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세계에서 똑똑한 수컷은 짝짓기할 암컷을 찾고 새끼를 낳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실제로 머리 좋은 수컷이 짝짓기 경쟁에서 이기고 더 많은 후손을 남긴다는 사실이 물고기 실험에서 확인됐다.
호주국립대(ANU) 이반 비노그라도프 박사팀은 26일 과학 저널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Nature Ecology and Evolution)에서 수컷 모기고기(mosquitofish)의 지능을 테스트하고 이들의 짝짓기와 새끼 수를 조사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비노그라도프 박사는 "연구 결과 모기고기 지능은 먹이를 찾거나 포식자를 피하려는 욕구뿐 아니라 사랑을 찾는 복잡한 도전에 의해서도 좌우된다"며 "'성적 선택'(sexual selection)이라는 이런 현상이 더 나은 인지능력 진화의 원동력이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주로 중앙아메리카에 서식하고 현재는 전 세계에서 볼 수 있으며, 모기 유충을 잡아먹어 모기고기(Gambusia holbrooki)로 불리는 작은 물고기의 수컷들을 이용해 지능과 성적 선택에 따른 번식 능력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먼저 미로 탐색, 투명 장벽 우회하기, 다양한 색깔의 여러 장소 기억하기 등 수중 실험을 통해 수컷 모기고기의 인지 능력을 테스트하고, 이들을 11개의 야외 연못에 배치해 짝짓기 경쟁을 하게 했다. 암컷 모기고기들은 여러 번 짝짓기하기 때문에 수컷 정자 경쟁이 치열하며 이들은 여러 수컷의 새끼를 낳게 된다.
실험에서 암컷들이 낳은 새끼 2천430마리의 유전자형을 분석해 친부 관계를 조사한 결과, 지능 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수컷들이 지능이 낮은 수컷들보다 더 많은 암컷과 짝짓기하고 새끼를 더 많이 낳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억제력이 뛰어나고 공간 학습 능력이 좋은 수컷이 훨씬 많은 새끼를 낳은 반면 초기 충동 억제 능력이 뛰어난 수컷은 새끼 수가 훨씬 적었다.
비노그라도프 박사는 동물 지능 진화는 문제 해결 능력이 생존에 유리해 나타나는 자연 선택이 원동력으로 여겨져 왔으나 이 연구는 똑똑한 게 이성에게 매력 요소로 작용해 나타나는 성적 선택이 지능 진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마이클 제니언스 교수는 "똑똑한 수컷이 짝짓기 기회를 잡는 데 우위를 점한 것 같다"며 "암컷이 똑똑한 수컷을 선호했거나 똑똑한 수컷이 암컷을 쫓아다니며 강제로 짝짓기하는 데 더 능숙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명확히 밝혀내기 위해서는) 수컷을 더 자세히 관찰하고 똑똑한 수컷과 덜 똑똑한 수컷들의 짝짓기 행동이 어떻게 다른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출처 : Nature Ecology and Evolution, Ivan Vinogradov et al., 'Paternity analysis reveals sexual selection on cognitive performance in mosquitofish',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9-025-02645-3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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