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김민재 리포터
2024-06-12

우리 냥이는 무슨 꿈을 꿀까? 동물들은 어떤 꿈을 꿀까?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동물도 사람처럼 꿈을 꿀까?

과연 동물들도 사람처럼 꿈이라는 것을 꿀까?

오래된 질문이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확실한 답을 알 수 없다. 동물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위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주 오래된 저서 ‘수면과 불면에 관하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그의 저서에서 “수중, 공중, 육상 등 거의 모든 동물이 수면을 취하는 것이 분명하게 관찰된다"라고 주장했다. 그의 또 다른 저서 ‘동물론(historia animalium)’에서도 말, 개, 소, 양, 염소, 모든 태생 사족동물도 꿈을 꾸는 것으로 보인다고 저술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개는 자면서 짖음으로써 꿈을 꾸는 것으로 보인다고 기술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연구 방법이 정교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참고로 그의 저작물 중 25% 정도가 동물에 관련되었을 정도로 그는 동물 연구에 진심인 편이었다.

이를 종합해 보면 ‘동물의 꿈’에 갖는 궁금증과 이를 파헤치기 위한 노력이 역사적으로 오래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우리는 동물에게 꿈을 꾸는지 물어볼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동물이 꿈을 꾼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관찰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불가능해 보이는 이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하는데, 하나는 ‘수면 주기의 여러 단계에서 동물의 신체적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의 ‘수면 중 뇌 활성이 우리의 수면 중 뇌 활성과 유사한지 확인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어떤 동물이 꿈을 꿀까?

잠은 인간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매우 중요한데, 1989년 연구에 따르면 수면이 박탈된 쥐는 결국 생을 마감한 결과도 있다. 수면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해마 활동, 빠른 안구 운동 등으로 특정되는 ‘꿈’이 나타난다. 인간이 꾸는 꿈은 통상적으로 학습, 기억, 그리고 아주 어린 시절에는 신경 연결의 발달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꿈을 꾸는 현상은 인간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모든 포유류가 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고래류(고래, 돌고래 등)는 독특한 방식으로 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는 새나 파충류도 꿈을 꾼다고 알려져 있다. 호주의 한 연구진은 파충류의 활동 연구를 통해 뚜렷한 수면 주기를 갖는 다른 유기체와 유사한 뇌파 패턴을 파충류에서도 발견했는데, 이러한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파충류, 조류, 포유류가 모두 꿈을 꾼다는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하다.

이러한 연구를 종합해 보면 파충류, 조류, 포유류가 모두 꿈을 꾼다는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하다. © GettyImages

그리고 이러한 모든 연구가 과학적으로 사실임이 입증된다면, 세 종의 공통된 조상, 즉 양막을 공유했던 공룡도 꿈을 꾸었을 가능성이 큼을 의미한다. 따라서 꿈의 역사는 대략 3억 5천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렘수면이란?

독일 콘스탄츠 대학 행동 생태학자 다니엘라 뢰슬러는 실험실 상자 안에 살고 있는 새끼 깡충거미들의 행동에 주목했다. 거미들은 거미줄에 매달려 밤을 보내고 있었는데 연구진은 이따금 거미의 다리가 말리거나, 거미가 줄을 뽑아내는 부위에 경련이 일어남을 발견했다. 뢰슬러는 이러한 거미의 행동이 렘수면(REM: rapid eye movement sleep 수면 혹은 급속 안구 운동 수면이라고 부름; 깨어 있는 것에 가까운 얕은 수면이며 안구의 빠른 운동에 의해 구분된 수면의 한 단계)과 매우 흡사하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동물들도 렘수면을 경험함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강조한다.

참고로 렘수면은 급속 안구 운동 이외에도 뇌 활동과 호흡 증가, 심박수 증가, 골격근의 일시적 마비, 주기적인 신체 경련 등의 기타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1953년 잠자는 영아에서 처음으로 관찰된 렘수면은 고양이와 생쥐, 말 등 다른 포유류에서도 포착됐다. 전체 수면의 약 20%에 해당하는 렘수면은 꿈을 꾸는 수면의 한 단계로, 정상적으로 이 단계에 접어든다면 근육 등이 일시적으로 마비가 된다.

