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이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뇌질환연구단 김은준 단장 연구팀은 자폐 유발 유전자로 알려진 'Dyrk1a' 유전자 결손이 자폐스펙트럼장애 증상을 일으키는 원리를 규명하고, 리튬이 신경 손상을 복구해 이상 행동을 정상화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23일 밝혔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 결여, 반복·과잉 행동, 지적·불안 장애 등 증상을 보이는 뇌 발달 장애다. 유전적 요인이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관련 유전자가 1천여개에 이를 정도로 다양해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사람의 21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Dyrk1a는 다운증후군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로도 알려져 있다. Dyrk1a 돌연변이는 언어발달 장애, 지적 장애, 소두증(작은머리증) 등 증상을 동반한다. 연구팀이 Dyrk1a 유전자가 결손난 생쥐의 신경세포 구조와 흥분성 시냅스(신경세포 간 연접부위) 기능, 뇌 크기 등 변화를 분석한 결과 시냅스의 밀도와 흥분성 시냅스의 기능이 줄어들고 신경세포 가지 구조가 축소된 모습이 확인됐다. 또 세포 내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엠토르'(mTOR) 경로를 억제해 뇌 성장과 신경세포 발달이 저하되고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Dyrk1a 유전자 결손 생쥐는 불안 행동이 크게 늘며 어미를 더 빈번하게 찾았고, 수컷의 경우 구애 행동의 빈도·복잡성이 줄어드는 등 사람의 자폐와 유사한 증상을 보였다. 이에 연구팀은 엠토르 경로의 활성을 높일 수 있는 리튬을 생쥐 유년기 동안 투여한 뒤 성체 시기까지의 경과를 관찰했다. 리튬은 흔히 조울증이라고 불리는 양극성 장애의 치료제로도 널리 쓰인다.
관찰 결과 신경전달과 신경세포의 구조, 자폐적 행동 증상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었을 뿐만 아니라 소두증도 치료되는 놀라운 결과를 보였다. 특히 유년기 단기간의 리튬 투여 효과가 성체 시기까지 이어졌는데, 이는 리튬이 신경학적 문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뇌의 장기적인 구조적·기능적인 복구까지 가능하게 함을 보여준다.
공동 제1 저자인 노준엽 선임연구원은 "리튬은 신경 연결과 시냅스 기능의 불균형을 조절하고, 뇌의 신호 전달 체계를 안정시켜 뇌 속 교통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은준 단장은 "리튬 투여 효과가 성체 시기까지 지속된 것은 자폐증을 조기 진단한 후 단기적 약물 치료를 통해 자폐증을 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고무적인 결과"라며 "리튬은 양극성 장애 등 다양한 정신과적 장애 치료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그 효과와 안정성에 대한 임상 경험이 풍부한 만큼, 환자 맞춤형 자폐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분자 정신의학' (Molecular Psychiatry)' 지난 5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4-12-26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