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해 북상하고 있다. 카눈은 일반적인 태풍보다 느린 속도로 이동하며, 수명이 긴 것이 특징이다. 태풍의 평균 수명은 보통 8일인데, 카눈의 수명은 14일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카눈은 시속 15㎞, 사람이 조깅하는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런 변화가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1960년대에는 상륙 하루 만에 기세 꺾여
2020년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학(OIST)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1960년대와 비교해 2010년 대의 태풍이 2배가량 천천히 소멸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1967년부터 2018년까지 50여 년 동안 북대서양 지역으로 상륙한 태풍들을 분석했다. 1960년대의 태풍은 상륙 하루 만에 강도가 75% 정도 약해진 반면 최근 발생한 태풍들은 50%밖에 약해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해가 갈수록 태풍이 약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증가하고 있음을 발견했는데, 그 원인으로 온난화를 지목했다. 태풍의 수명, 즉 소멸에 걸리는 시간은 전반적으로 길어지는 추세였지만 완벽한 선형이 아닌 일종의 기복이 있었다. 이 기복은 해수면 온도의 기복과 일치했다.
자동차는 연료를 연소하며 발생한 열 에너지를 기계 에너지로 변환시켜 힘을 얻는다. 태풍의 경우 수분이 ‘연료’ 역할을 한다. 수분의 열 에너지를 강력한 바람으로 바꾸는 것이다. 육지에 상륙하면 태풍은 연료 공급이 끊긴다. 연료가 떨어진 자동차가 멈추듯, 수분 공급이 끊긴 태풍은 점차 사라진다.
연구진은 4가지 해수 온도를 조건으로 태풍 소멸 시간을 관측하는 시뮬레이션 연구를 수행했는데, 더 따뜻한 바다에서 발생한 태풍이 소멸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이유는 태풍 속 수분이 천천히 고갈되기 때문이다. 따뜻한 바다에서 발생한 태풍은 더 많은 수분을 흡수하고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수명이 더 길어진다. 게다가, 태풍의 수분 함유가 증가하면 강우 피해 역시 더 심각해진다.
피나키 차크라보티 OIST 교수는 “기후변화가 내륙에 상륙하는 태풍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첫 번째 사례”라며 “해안 지역 뿐만 아니라 강풍이나 폭우에 대처할 인프라가 부족한 내륙 지역도 미래에는 더 강력한 대비가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태풍 이동 속도는 70년 사이 10% 늦어져
그 사이 태풍은 더 느림보가 됐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연구진은 2018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태풍이 움직이는 속도가 지난 70년 사이 10% 정도 느려졌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동 속도가 느릴수록 태풍의 영향을 받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만큼 폭우 및 강풍 등 태풍과 연관된 극한 기후 현상으로 인한 피해가 커진다.
연구진은 1949년부터 2016년까지 약 70년 동안 발생한 전 세계의 태풍을 분석하여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특히, 호주 인근 해역에서 이동 속도는 무려 22%나 감속했다. 세계 평균 변화보다 2배 이상 큰 변화다. 이 시간 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은 약 0.5℃ 증가했다. 태풍의 느림보화는 북반구와 남반구 모두에서 발견됐으며, 분석한 70년 중 후반으로 갈수록 변화가 더 분명하게 나타났다.
- 권예슬 리포터
- yskwon0417@gmail.com
- 저작권자 2023-08-10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