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적 발효식품으로 꼽히는 것이 김치다. 이런 김치의 발효 과정에는 여러 종류의 미생물이 관여하게 되는데, 이 미생물에 대한 유전자 분석이 보다 맛있고 건강에 이로운 김치를 만들기 위한 필수 요소다.
최근 국내 연구팀이 최첨단 유전체 분석기술을 이용, 김치와 젓갈 내 미생물의 특성을 규명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메타지놈(metagenome) 분석’으로 진행돼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메타지놈 분석이란 복잡한 미생물이 함께 섞여 있는 환경에서 각 미생물을 분리하지 않고 한꺼번에 유전체 분석을 수행하는 기법을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발효식품에 대한 메타지놈 분석은 지금까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김치 발효에 박테리오파지 역할이 중요
전체옥 중앙대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메타지놈 분석을 통해 김치 내에 특정 미생물 유전자가 존재하는 것과 그에 따른 특정 발효산물을 생성하게 되는 상호관계를 세계 최초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김치 속 미생물들이 유전자 발현 조절을 통해 김치의 맛과 건강에 대한 기능성을 높이는데 관여하는 과학적 비밀을 풀어가는 실마리를 마련한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안정적인 김치 발효를 위해서는 발효 후반기에 급격히 번식하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확인했다. 이는 향후 김치 연구에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전통발효 미생물 DB 추진
연구팀은 또한 동일한 분석방법을 이용해 국내 대표적 7가지 젓갈(새우젓, 조개젓, 오징어젓, 굴젓, 명란젓, 창란젓, 게젓)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을 분석, 바다에 널리 존재하지만 아직 분리가 되지 않고 있어 학계의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원핵 미생물의 한 종류인 고세균종(Crenarchaeota)들이 상당히 높은 비율로 존재하고 있음도 규명했다.
연구팀은 향후 2012년까지 젓갈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2013년부터는 발효주와 전통 장류에 대한 연구를 추진, 이를 토대로 전통발효 미생물의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완성할 계획이다.
이는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원장 유병린)가 농림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유전체 분석을 활용한 전통발효식품의 기능성 표준화 연구’ 과제이다.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은 이를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오는 2014년까지 총 25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해 오고 있다.
- 김청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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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1-04-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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