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는 인류 생존을 위한 최후의 마지노선이다.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약속이다. 이 목표를 사수하려면 205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흡수되거나 배출과 제거량이 일치하는 ‘넷 제로’의 상태를 달성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이다. 하지만 지난 4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2022년도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전년 대비 3.5% 감소한 수준에 그쳤다.
탄소 포집 및 변환을 위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주목할 만한 연구가 나왔다. 미국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와 컬럼비아대 공동 연구진은 이산화탄소를 탄소나노섬유로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그 연구 결과를 지난 12일 저명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카탈리시스(Nature Catalysis)’에 발표했다. 시멘트와 같은 건축 자재를 강화하는 동시에 고체 형태로 온실가스 기체를 수십 년 이상 가둬둘 수 있어 주목받는다.
미봉책 대신 정공법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강력한 온실가스의 원인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다른 물질로 변환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단순히 저장만 한다면 향후 다시 누출될 위험이 있다. 또한 지금까지 개발된 이산화탄소 변환 기술은 탄소 기반 화합물이나 연료를 이용해야 했기에 변환 과정에서 대기로 이산화탄소가 방출된다는 한계가 있었다. 현재까지의 성과는 아직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의 이번 성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산화탄소를 고체 형태로 변환했다는 점에 있다. 연구진이 변환에 성공한 탄소나노튜브(CNT)는 ‘죽부인’처럼 원기둥 모양의 나노구조를 지니는 탄소 물질이다. 우수한 기계적 특성, 전기적 선택성, 강도 등을 바탕으로 유용한 신물질로 각광받는다. 하지만 이산화탄소에서 탄소(C)를 추출하고, 이를 미세 구조로 조립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혼합 촉매 개발
연구진은 변환 반응을 두 단계로 나누고, 두 가지 다른 유형의 촉매를 사용해 변환에 성공했다. 첫 단계는 전기화학적 반응으로 이산화탄소와 물을 일산화탄소(CO)와 수소(H)로 분해하는 과정이다. 일산화탄소가 이산화탄소에 비해 탄소나노섬유로 전환하기 쉽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 전류가 흐르면 화학 반응을 유도하는 팔라듐 기반 전기 촉매를 사용했다.
두 번째 단계로 열화학적 반응을 통해 철-코발트 합금을 이용해 일산화탄소에서 탄소나노섬유를 얻었다. 1000℃ 이상에서 작동하는 기존 공정과 달리 400℃ 정도의 온도에서 반응이 이뤄져 효율적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 반응이 진행되는 만큼, 재생 에너지로 이 반응을 주도한다면 결과적으로 탄소 배출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어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진은 계산 화학과, X선 및 투과전자현미경(TEM) 등 다양한 첨단 장비를 활용해 촉매 반응 중에 이산화탄소가 어떤 물리화학적 과정을 거쳐 변화하는지를 추적하는 데도 성공했다. 또한, 촉매 유무에 따른 탄소나노섬유 내부의 형태 및 원소 분포도 분석했는데, 탄소나노섬유가 성장함에 따라 촉매가 표면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밀려난 촉매를 추출하면 탄소나노섬유를 파괴하지 않고도 촉매를 재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를 주도한 진광 첸 미국 컬럼비아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이산화탄소를 탄소나노튜브라는 유용한 고체 형태로 전환하면, 잠재적으로 50년 이상 콘크리트 속에 이산화탄소를 가둬 둘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반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 기체 역시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기술”이라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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