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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8, 화석 연료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하다 COP28이 남긴 주요 결과(1) 화석연료 언급으로 인한 절반의 성공, 하지만 아쉬움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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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 연료에서 벗어나자

드디어 세계 각국이 화석 연료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하는 첫 번째 협약이 체결되었다. 말 그대로 역사적인 협약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1.5도를 명시했던 파리협약(COP21)에 이은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28th United Nations Climate Change Conference)에서 술탄 알 자베르 (Sultan Al Jaber) COP28 의장이 연설을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자, 열광적인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이에 기자들 역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전 상황을 살펴보면 화석 연료에 대한 미래 정책을 놓고 거의 40시간 동안 교착 상태에 빠졌으며,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회의장에서 지저분한 싸움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이 우려했던 것은 지난 COP27에서의 교착 상황 때문이다. 지난 COP27을 상기시켜 보면 각국 정상 및 기후 대표자들뿐 아니라 기자들마저 모두 매우 피곤한 한 달을 보냈다. 특히나 총회 종료 시점이 지나고도 기후 취약국 및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의 기금 지원이 약속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진행하지 않겠다고 버텼으며, 이에 COP27에 참여한 당사국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지기 시작했다. 물론 선진국으로부터 기후 취약국 및 개발도상국으로의 기금 지원은 이미 약속되었던 것으로 단계적으로 진행하기로 합의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원 액수가 불투명한 상태였으며 지급 대상도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심지어 탄소 배출량과 온난화 기여도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중국과 인도는 개발도상국으로 분류가 되고 있기에 형평성에도 어긋날 수 있는 정책이었다.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 아닌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질 것'을 명시

드디어 세계 각국이 화석 연료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하는 첫 번째 협약이 체결되었다. © Fotografía oficial de la Presidencia de Colombia

과연 이번 합의안이 미래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번 합의안의 가장 중요한 점은 에너지 시스템 분야에서 화석 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을 명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언급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볼 수 있지만, 보다 구체적이고 강력한 협약과 약속이 명시되지 않음을 지적한다. 자베르 의장의 첫 제안이었던 화석 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은 많은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의장단은 합의서 초안에서 이 표현을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많은 관계자들은 가장 큰 반대를 한 산유국을 향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자칫 COP27의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결렬 직전까지 갔던 COP28은 극적인 반전을 통해서 에너지 시스템을 석탄, 석유, 가스에서 '전환'하며 멀어질 것을 약속했다.

자베르 의장은 COP28이 시작함과 동시에 화석연료의 단계적인 '퇴출'을 제안하면서 처음 총회 기간 동안 관계자들의 기대감은 하늘 높이 치솟았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 역시 회담이 시작될 때부터 단계적 감축(phase down)을 추진했다. 물론 이 합의안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초안이 발표되자 기후 변화로 큰 타격을 입은 작은 섬나라 등 기후 취약국들은 위 협약이 자신들을 배제한 채 협상이 서둘러 이루어졌다며 항의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국가들을 대표하는 소 도서국 연합(Aosis)의 일원으로, 각국의 발언이 시작되자마자 연합 대표가 초안에 대해서 강렬하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작은 섬나라들이 회의장에 없는데도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주장하며 화석 연료로부터의 전환에 대한 핵심적인 표현이 잠재적으로 작은 섬나라들에 위험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초안 발표 후 박수갈채가 계속되었던 행사장은 이들의 비판에 금세 침묵으로 바뀌었다.

또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자신하지 못했던 중간 소득 개발도상국들인 나이지리아와 우간다, 콜롬비아 등 역시 최종 협안에 "허점이 가득하다"라고 주장하며 몇 시간 동안 각국의 상징적인 성명을 계속했다. 이들은 보다 친환경적인 에너지로 전환하려면 석탄과 석유, 가스 판매 수익으로 전환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는 불만이 제기하기도 했다. 콜롬비아는 화석 연료로부터 멀어지면 신용평가기관의 평가 등급이 내려가고 친환경 전환을 위한 국제사회 자금 대출에 훨씬 더 많은 비용 들어갈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은 크게 반발하기 시작했으며, 이라크 등 화석 연료 수출에 의존하는 가난한 국가들도 기후 변화를 야기하는 데 있어 자신들의 제한된 역할을 공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기 시작했다.

