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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전쟁이 아동 발달에 미치는 영향 전쟁으로 인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뇌의 발달과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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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현재 무려 110여 곳에서 무력 분쟁 중

현재 세계는 대략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폭력적 분쟁을 경험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가자지구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비롯하여 이스라엘-이란 전쟁 등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 유럽 전역에서 최소 110건의 무력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전쟁의 대부분은 도시와 민간인 밀집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무차별적인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민간인, 학교, 병원, 어린이 보호소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폭력적인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이들이다. © Getty Images

폭력적인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이들이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어린이들이 현대 분쟁의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으며 분쟁 지역의 어린이들은 ‘불균형적으로’ 피해를 받으며 자라고 있다고 거듭 경고한다. 특히 전쟁 지역에 사는 많은 어린이들은 삶의 터전이 있는 분쟁 지역을 떠나거나, 일부는 무장한 상대국의 군인들로 인해서 크나큰 정신적, 신체적 학대를 당하기도 한다.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어린이들의 발달 지연

직접적인 신체적 학대가 없더라도 무력 분쟁 지역의 어린이들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우크라이나 최전선 지역의 어린이들은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2년간 대략 최소 4~7개월에 해당하는 기간을 지하 대피소에서 보내고 있다. 또한 전쟁이 계속되면서 사랑하는 가족 및 친구들과의 이별을 겪으며 큰 두려움, 슬픔을 겪고 있다. 이 역시 어린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략 40%의 어린이들은 심지어 학교에도 다니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 상황이 향후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불균형적인 정신 건강 문제로 발현될 수 있으며, 이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뇌의 발달 방식을 영구적으로 바꿀 수 있고, 그 영향은 성인이 될 때까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는 심리사회 복지사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어린이들의 발달 역시 심각하게 지연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 Getty Images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어린이들의 발달 역시 심각한 수준으로 지연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신경과학자 크리스토프 아나커(Christoph Anacker)는 과학적 증거가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한다. 아나커는 ‘어린 시절의 스트레스 요인은 성인기의 발달과 신경 회로 기능, 특히 스트레스 반응과 관련된 신경 회로 기능에 특정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하며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편도체에서 스트레스와 공포 반응을 변화시켜 성인기에 스트레스에 더 취약하도록 뇌를 프라이밍(Priming) 한다’고 설명한다.

참고로 프라이밍 혹은 프라이밍 효과는 특정 자극에 노출된 개인이 그 연관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해당 자극이 후속 자극에 대한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하며, 보통 이러한 자극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단어나 이미지와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1980~2017년까지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분포도, 전쟁 및 분쟁 지역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분포도가 압도적으로 많음을 알 수 있다. ©Charlson et al. 2019

그는 어린 시절 역경을 경험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반응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이 더 자주 분비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더 큰 문제는 이를 경험한 어린이는 나중에 불안 및 우울 장애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1980~2017년까지의 우울증 환자 분포도, 이 역시 전쟁 및 분쟁 지역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 Charlson et al. 2019

물론 전쟁을 경험한 개인이 어린아이든 성인이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항상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성인의 뇌는 가소성(plasticity: 힘을 가하여 변형시킬 때 영구 변형을 일으키는 물질의 특성)이 적기 때문에 스트레스 요인에 훨씬 더 탄력적이다. 반면에 어린이의 뇌는 이에 훨씬 더 취약하다.

전쟁을 경험한 어린이는 나중에 불안 및 우울 장애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 Getty Images

 

최전선에서 어린이와 보호자를 지원하는 심리학자들

어린 시절의 뇌는 소위 매우 민감한 발달 시기를 거친다. 포격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한 과도한 자극이나 가족과의 이별, 사회적·정서적 자극 부족과 같은 슬픔, 박탈감은 근본적으로 뇌를 다시 구성할 수 있다. 또한, 성인이 되었을 때 어린 시절 트라우마의 영향을 되돌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민감한 발달기에 있는 아이들이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민감한 발달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Getty Images

이에 전쟁의 최전선에서 어린이와 보호자를 지원하며 활동하는 심리학자들이 있다. 특히, 유니세프는 우크라이나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의 초기 생애 스트레스 요인의 장기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이들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며, 슬픔과 이별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본적인 대처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이들의 대처법 대부분은 간병인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물론, 전시에서 간병인이 된다는 것은 역시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간병인의 스트레스 해소 여부 역시 어린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전쟁의 최전선에서 어린이와 보호자를 지원하며 활동하는 심리학자들이 있다. 특히, 유니세프는 우크라이나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의 초기 생애 스트레스 요인의 장기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Getty Images

긍정적인 점은 이 프로그램이 실질적인 도움이 더 필요한 어린이와 가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다른 분쟁 지역 어린이들은 동일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기에 또 다른 불균형이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면, 간병인이나 심리학자들이 비교적 많이 활동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등지에서는 피해 아동과 가족에 대한 데이터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가자, 예멘, 남수단 등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전쟁 지역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해 문제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조차 파악할 수 없다. 또한, 이러한 대부분의 분쟁 지역에서는 보호가 필요한 아동들이 자금 부족 등의 원인으로 인해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관련 연구 바로 가기  -  "New WHO prevalence estimates of mental disorders in conflict setting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WHO의 분쟁 지역 및 환경에서의 정신 건강 유병률 추정치: 체계적인 검토 및 메타 분석", Charlson et al. 2019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4-05-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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