전체 수면의 약 20%에 해당하는 렘수면은 꿈을 꾸는 수면의 한 단계로, 정상적으로 이 단계에 접어든다면 근육 등이 일시적으로 마비가 된다. © GettyImages

우리는 인간이 주로 렘수면 단계에서 꿈을 꾼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렘수면 때 꾸는 꿈은 렘수면이 아닐 때보다 훨씬 생생하다. 여기서 동물이나 곤충들이 렘수면을 갖는다고 가정하면, 씨앗만큼 작은 거미의 뇌도 꿈을 꿀 수 있을까?

최근 뢰슬러와 동료들은 거미의 망막 회전과 관련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34마리의 거미를 카메라로 촬영해 보니, 거미에게서 렘수면으로 보이는 상태가 약 17분 간격으로 관찰된 것이다. 특히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는 현상은 렘수면으로 보이는 상태에서만 나타났다. 반면, 야간에 나타나는 거미의 몸 흔들기, 다리 뻗기, 거미줄 재조정하기, 다리에 있는 털로 몸을 털어내기 등의 행동을 할 때는 안구의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팀은 렘수면으로 보이는 이 상태가 거미의 실제 수면 상태라는 것까지는 증명해 내지 못했다. 뢰슬러는 거미가 정말 잠을 자고 ‘렘수면처럼 보이는 상태’가 진짜 렘수면으로 밝혀진다면, 거미도 꿈을 꿀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녀에 따르면 시각적 능력이 뛰어난 거미가 낮에 받아들인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으로 꿈을 활용하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집 강아지나 고양이는 무슨 꿈을 꿀까?

1950년대 후반부터 사람들이 꿈을 꾸는 동안에는 운동 활동이 억제된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발표되기 시작했다. 또한, 렘수면(급속 안구 운동) 동안에는 보통 근육이 마비된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꿈에 대한 과학적 관심이 증폭되기 시작한다.

우리 냥이는 무슨 꿈을 꿀까? © GettyImages

1959년, 프랑스 연구자 미셸 주베(Michel jouvet)와 쟝프랑소아 델로르메(Jean-François Delorme)는 고양이가 꿈을 꾸는 동안 운동 활동을 억제하는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연구를 수행했다.

뇌의 구조 © GettyImages

이들은 고양이의 뇌에서 뇌간의 일부인 폰(Pons, 뇌교)을 제거하면, 원래 렘수면 상태에서 억제되어야 하는 고양이의 운동 활동이 억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상태를 ‘무 운동성 렘수면’ 혹은 ‘REM-A’라고 불렀는데, 이 경우 고양이들은 가만히 누워 있는 대신 걸어 다니거나 공격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이 연구 결과는 폰(Pons, 뇌교)의 손상으로 고양이의 운동 신경이 차단되지 못해 운동 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사실 이 순간 고양이는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의 연구에서도 비슷한 행동이 발견되었다.

고양이들은 꿈을 꿀 때 등을 굽히거나 ‘쉿’ 소리를 내기도 하고, 싸움이나 사냥처럼 보이는 행동들을 하기도 한다. 이는 고양이가 그러한 행동을 기억하고 꿈속에서 생존을 위한 방법을 더 학습하기 위한 방법으로 꿈을 활용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한다. 어떤 고양이는 꿈을 꿀 때 쥐를 쫓는 것 같은 포식자 공격과 동일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으며, 이는 개에서도 비슷한 꿈의 활동이 관찰되었다.

어떤 고양이는 꿈을 꿀 때 쥐를 쫓는 것 같은 포식자 공격과 동일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으며, 이는 개에서도 비슷한 꿈의 활동이 관찰되었다. © GettyImages

이렇게 실험을 통해서 밝혀진 결과를 기반으로 실제로 고양이가 꿈을 꾼다고 간주할 수 있을까? 사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인간은 보통 꿈을 꾸는 동안에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힘들지만(간혹 이를 인지하는 경우도 있음), 잠에서 깨고 나면 곧바로 깨닫게 된다. 하지만 동물이 꿈을 꾸는 것이 것이 그들에게 어떻게 비치고 반응하며, 표현형으로 나타나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꿈을 들여다보는 또 다른 방법

신체적 움직임만이 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우리는 동물이 자는 동안 뇌세포의 전기적, 화학적 활동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 2007년 MIT의 과학자 켄웨이 루이스(Kenway Louise)와 매튜 윌슨(Matthew Wilson)은 기억의 형성과 처리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뇌의 해마 부위 뉴런 활동을 기록했다.

