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노벨 어셈블리는 202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University of Massachusetts Medical School의 빅터 앰브로스 교수(Prof. Victor Ambros)와 Harvard Medical School의 개리 러브컨 교수(Prof. Gary Ruvkun)에게 공동으로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는 동일한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세포 유형은 근육세포, 신경세포 등 다양하게 나뉜다. 이는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을 통해 각 세포 유형에 맞는 유전자만 선별적으로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앰브로스와 러브컨은 1993년 C. elegans 선충 연구에서 microRNA라는 새로운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을 발견했는데, microRNA는 mRNA 번역을 억제하거나 mRNA를 분해하여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전사 인자 중심의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차원의 조절 방식이었는데, 이후 수많은 microRNA가 밝혀지며 이들이 다양한 생물학적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microRNA 초기 연구부터 해당 분야를 이끌던 과학자들
앰브로스 교수와 러브컨 교수의 발견이 처음부터 주목받았던 것은 아니다. microRNA 연구가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유전자 조절에 대한 이해도도 따라 증가했다. 2024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두 사람은 microRNA 연구의 초기 단계부터 해당 분야를 이끌던 과학자들로, 노벨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즉, 이번 노벨상은 이들의 선구적인 업적을 인정하고, microRNA 연구가 생물학과 의학 분야에 미친 지대한 영향을 인정하는 것이다.
앰브로스 교수와 러브컨 교수는 2002년 노벨상 수상자 로버트 호르비츠 교수(Prof. Robert Horvitz)의 연구실에서 C. elegans 선충을 연구하며 lin-4와 lin-14 유전자 돌연변이체를 분석했다. 앰브로스 교수는 lin-4가 lin-14를 억제한다는 것을 분석해냈지만 자세한 메커니즘은 알 수 없었다. 이후 앰브로스 교수는 lin-4 유전자가 단백질을 코딩하지 않는 작은 RNA 분자를 생산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러브컨 교수는 lin-14 유전자 발현 조절 메커니즘을 연구했는데, lin-4에 의한 억제가 mRNA 생산 단계가 아닌 단백질 생산 단계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밝혔다. 두 연구자가 서로의 연구 결과를 비교 분석하자, lin-4 RNA 서열이 lin-14 mRNA의 상보적 서열과 일치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통해 lin-4 microRNA가 lin-14 mRNA에 결합하여 단백질 생산을 억제한다는 새로운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이 규명된 것이다.
사실 이 발견은 당시 과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C. elegans에서 관찰된 이 현상이 다른 생물에서도 일반적으로 나타나는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 러브컨 교수 연구팀이 let-7 microRNA를 발견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let-7은 진화적으로 보존된 microRNA였으며 이후 수많은 microRNA가 밝혀지면서 microRNA 조절 메커니즘이 복잡한 생물체에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의 유전자 역시 대부분 microRNA의 영향을 받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연구 의의 및 향후 전망
1960년대에는 전사 인자가 DNA의 특정 부위에 결합하여 mRNA 생성을 조절한다는 메커니즘이 밝혀졌는데, 이를 통해 유전자 조절의 기본 원리가 밝혀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1993년 앰브로스 교수와 러브컨 교수의 연구 결과는 이를 뒤엎는 새로운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을 제시했기에 연구적으로도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 즉, 앰브로스 교수와 러브컨 교수의 발견은 유전자 발현 조절에 대한 이해를 크게 확장시킨 셈이다. microRNA라는 새로운 차원의 조절 기작이 밝혀지면서 이를 통해 세포와 조직 발달, 생리적 기능 조절 등 다양한 생명 현상에서 microRNA의 핵심적인 역할이 규명되었다.
특히 microRNA 조절 이상이 암, 당뇨, 자가면역 질환 등 다양한 질병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microRNA 연구는 질병 진단 및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microRNA의 원리를 이용하여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에 대한 RNA 치료제 역시 개발되고 있다. 최근 간암이나 고지혈증 등을 비롯한 여러 질환을 제어할 수 있는 치료제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또한 microRNA가 진화적으로 보존된 메커니즘이라는 점에서, 이를 통해 생물 진화의 새로운 차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microRNA 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며, 이를 통해 생명 현상에 대한 이해가 한층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4-10-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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