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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현정 리포터
2025-03-20

‘금지’가 최선은 아니다. 스마트폰 제한 정책에 새로운 접근 필요 스마트폰의 부정적 영향 줄이기 위해 학교, 가정, 지역사회가 개입하는 총체적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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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에 스마트폰 사용을 막지 마세요.”

2023년 9월, 영국 버밍엄에 위치한 킹 애드워드 VI 캠프힐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두고 학생과 교사 간의 갈등이 벌어졌다. 학교 측이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정책을 도입했지만, 일부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할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한 것이 원인이다. 

스마트폰 사용 제한에 대해 학생과 학교의 극명한 온도 차를 보인 이 사건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교육 현장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금 불거졌다. 해당 사건이 BBC 뉴스(2023년 9월 15일 자)에서 보도되면서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사용이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논의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것만으로는 스마트폰의 부정적 영향을 해결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Lancet Regional Health –Europe 저널 최신호에 발표됐다. 스마트폰 사용이 청소년 정신 건강과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본 연구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스마트폰 사용 제한 정책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많은 학교에서는 수업 중, 혹은 교내에서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다. ⒸShutterstock

많은 학교에서는 수업 중, 혹은 교내에서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다. ⒸShutterstock

 

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 스마트폰과의 연관성 조사 

최근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 문제는 서구 국가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에서는 8~16세 청소년의 정신 질환 비율이 2017년 12.5%에서 2023년 20.3%로 상승했다. 

이러한 정신 건강 악화의 원인으로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사용 증가가 자주 거론되자 많은 국가들이 학교에서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실제로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과 생활 습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영국 버밍엄 대학교 연구팀은 SMART Schools 연구를 통해 학교의 휴대전화 사용 정책과 청소년 정신 건강 간의 관계를 조사했다.

SMART Schools 연구는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영국 내 30개 중등학교에서 진행된 횡단 관찰 연구다. 조사 대상이 된 학교 중 20개 학교가 학생들의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제한적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나머지 10개 학교는 학생들이 특정 시간이나 구역에서 자유롭게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연구에는 12~15세 청소년 1,227명이 참여했으며, 연구진은 이들의 정신 건강을 평가하기 위해 Warwick-Edinburgh 정신 웰빙 척도(WEMWBS)를 사용했다. 또한, 스마트폰 및 소셜 미디어 사용 시간, 수면 습관, 신체 활동 수준, 학업 성취도, 교실 내 방해 행동 등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데이터 분석에는 '혼합 효과 선형 회귀 모델'이 사용되었으며, 학교 정책 유형과 참가자들의 정신 건강 및 생활 습관 간의 연관성을 평가했다.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가 청소년들의 정신건강과 학업성취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Gettyimgesbank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가 청소년들의 정신건강과 학업성취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Gettyimgesbank

 

교내 스마트폰 사용 제한, 유의미한 효과 없어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학교와 허용하는 학교 사이에서 학생들의 정신 건강 수준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이 사용한 Warwick-Edinburgh 정신 웰빙 척도(WEMWBS) 점수를 비교한 결과, 제한적 정책을 시행하는 학교의 학생들이 평균적으로 47점, 허용하는 학교의 학생들이 평균적으로 48점을 기록했다.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아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다고 해서 정신 건강이 개선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 연구진은 학생들의 스마트폰 및 소셜 미디어 사용 시간을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제한적 정책을 시행하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평균 0.67시간(약 40분) 감소했으며, 소셜 미디어 사용 시간도 평균 0.54시간(약 32분)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감소가 방과 후 혹은 주말 동안의 스마트폰 사용 증가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즉, 학교에서의 사용 시간이 줄어든 만큼 학생들은 방과 후나 주말에 더 오랜 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이를 보상하는 패턴을 보였다. 따라서 스마트폰 및 소셜 미디어 사용 총 시간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로 인한 이용 시간 감소가 방과 후 혹은 주말 동안의 스마트폰 사용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Shutterstock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로 인한 이용 시간 감소가 방과 후 혹은 주말 동안의 스마트폰 사용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Shutterstock

 

스마트폰 사용 시간과 생활 습관, 학업 성취도의 연관성 높아

또한, 연구진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학생들의 생활 습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많을수록 불안과 우울 수준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증가할수록 학생들은 더 높은 불안(GAD-7)과 우울(PHQ-9) 점수를 기록했으며, 이러한 패턴은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유지되었다. 이는 스마트폰 사용 그 자체보다는 사용 방식이나 사용 이유가 정신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학업 성취도와 교실 내 행동 측면에서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증가할수록 학생들의 영어 및 수학 성취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었으며, 교실에서 방해 행동(disruptive behavior)이 증가하는 패턴도 확인되었다. 이는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이 집중력을 저해하고, 학습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외에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많을수록 수면 시간이 줄어들고, 수면의 질이 저하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많은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수면 시간이 20~30분가량 짧았으며, 수면 효율도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스마트폰 사용이 늦은 밤까지 이어질 경우, 청소년들의 자연스러운 수면 리듬이 깨지고 전반적인 수면의 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사용, 단순한 금지는 효과 없어 포괄적 개입 전략으로

논문 주 저자인 빅토리아 굿이어(Victoria A. Goodyear) 버밍엄대학교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금지하는 정책이 현재 형태로는 학생들의 정신 건강이나 생활 습관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사용 시간이 증가할수록 정신 건강과 학업 성취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단순한 금지 정책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사용에 대한 보다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개입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스마트폰 및 소셜미디어 사용의 유형과 목적을 더욱 세밀하게 분석하고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5-03-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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