연구자들은 쥐가 미로에서 달리는 동안의 뇌세포 활동을 기록한 후, 쥐가 잠을 자는 동안의 뉴런 활동도 관찰했는데, 달리기 중과 렘수면 중에 동일한 발화 패턴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마치 쥐들이 잠을 자는 동안에도 마음속으로 미로를 달리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는데, 이 결과는 매우 명확해서 연구진은 쥐가 꿈속 미로에서의 위치를 유추하고 실제 미로에서의 정확한 지점에 매핑할 수도 있었다고 한다.

시카고 대학교의 생물학자 아미쉬 데이브(Amish Dave)와 다니엘 마골리쉬(Daniel Margoliash) 역시 금화조(Zebra finch)의 뇌를 연구한 결과 새도 다른 동물들과 비슷하게 꿈을 꿀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데이브와 마골리쉬는 금화조가 활동하는 동안의 뉴런 전기 패턴을 시간에 따라 정리하고 조합했다. 그리고 난 후 새들이 잠들었을 때의 뉴런 전기 패턴을 다시 살펴보았는데, 놀랍게도 새가 노래를 할 때와 같은 뉴런 전기 패턴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서 연구진은 금화조가 잠을 자는 동안 꿈속에서 노래를 연습하고 있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려동물과 꿈에 대한 흥미로운 추가 사실

일반적으로, 고도로 진화한 생명체는 덜 진화한 생명체보다 꿈꾸는 빈도가 적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의 꿈꾸는 시간은 덜 진화한 생명체들보다 더 길다. 예를 들어, 파충류는 수면 시간 동안 350번이나 꿈을 꾸지만, 인간은 하룻밤에 많아야 5번 정도의 꿈을 꾼다. 보통 인간의 꿈의 주기는 한 시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인간은 하룻밤에 많아야 5번 정도의 꿈을 꾼다. © GettyImages

보통 큰 개는 작은 개보다 꿈을 더 오래 꾸지만, 인간과 비슷하게 꿈의 빈도는 더 적다. 어린 강아지와 새끼 고양이는 성체보다 더 많은 꿈을 꾸는데, 이는 꿈이 신경 경로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질적 렘수면이 부족한 동물과 사람은 과민, 인지 기능 장애, 체중 증가 등 여러 가지 심리적·신체적 장애를 경험한다. 또한, 사람을 포함하여 개, 고양이 등 동물은 꿈을 꾸는 동안 움직임을 억제할 수 없는 상태에서, 꿈을 꾸고 있는 그대로 행동하여 결국 신체적 상해의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이를 렘수면행동장애(rapid eye movement sleep behavior disorder)라고 부른다.

어린 강아지와 새끼 고양이 역시 성체보다 더 많은 꿈을 꾸는데, 이는 꿈이 신경 경로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를 통해서 신경 경로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된다. © GettyImages

한쪽 눈을 뜨고 자는 포유류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고래목 포유류가 있는데, 이들이 얼마나 많은 꿈을 꾸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고래목 포유류는 완전히 잠을 자지는 않으며 뇌의 한쪽을 끄고 다른 한쪽은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능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고래가 숨을 쉬기 위해 의식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인데, 고래류는 바다에서 잠을 자고 꿈을 꾸기 때문에 의식을 잃으면 익사할 위험에 처한다. 이 때문에 고래류는 한 쪽 눈을 뜨고 뇌의 한쪽을 항상 깨어있는 상태로 잠을 잘 수 있게 진화해 온 듯 보인다. 이는 인간과 다르게 진화한 점인데, 인간을 포함한 다른 육상 동물은 보통 의식적으로 호흡하지 않기에 뇌를 끄고 자유롭게 꿈을 꿀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면 방식 때문에 고래류의 무의식 부분이 꿈을 꾸고 있는지 명확하게 관찰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4-06-12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발행인 : 조율래 / 편집인 : 김길태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길태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