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재단에서 진행하는 뇌과학 다섯 번째 강의가 20일 진행됐다. 강웅구 서울대 의과대 교수에 의해 진행된 이번 강의는 ‘의식’에 대한 것이었다. ‘자아의 탄생: 나를 의식하는 나’를 주제로 진행, 강 교수는 의식과 무의식, 의식의 역할과 기능적 측면 등을 들여다봤다.
강웅구 교수는 의식에 대한 이번 강의에 대해 ‘자아의 탄생’ 이라고 소개했다. 이 용어를 사용한 이유는 ‘의식’ 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학계에 다양한 이견이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의식이란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능력으로 받아들여진다.
의미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다소 철학적인 정의다. 그렇다면 과학적으로 의식은 어떻게 정의내릴까. 강웅구 교수는 “임상의학, 특히 신경학적으로 접근하면 의식은 양적인 개념으로 변모한다”며 “자극에 대해 얼마나 선택적이고 목적지향적인 반응을 하는가로 정의된다”고 이야기 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행동주의가 있습니다. 행동주의 심리학은 객관적 관찰과 측정 가능한 것만 대상으로 삼아요. 임상의학 등 실용적 측면에서 유용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의식은 이보다 더 차원 높은 것, 자신의 느끼는 바, 주관적 체험이라는 측면이 있습니다.”
무의식은 우리 뇌에서 정보처리가 '인지' 없이 일어나는 상태
의식을 이야기 한 강웅구 교수는 무의식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강웅구 교수에 따르면 임상의학에서 무의식은 의식이 감소한 혼수(coma) 상태를 의미한다. 강 교수는 “무의식은 우리 뇌에서 정보처리가 ‘인지(awareness)’ 없이 일어나는 상태를 의미한다”며 “무의식이 유명해진 것은 프로이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무심코 저지르는 실수가 무작위적인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심리적 인과론에 의해 설명하고 있어요. 그 원인을 스스로 인지할 수 없다는 의미로 무의식을 만든 것입니다. 이후 정신분석이 발전하면서 무의식 개념은 자연과학적 접근에서 멀어졌지만 프로이트가 본래 의미한 무의식은 현대의 개념과 오히려 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의식의 속성은 과연 무엇일까. 강웅구 교수는 ‘감각질’, ‘지향성’, ‘통합성’, ‘모듈 구조’ 등이라고 이야기 했다. 감각질이라는 것은 현재 자신이 느끼는 체험의 전체라는 의미로 언어적으로 정의되기 어려운 상태를 뜻한다. 즉 의식은 각자 느끼는 인지의 체험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빨간 사과를 두 사람이 보는 체험이다. 두 사람이 같은 빨간 사과를 보고 인식하지만, 실제로 머릿속에는 각각 회색 혹은 파란색으로 인식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개인 안에 들어있는 체험이다. 감각질에 따를 때 인식은 언어로 설명할 수 없기에 과학적으로 혹은 다른 학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난제로 여겨지고 있다.
“그 다음 ‘지향성’에 대해 알아볼까요. 이는 의도성을 의미합니다. ‘의도성(intensional)’은 의식의 중요한 역할이에요. 자기 자신이 주위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동을 기저에 깔고 있음을 뜻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주위로부터 영향을 받는 상태, 즉 주체가 주위 정보를 인식하는 경우에도 의도(intensio)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두 가지 속성을 이야기 한 후 강 교수는 의식의 역할을 설명했다. 우리가 이미 짐작하고 있듯, 의식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정보를 처리할 뿐 아니라, 눈에 비친 대상을 지각하고, 반사 행위를 일으키는 등 다양한 행동을 파생시킨다.
정 교수는 “이러한 의식 대해서는 다양한 쟁점이 논의되고 있다. 의식과 자유의지가 그 중 하나”라며 “우리의 의식이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면 자유의지 문제가 대두되는데, 벤자민 리벳(Benjamin Libet)의 연구는 이 질문에 ‘아니다’ 라고 대답한다”고 이야기 했다.
“리벳의 ‘아니다’ 라는 대답은 자유의지가 행위의 실제 원인이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해석의 여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자유의지란 없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나의 의지를 느끼는 것이 지연될 뿐이다’ 라는 것입니다. 자유의지의 문제는 쉬운 게 아님을 알 수 있죠.”
이 외에도 강웅구 교수는 의식과 정신질환,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 등에 대해 설명을 덧붙였다. 이날 강의는 다른 날의 강의보다 다소 어렵고 심도 깊은 이야기들이었다. 관계자들 역시 의식이라는 주제가 이른바 ‘딱딱한 빵’처럼 씹기 어려운 심오한 주제라고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한 청중들의 집중도는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어려운 만큼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 강의와 토론 한마디 한마디에 더욱 힘을 기울이는 듯 했다.
강의 이후에는 패널들과 함께 토론이 진행됐다. 패널로는 김기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 정두석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전자재료연구단 선임연구원이 참여해 ‘자아란 있다? 없다? 모르겠다?’, ‘인공지능이 자아를 가진다면’ 등에 대한 주제로 철학자와 과학자의 견해를 보여줬다.
이날 강연에 참여한 김병석(41세) 씨는 “의식에 대해 듣는다고 해서 관심을 가졌는데 다른 날보다 어려운 강의였다”며 “그럼에도 흥미로운 지점들이 많았다. 특히 무의식이 의식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재미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한편 다음 강연의 주제는 ‘영화와 만나는 뇌과학’ 이다.
- 황정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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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4-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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