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프랑스, 영국 등 세계 각지의 200여 명으로 구성된 ‘효모 합성유전체 프로젝트(Sc2.0; Synthetic Yeast Genome Project)’ 국제 공동 연구진이 16년 만에 효모의 게놈(유전체) 전체를 인공적으로 합성하고, 50% 이상이 인공유전체인 인공효모를 합성했다. Sc2.0은 지난 11월 이 연구 결과를 ‘셀(Cell)’과 ‘몰레큘러 셀(Molecular Cell)’ 등 저명 국제학술지에 10여 편의 논문으로 공개했다. 효모의 전체 유전자를 조작하여 약물, 연료 등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시대가 머지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6개 효모 유전체 모두 합성
Sc2.0은 게놈(유전체) 전체를 인공적으로 합성한 인공효모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효모의 게놈 정보를 해독하고 이를 토대로 A(아데닌), G(구아닌), T(티민), C(시토신) 등 4종류의 염기를 합성해 만든 DNA들을 이어 붙여 합성 염색체를 만든다. 그리고 이를 실제 효모 염색체와 바꾸어 넣어주면 최종적인 인공생명체가 탄생한다.
Sc2.0은 2007년부터 인공효모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2011년 효모 유전체 1개를 합성하는 데 성공하고 2014년에는 3번째 염색체를 개발했다. 프로젝트 착수 10년 뒤인 2017년에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된 7편의 논문을 통해 2, 5, 6, 10, 12번의 5개 염색체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으며, 16개의 모든 염색체를 설계할 수 있는 ‘레시피’를 모두 밝혔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Sc2.0 연구에 참여한 각 기관은 효모의 16개 염색체를 각각 할당받아 합성하는 식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마침내 올해 16개 염색체를 모두 합성했다. 다음 과제는 이 염색체를 하나의 균주로 통합하는 것이었다. Sc2.0 연구진은 합성 염색체 7.5개를 효모에 도입하여 50% 이상이 인공 DNA를 포함한 균주를 제작했고 그 결과를 이번에 발표한 것이다.
합성 유전체를 도입한 효모는 교배와 선별을 통해 효모의 자연 염색체를 하나씩 합성 염색체로 대체하고 이후 나타나는 결함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여러 개의 합성 염색체를 하나의 효모에 도입했을 때 유전자 불균형으로 인해 나타나는 결함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을 이용해 수정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기체의 개별 유전자 수정을 넘어 전체 염색체를 재설계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합성생물학에 있어 중요한 기점이 될 수 있는 연구 결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현재 남은 자연 염색체를 완전히 합성 염색체로 대체하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결함을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100% 인공 유전체로 이뤄진 최초의 진핵생물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최초의 진핵인공생명체
인공생명체 자체가 최초인 것은 아니다. 인공생명체는 이미 2010년 개발됐다. 미국 크레이그벤터연구소(JCVI)는 가장 작은 생명체로 알려진 '마이코플라스마(Mycoplasma)'를 인공적으로 합성한 박테리아 'JCVI-syn1.0'을 개발했다. JCVI-syn1.0은 세포핵이 없는 원핵생물이다. 염색체도 1개만 갖춘 아주 간단한 구조다. 이와 달리 Sc2.0이 개발하려고 하는 인공효모는 사람처럼 세포핵을 가진 진핵생물로 염색체도 여러 개인 더 복잡한 유기체다.
인공생명체 분야의 양대 산맥인 두 단체는 목표부터 차이가 있다. JCVI는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게놈만 갖춘 ‘최소 합성 유전체’를 찾고 있다. 이를 위해 생명유지에 필수는 아닌 유전자들을 제거해가는 식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반면, Sc2.0은 게놈 전체를 새롭게 설계해도 설계 이전과 동등한 기능을 갖는 생명체를 개발하려 한다.
패트릭 카이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는 “유전자 몇 개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게놈을 설계하고 구성하는 엔지니어링 생물학의 새 시대를 연 성과”라고 말했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제프 보케 미국 뉴욕대 교수는 “자연의 설계에서 크게 변형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목표는 우리에게 새로운 생물학을 가르쳐 줄 효모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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