모론도 포함되어 있었다. 또 5세대 이동통신(5G)이 코로나19를 일으키는 ‘SARS-CoV-2’ 바이러스를 생성하고 5G 통신탑이 감염 확산을 촉진한다는 어처구니없는 가짜 뉴스도 이를 통해 확산됐다.

가짜 뉴스 때문에 일어난 방화 사건

실제로 영국과 네덜란드에서는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5G 통신탑 수십 곳이 불타는 화재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영국 경찰 등은 5G 통신탑 화재 현장에 스프레이로 5G 반대 표어가 새겨진 것을 볼 때 코로나19와 관련된 가짜 뉴스 때문에 일어난 방화 사건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개 자연재해나 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이 전개되면 로봇을 동원한 SNS 활동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연구진의 예상보다 2배나 더 많은 로봇 글이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진은 로봇이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트윗들은 대체로 정치적인 선동 문구를 기계적으로 생산해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려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음모론이 판치면 재앙은 더욱더 끔찍해지기 마련이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20-05-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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