갈등이 계속되는 듯했지만 의장단은 21페이지 분량의 합의서 최종안에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라는 표현을 삭제하며 ‘화석 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을 포함시켰다. 위 최종 합의서에서는 정의롭고 질서정연하며 공평한 방식으로 에너지 시스템에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화석연료, 이제 어떻게 되나?  

최종 합의안에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3배로 늘리고 에너지 효율도 늘리겠다는 약속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탄소 배출을 제한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다른 여러 요소도 함께 언급되었다. 이에 따라 석탄과 석유, 가스 일부를 풍력과 태양광, 원자력 등 재생에너지와 저탄소 에너지원이 대체하게 될 것이다.

또한 전 세계 온난화 가스 배출량이 2025년 이전에 정점에 달할 가능성이 높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그보다 늦어질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반면, 기후 전문가들은 각국이 에너지 시스템 부문에서의 화석연료는 "전환"할 것을 촉구하지만 플라스틱, 운송, 농업 분야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사실 여러 당사국들은 석유 부국인 아랍에미리트가 화석 연료 산업을 겨냥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높게 하지는 않았다. COP28 의장인 술탄 알 자베르가 아부다비 석유 대기업 아드녹의 최고경영자(CEO)를 겸직하고 있다는 점이 밝혀져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또한, 자베르가 의장직을 이용하여 사업 거래를 성사시키려 했다는 문서가 유출되면서 이해 상충 관계에 대한 당사국들의 우려가 극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베르는 이에 대한 우려를 본인이 해소시켰다. 지난주 수요일 자베르 의장은 "우리의 역사적 업적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며 환희에 찬 연설을 시작했고, 전문가들은 이러한 합의안이 그의 리더쉽 승리로 기억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른 나라는 최종 합의문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존 케리 미국 기후 특사는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가자지구의 분쟁 상황 등 전 세계가 혼잡한 상황에서 이번 합의를 통해서 '낙관할 수 있는 이유'가 생겼다고 설명한다. 그는 합의문에 미국이 요구했던 모든 내용이 담겨 있지는 않지만, 진일보한 것이며 각국이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을 대표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럽연합의 기후 담당 집행위원인 웁케 호크스트라는 30년 동안 화석 연료 문제에 대한 합의가 없었던 상황에서 이번 합의는 역사적인 성과라고 찬사를 보냈다.

반면, 영국 기후 장관 그레이엄 스튜어트(Graham Stuart)는 총회에서 "화석 연료 시대 종말의 시작"이라고 말했지만 "우리가 좋아하지 않는 요소들이 있다"라고 설명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정치인들의 연설과는 별개로, 기후 활동가들 및 과학자들은 이 협정이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대기 중 배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이 협정이 약하다고 주장한다. 각 당사국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45% 감축하는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6년밖에 남지 않았다. 즉, 목표까지 가기에는 아직 멀었기 때문이다.

각 당사국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45% 감축하는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6년밖에 남지 않았다. © Palácio do Planalto from Brasilia, Brasil

이번 회의에서 "화석연료 COP 아웃"이라고 외쳤던 우간다의 청년 활동가인 바네사 나카테는 이번 결정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투발루 협상가인 메르비나 파울리 역시 최종 합의안을 본 후 "복잡한 감정"이 남았다며, 이번 협상이 태평양 섬나라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녀는 전 세계적으로 합의된 기온 상승을 1.5℃로 제한하는 목표를 언급하며 전반적인 목표가 1.5℃ 목표에 대한 행동을 추진하는 것이라면 좋은 협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유엔 기후변화 정부 간 패널 의장인 짐 스키아 교수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회담에서 자베르 총리가 "과학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라고 말했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이 협상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맨체스터 대학의 케빈 앤더슨 교수는 의심할 여지 없이 많은 환호와 박수갈채가 있겠지만, 자연을 지배하는 물리학 법칙은 이를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비꼬며 새로운 합의가 역시 앞으로 몇 년 동안 높은 수준의 배출량을 유발할 수 있기에 기온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그는 많은 정부가 화석연료 퇴출에 대한 명확한 언급을 원했지만 이에 대한 합의는 이미 물 건너갔다며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좋든 싫든 화석 연료의 단계적 퇴출은 피할 수 없다고 밝히며 다만 이것이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3-12-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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