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우리를 배신하는 일기 예보
매우 추운 날, 가벼운 재킷을 입고 나가는 당신. 이럴 때는 종종 일기 예보 탓을 하곤 한다. 우리나라는 그래도 양호하다. 미국은 대기 상승기류와 수증기가 충돌하며 열대 저기압이 형성되고, 지면이 쉽게 달궈지는 대표적인 나라이다. 이런 지역은 허리케인이 발생하기 쉽다. 이처럼 대재앙에 관련된 일기 예보와 이에 대한 경고는 반드시 정확해야 한다. 일기 예보와 함께 적절한 경고를 받지 못하여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최악의 경우 부상 또는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과학자들 중 계산에 가장 능하다는 기상학자들과 슈퍼컴퓨터를 중심으로 예측되는 일기예보는 왜 종종 부정확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일까? 물론 기상학자들도 일기 예보가 가끔 틀릴 수 있음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발달한 기술을 갖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왜 정확한 일기 예보를 도출하지 못하는 것일까?
물론 한 가지 분명히 할 점이 있다. 100%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현대의 기상 기술과 기상학자들의 계산 도구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항목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도로 전문화된 슈퍼컴퓨터의 발전 덕분에 지난 20년 동안 예보의 정확도가 꾸준히 향상되었으며, 3일까지 예측하던 과거의 일기 예보와 비교하여 현재는 기본적으로 5일 이상 가능해지고 있다.
일기 예보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대부분의 나라에서 일기예보는 기상청이 담당한다. 세계 각국의 기상청 일기 예보 과정이 동일하진 않지만 대부분의 경우 일기 예보가 나오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친다. 우리나라 기상청의 경우 보통 관측, 기상 정보 통신, 수치 예보 모델의 활용, 예보, 그리고 통보 및 활용의 과정을 거쳐서 일기 예보를 준비한다.
관측은 일기 예보에 이용되는 가장 기본적인 자료를 모으는 작업으로 땅, 바다, 하늘에서 다양한 장비로 날씨를 관찰하는 작업이다. 지상에서는 풍향, 풍속, 기온, 습도, 강수량, 구름양, 구름 높이, 안개 등 땅에서 관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관측한다. 해양 기상관측은 바다에서 만들어지는 날씨 상황을 관찰하고 일기예보를 발표할 때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다. 또한, 고층기상관측은 높이에 따라 달라지는 공기의 성질을 파악하기 위한 관찰을 실시한다.
전국의 기상 정보 통신과 레이더로 날씨를 관찰하고 기상 위성을 통해 우주에서도 지구 날씨 변화를 관측한다. 이렇게 수집한 관측 결과물은 전 세계 180여 개의 국가와도 실시간으로 기상 자료를 교환한다. 이후 슈퍼컴퓨터를 통해 국내·외에서 모은 자료를 빠르게 분석하며 다양한 예상 일기도 제작을 준비한다.
특히 수치예보 모델은 일기 예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로, 다양한 관측 자료로부터 미래의 공기 움직임과 날씨를 시간마다 예측하는 작업이다.
수치 예보 모델을 통해서 얻어진 결과를 기반으로 초단기 예보(발표 주기 1시간), 단기예보(발표 주기 3시간), 중기예보(발표 주기 12시간), 그리고 장기예보(1, 3개월 전망)등을 지역별로(우리나라의 경우 전국을 12개 구역으로 나누어 예보) 실시한다. 이를 기반으로 엘니뇨, 라니냐 전망, 기온 및 강수 확률 등 다양한 기후 전망을 예측한다.
기상학자들이 사용하는 모델
기상학자들은 슈퍼컴퓨터를 사용하여 우주, 대기 및 지상 기상 시스템의 위성 영상에서 수집한 수십억 개의 데이터를 분석하며 복잡한 모델링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여러 개별 모델을 조합하여 최적의 모델로 일반화하는 앙상블 기법(Ensemble Learning)을 활용하여 수치 기상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대기 상태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를 매핑하고, 방정식을 풀며 현재 기상 조건을 처리함과 동시에 대기가 어떻게 변화할지 계산하고 예측한다.
기상학자들은 종종 정확한 예보를 도출하기 위하여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최대 50회까지 실행하며, 50번의 시도 중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는 한두 가지에 불과할 때도 있다. 바로 이 때문에(복잡한 대기의 상태와 날씨 패턴의 유형에 따라) 최대 일주일 정도까지만 보다 정확한 지역 예보가 가능한 셈이다. 특히 갑작스러운 뇌우 등은 매우 국지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에 기상학자들이 날씨를 정확히 예측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기상 모델은 기상학자들이 인접한 구역을 기반으로 대기의 한 구역에 대해 예측하는 ‘그리드’ 안에서 작동하는데, 한 구역에서 갑작스러운 뇌우가 발생하면 기상학자들은 뇌우를 유발하는 지역 대기 또는 지형 조건에 대해서 혼란을 겪게 되고 약간 다른 장소에서의 뇌우를 예측할 수도 있다.
완벽한 단일 모델은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기상학자들이 날씨를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해도 결국 ‘모델은 모델일 뿐’이다.”라고 설명한다. 이는 어떤 모델도 기본적으로 100% 완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고도로 발달한 모델은 기존 모델보다 더 정확할 수 있다. 또한, 어떤 모델은 특정 시간이나 상황에서 다른 모델보다 더 좋은 예측도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모델은 전문가들에 따라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어떠한 견해나 주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취합 선택)을 유발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에 대해서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교의 카스텐 하우슈타인 교수(Prof. Karsten Haustein)는 앙상블 모델 예측의 결과를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예를 들어서 지난 여름 섭씨 40도가 넘었을 때, 일기예보 모델 중 이처럼 더운 기온을 예측한 앙상블 모델은 극소수였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문제의 모델이 지나치게 더운 기온에 편향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다른 어떤 모델도 같은 결과를 보여주지 않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위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뉴스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결국 위 극단적인 모델의 결과 값이 현실이 되었다. 하우슈타인 교수는 이에 대해서 ‘잘못된 모델’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보도’의 문제라고 한다. 이런 종류의 앙상블 예보 오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날씨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고 이해하는 데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일기 예보가 자연의 대재앙을 막을 수 있는 요소가 되려면?
물론 이러한 모델의 해석 문제가 일부 주요 기상 이변에 대해서 어떤 현상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같은 규모의 다른 기상 이변은 그렇지 않은 이유를 완전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즉, 극한 날씨를 예측한다고 해서 재앙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일기 예보가 정확히 들어맞는다고 해서 재앙을 막을 수 없다는 점 역시 우리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이다.
2021년 여름, 독일에서는 아르 계곡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200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한 비극이 있다. 위 사건은 독일 기상청이 홍수를 정확하게 예측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어난 사건이다. 이러한 사건은 2005년 미국 남부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부터 2015년 인도의 폭염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비슷한 사례가 있다. 이는 위험한 날씨가 유발할 수 있는 또 다른 재앙에 대한 경고를 사전에 충분히 받지 못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가지 예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예측과 예보는 재앙에 대한 경고 과정의 일부일 뿐이라고 설명하며 이러한 경고를 공공 기관의 인프라나 대중 모두에게 전파할 수 있는 좋은 메커니즘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전 세계 각 국가들은 이러한 경고를 받았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계획이 미리 세워져 있어야 하며, 대중 역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 김민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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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02-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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