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스마트폰이 개발된 이후 태어난 소비자를 알파 세대라고 말한다. MZ는 자라면서 PC와 스마트폰의 진화를 지켜봐 왔지만, 알파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기기가 당연했다. Z세대의 뒤를 이을 소비자 알파 세대, 그리고 이들과 소통해야 할 독자들을 위해 사이언스타임즈가 알파 시대의 주력이 될 과학기술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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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나 PC의 성능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그런데 전자기기의 성능이 무한히 좋아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더 작고, 더 빠르면서도 전력은 적게 쓰는 고성능 기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는 계속된다. 성능 한계에 다다른 전자기기를 대신할 차세대 기술 중 하나가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다. 전자공학(Electronics)이 전자를 활용했다면, 스핀트로닉스는 양자 세계의 스핀(Spin)을 활용한다.
‘무어의 법칙’을 돌파
전자공학은 전자가 움직이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자석에 전류를 흘리면 발생하는 변화하는 연구가 컴퓨터 하드디스크나 반도체 등 첨단 기술로 응용됐다. 나노(nano) 기술은 전자공학에 날개를 달았다. 반도체는 전자의 전기적 성질인 전하를 가두거나 이동시키는 식으로 정보를 저장한다. 반도체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 전하가 이동할 길이 필요하다. 나노 기술은 수 nm 단위까지 이 길을 좁혔다. 과거의 거대한 컴퓨터보다도 손안의 스마트폰의 성능이 더 좋아진 이유다.
그런데 이 길이 좁아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3~5nm 공정까지 가면 전자끼리의 간섭이 일어나고, 열이 발생하며 성능이 오히려 떨어진다. 인텔의 설립자인 고든 무어는 마이크로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18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내용의 ‘무어의 법칙’을 내놓았다. 동시에 그는 10~15년 뒤 자신의 법칙이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전자 대신 스핀으로 작동하는 초고집적 반도체
이런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전하가 아닌 전자의 다른 특성을 활용해 정보를 저장하거나 전달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스핀트로닉스가 대표적인 사례로, 스핀트로닉스는 전하가 아닌 전자의 스핀을 활용한다. 스핀은 자기장의 방향을 말한다. 전하는 크기만 있고 방향성이 없어 직접 움직여야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반면, 스핀은 자체가 방향성이 있어 움직이지 않아도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즉, 무어의 법칙과도 관계 없고, 더 작은 반도체에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기존 전자공학의 하드디스크 원판은 디지털 정보를 N극 1, S극 0으로 저장한다. 헤드의 끝에는 작은 자석이 있는데, 이 자석이 원판의 N극과 S극을 번갈아 접촉할 때 저항이 생겼다가 작아지는 정보를 통해 데이터를 읽는다. 반면, 스핀트로닉스는 자성체 내부 스핀들의 정렬 변화로 저항을 조절한다. 그만큼 스핀트로닉스 구현에 있어 최적의 자성체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는 최적의 자성 물질을 찾는 단계다. 자성체는 상온에서 스핀 정렬을 유지하고, 전압에 따라 스핀 정렬을 바꿔야 하고(스핀 스위칭), 대면적 소자 제작이 가능할 수 있는 등 조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작된 스핀트로닉스 소재는 일부 조건을 만족할 뿐, 모든 조건을 충족하지는 못한다.
일련의 연구 덕분에 전압에 따라 스핀 방향을 바꾸는 스핀 스위칭 소자가 개발됐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남았다. 스핀 정렬이 풀리는 큐리 온도를 높이는 것 등이다. 이 분야의 석학인 이영희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구조물리 연구단장은 지난 10월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한 논평을 통해 “현재는 스핀트로닉스 구현을 위한 걸음마 단계지만, 10년 안에 이 도전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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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12-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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