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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싱크홀(땅 꺼짐) 사고로 인한 공포감이 퍼지고 있다. 싱크홀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발생 위험이 있는 지역을 분류해 관리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도구가 바로 지질도다. 지질도는 지표를 이루는 암석의 종류, 분포, 시대, 구조, 광산, 화석 등 여러 지질학적 정보가 담긴 ‘땅속 백과사전’이다. 지질도는 어떻게 변해왔을까?
세계 최초의 지질도는 비전문가의 손에서 탄생
지질도는 과거 지층이 어느 곳에서 형성되고 어떤 변화 과정을 겪었는지 알려준다. 또한, 땅속에 어떤 암석들이 분포하고 있고 이것들을 어떻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공한다.
세계 최초의 지질도는 지금으로부터 215년 전. 영국의 한 측량사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지금은 ‘지질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윌리엄 스미스다. 스미스는 측량사로 일하던 과정에서 암석층이 일정한 순서로 쌓이며, 각 지층에는 특정 화석이 포함됨을 깨달았다. 이 발견을 토대로 영국 전역에서 특정 암석의 위치를 추적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후 그는 약 20년 동안 영국 전역을 탐사하며 독학으로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렇게 1815년 인류 최초의 지질도(Geological Map)가 탄생했다. 축척은 1:315,000으로 손으로 직접 채색한 지도였다. 스미스의 업적은 석유 개발, 광업, 운하와 철도 건설 등 실용 분야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지질도의 가치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이다. 2000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연구진은 지질도의 경제적 가치를 분석한 ‘켄터키 지역 상세 지질도의 경제적 이익(Economic benefits of detailed geologic mapping to Kentucky)’이라는 보고서를 펴냈다. 미국지질조사소(USGS)는 1960년부터 1978년에 걸친 현장 조사와 분석을 통해 천연자원 개발에 근거가 될 축척 1:24,000의 상세 지질도를 펴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상세 지질도의 경제적 가치는 1999년의 화폐가치 기준으로 약 33억 5,000만 달러(약 4조 7,724억 원)에 달한다.
아픈 역사 담긴 우리나라의 첫 지질도
서방 국가가 자원 개발을 위해 지질도를 활발히 제작할 즈음, 우리나라에도 첫 지질도가 발간됐다. 일제강점기인 1918년 일본 제국은 조선총독부 산하에 지질조사소를 설립했다. 1924년 조선 지질도 제1집을 펴낸 이후 1938년까지 19집의 조선 지질도를 발간했다. 자원을 수탈하고 철도와 운하를 건설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국내 지하자원 수탈이라는 아픈 역사가 앞서지만, 처음으로 우리 국토에 대한 면밀한 조사 연구가 진행됐다는 점에서는 가치가 높다. 조선 지질도는 광복 후인 1956년 국내 지질학자들에 의해 발간된 축척 1:100만 축척의 ‘대한 지질도’의 모태가 됐다. 또한, 한반도 전체 지질 분포와 지하자원 탐사 등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돼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2022년 찢어지거나 닳아 내용 판단이 어려운 조선 지질도를 약 1년에 걸쳐 복원하기도 했다.
지질도는 용도에 따라 다양한 축척으로 제작된다. 1:5만 축척 지질도는 국가 기본 지질도로 우리나라 전역을 359개 구역으로 나눠 조사·발간된다. 조선 지질도를 시작으로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95%가 발간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올해 100% 완료를 예정하고 있다.
싱크홀 선제 조치 위한 3D 지질도 구축 필요
싱크홀 사고가 지속 발생하며, 전문가들은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빈도를 늘리는 동시에 3차원(3D) 지질도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3차원 상에서 존재하는 땅속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한 3D 지질도 연구는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주로 석유탐사 분야에서 바다 밑 지질의 정확하게 예측해 시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쓰인다.
3D 지질도는 지하 구조에 대한 이해를 높일 뿐만 아니라, 인프라 건설을 위한 기초 자료로 쓰일 수 있다. 도심지 싱크홀 문제도 시추 자료를 이용해 도심지 3D 지질도를 구축하고, 3D 지 지질정보시스템(GIS) 기술을 적용해 재해 예측 시스템을 구축하면, 재해 저감과 사전 예방을 위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세계 선진국의 이미 땅속을 3차원으로 영상화하고, 모든 지질정보자료를 3D GIS에 DB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호주나 캐나다 등 광업 선진국은 광화대 규모에서 광역적 3D 지질도를 구축하고 있으며, 영국은 국토 전체에 대해 각 지자체 별로 3D 지질도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질자원연구원이 2013년부터 국내 대표적 광화대인 남부태백산 광화대를 대상으로 3D 지질도를 구현해 나가고 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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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4-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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