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기원을 찾기 위해 1950년대에 시작됐으나 거의 잊혀진 고전적인 실험이 최근 뜻밖의 성과를 낳았다고 뉴욕타임스와 BBC 뉴스 인터넷판이 사이언스지 최신호를 인용 보도했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의 제프리 베이다 교수는 지난해 작고한 스승 스탠리 밀러 교수의 실험실에 쌓여있던 상자들 속에서 고인의 지난 1953년과 1954년 실험 결과물인 갈색으로 말라붙은 찌꺼기들이 담긴 둔 유리병 수백개를 발견했다.
밀러는 시카고 대학에서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해롤드 유어리 교수의 지도 아래 박사 과정을 밟던 당시 암모니아와 메탄, 수소 등 초기 지구의 대기를 구성했던 것으로 믿어지는 기체들과 물을 밀봉된 플라스크에 담고 전기 스파크를 가해 번개가 일으키는 효과를 실험했으며 1주일 만에 단백질 구성물질인 아미노산이 형성된 것을 발견했다.
폭풍 속에 분출하는 화산에서 생명체가 탄생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이 실험은 이후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고전적인 실험으로 평가받으며 단순한 화학 실험으로도 생명의 기원이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그러나 이후 아미노산은 더 이상 복잡한 단백질로 발전하지 않았고 학계의 흥분과 관심도 사라졌다.
오늘날 학자들은 초기 지구의 대기가 밀러-유어리 실험에 사용됐던 것과는 많이 달랐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으며 일부 학자들은 실험이 별 의미가 없었다는 평가까지 내리고 있다.
그러나 베이다 박사는 밀러 교수의 기록을 참조해 가며 원래 실험 장치 중 하나에는 다른 스파크 생성기를 사용하고 다른 하나에는 스파크에 수증기를 주입하는 등 현대식 기술을 이용해 두 가지로 변형시킨 실험을 해 보았다.
그 결과 수증기가 추가된 실험에서는 화산 주위의 석호와 조수웅덩이에 존재했을 것으로 보이는 것으로 보이는 유기물들이 생겨난 것으로 보였다.
밀러 교수는 1953년 논문에서 원래 실험 장치에 의해 5종의 아미노산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지만 베이다 교수 팀은 현대식 기술을 이용해 원래 표본에서 9종의 다른 아미노산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들은 또 수증기를 첨가한 장치에서는 밀러-유어리 실험에서 검출되지 않았던 10종을 비롯, 22종의 아미노산을 발견했다.
베이다 교수는 "이 실험장치는 아직도 새로운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으며 앞으로 또 어떤 것들이 발견될 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밀러 교수가 사용했던 기체들이 초기 지구의 대기와 같았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고 있지만 화산 분출로 방출된 기체들은 실제로 이와 같은 성질을 갖고 있다.
학자들은 전기 스파크가 물 분자를 쪼개 수증기로 만들었으며 이로 인해 광범위한 화학 반응들이 일어날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늘날 학자들은 운석에서 발견된 아미노산의 존재를 근거로 생명의 기원 물질이 우주로부터 날아왔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하지만 베이다 교수는 하늘에서 쏟아진 아미노산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아직도 알 수 없다면서 화산 주변의 조수웅덩이에 아미노산이 고농도로 축적돼 보다 복잡한 화학반응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서울=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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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8-10-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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