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출산연령이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출산연령은 33.5세로 기록됐다. 전체 산모 중 만 35세 이상 고령 산모의 비중은 35.7%로 2010년(17.1%) 대비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만 35세 이상의 여성이 임신을 하는 경우를 고령 임신(노산)이라고 정의한다. 고령 임신인 경우 여러 임신 합병증이 증가할 수 있는 고위험 산모로 분류된다. 그래서 권장되는 검사도 더 많다. 고령 산모는 유산이나 조산할 확률도 높고, 기형아 출산 확률도 높다. 그래서 주변을 보면 결혼이나 출산 계획이 없더라도 나중을 위해 난자를 냉동해 보관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17일 중국 난징농업대 연구진은 노화로 감소한 여성의 생식 능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약물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그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노화(Nature Aging)’에 발표했다. 대표적인 항노화 물질인 ‘스페르미딘(spermidine)’의 생식 노화 회복 효과를 처음으로 규명한 것이다.
생식 능력 회복하고 가임률 증가 효과도 확인
스퍼미딘으로도 불리는 스페르미딘은 정액에서 나는 비릿한 냄새의 주성분인 천연 화합물이다.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분해 후 재활용 가능한 대사산물로 전환하는 식으로 다양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관여한다. 스페르미딘이 노화와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음을 이미 밝혀졌다.
보 시옹 중국 난징공업대 교수 연구팀은 스페르미딘이 생식 ‘회춘’에도 관여할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착수했다. 우선, 연구진은 젊은 쥐에 비해 노령 쥐의 난소에서 난모세포와 난포세포의 수가 감소하고 변질돼 난소의 질이 낮아짐을 발견했다. 난모세포는 호르몬 자극 시 난자를 형성하는 세포이며, 난포세포는 난모세포의 분열 및 발달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고 에스트로겐을 분비하여 난자 형성과 배란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이후 연구진은 6~8주령의 젊은 쥐와 52~56주령의 노령 쥐를 10일 동안 동일한 조건에서 키우며 난모세포의 수, 염색체 손상 회복율 등 난소의 생식 능력을 분석했다. 노령 쥐의 일부에게는 스페르미딘을 섭취시켰다.
실험 결과, 노령 쥐에서 난모세포의 생식 능력은 젊은 쥐의 50%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스페르미딘을 섭취한 노령 쥐는 젊은 쥐의 75% 수준가지 생식 능력을 회복했다. 출산한 새끼의 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젊은 쥐는 12마리를 낳은 반면, 노령 쥐는 3마리만 낳았는데 스페르미딘을 섭취한 쥐는 6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스페르미딘에 의한 가임률 증가 효과도 확인한 셈이다.
미토콘드리아 기능 회복시키는 원리
이어 연구진은 스페르미딘의 생식 회춘 메커니즘을 분석했다. 젊은 쥐에 비해 노령 쥐의 난모세포에서는 스페르미딘 양이 감소하는 동시에 손상된 미토콘드리아가 효율적으로 제거되지 않았다.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 생성 과정에서 활성산소를 발생시키는데, 손상된 미토콘드리아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으면 많은 활성산소가 세포질로 방출되어 세포를 손상시키고 노화를 촉진한다. 난모세포 전사체 분석 결과, 연구진은 스페르미딘이 노화된 세포에서 기능이 떨어진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하거나 회복시킴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스페르미딘을 난임·불임 치료에 적용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계획 중이다. 동물 실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만큼, 다음 단계는 임상 실험에서의 안정성과 부작용을 확인하고 용량에 따른 몸의 다른 프로세스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측면을 연구하는 것이다.
시옹 교수는 “이번 동물 실험에서 과도한 양의 스페르미딘을 쥐에게 복용시켰을 때 난자의 품질이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임상시험에 돌입하기 앞서 인간 난자에서 안전한 용량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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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11-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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