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곰자리의 확장된 그로트 띠
광활한 우주를 감상해 보자. 아래 사진은 허블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적 있는 큰곰자리의 확장된 그로트 띠(Extended Groth Strip; 프린스턴 대학교의 물리학자 에드워드 그로트 Prof. Edward John Groth III 의 이름을 본떠 이름이 지어짐)의 한 부분으로 이미 천문학자들에게는 꽤 익숙한 천체이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근적외선을 이용하여 촬영한 여러 이미지를 이어 붙인 파노라마 사진으로, 미항공우주국의 표현에 따르면 '수천 개의 은하로 이루어진 보물창고' 같다고 한다. 중앙에서 약간 오른쪽에 치우쳐 있는 서로 꼬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밝은 흰색 나선 은하 덩어리도 보이고, 옅은 분홍색 나선이 바람에 돌아가는 바람개비처럼 보이는 은하도 있다. 오른쪽 사진의 윗부분에 경계선 부분에 파란색으로 빛나는, 제임스웹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8개의 뾰족한 회절 스파이크도 보인다. 맨 아래 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정사각형 안 오른쪽 가장자리에는 특이하게 생긴 푸른색의 은하가 파란색과 분홍색 등으로 반짝이는 성단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우주 진화 초기 탐구 프로그램(CEERS: Cosmic Evolution Early Release Science)의 일환으로 시작된 위 파노라마 사진 촬영엔 연구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이들 중 처음 촬영된 천체들이 드러났는데, 이는 제임스 웹의 능력 덕분에 가능해진 연구이다.
위 사진은 파노라마 사진에서 가운데 부분만 발췌한 후 회전시킨 사진이다. 가운데 붉은 은하가 뭉쳐있는 부분에서 나오는 일부의 빛은 130억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동하여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도달한 천체들을 뜻한다.
현재 알려진 블랙홀 중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 발견
제임스 웹 연구팀은 위의 스펙트럼을 추적하여 현재 알려진 가장 먼 거리에 있는 활동 중인 초대질량 블랙홀을 발견했다. 특히 이번 촬영을 통해서 CEERS 1019 라는 이름이 붙은 블랙홀은 우주가 태어난 지 겨우 5.7억 년 후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블랙홀이다. 총질량은 태양의 9백만 배에 해당하는데, 우리은하 중심의 블랙홀과 비슷한 규모이다.
관측팀과 연구팀은 또한 우주가 10억 년밖에 되지 않았을 때 존재했던 극도로 먼 거리에 있는 두 개의 활발한 초대질량 블랙홀을 발견했다.
이외에도 추가 연구를 통해 우주가 4억 7천만 년에서 6억 7천 5백만 년에 불과했을 때의 은하를 11개나 더 발견했다 (주로 중간에서 오른쪽에 있는 붉은 은하들).
더 놀라운 점은 위 사진에 있는 10만 개 이상의 은하들을 촬영하는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임스 웹이기에 가능하다
CEERS 연구를 통해서 천문학자들은 제임스 웹이 초기 우주에 대해서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단언한다. 프로그램을 이끄는 텍사스 대학의 스티븐 핀켈스타인 박사(Dr. Steven Finkelstein)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일찍, 그리고 더 많은 숫자의 은하가 나타났음에 감탄하며, 위 분야는 제임스 웹이 처음 가져다준 정보이기에 아는 것이 아직은 많지 않다고 설명한다. 또 그는 제임스 웹을 통해서 빅뱅에 훨씬 더 가까운 은하를 최초로 관측할 수 있으리라 단언한다. 다른 망원경으로는 할 수 없고 적외선으로 아주 깊은 우주를 관측하는 오직 제임스 웹으로만 가능한 과학이다.
애리조나에 있는 국립과학재단의 국립 광학-적외선 천문학 연구소의 마크 디킨슨 박사(Dr. Mark Dickinson)는 CEERS 팀의 일원으로 허블 우주망원경의 팬이지만, 제임스 웹의 관측에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허블 딥 필드와 같은 관측을 통해 빅뱅 이후 5억 년 동안 은하계에서 일어난 우주 별 형성의 역사를 현재에 이르기까지 놀라울 정도로 상세하게 지도화할 수 있었는데 제임스 웹과 CEERS 연구를 통해 이러한 결과에 새로운 천체들이 많이 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우주는 어떠한 모습이었을까?
전 세계 100명 이상의 천문학자로 구성된 CEERS 연구팀은 우주에서 가장 먼 은하, 초기 은하 합병 및 상호 작용, 최초의 초대질량 블랙홀, 이전에 확인된 것보다 더 빠른 시기의 퀘이사를 포함하여 보다 많은 원거리 천체를 식별하고자 한다. 이러한 결과는 이른 시기에 우주의 구조가 어땠는지를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연구팀의 카르탈데프 박사는 은하가 성장하고 더 거대해지는 원인에 대해 많은 가설이 있지만 처음에 어떻게 모여서 성장하고 진화했는지 완전히 이해하려면 제임스 웹의 결과처럼 더 포괄적인 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핀켈스타인 박사 역시 우리가 재이온화 시대의 은하를 조사하여 같은 지역에 함께 모여 있는지 또는 더 고립되어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은하 합병이나 상호 작용의 존재(혹은 부재)에 관해서 분명하게 알게 되면 재이온화 시대의 환경과 당시 상황을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서 디킨슨 박사 역시 오래된 은하에서 빠져나온 이온화 방사선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초기 결과를 통해서 은하는 매우 빠르게 형성되고 거대해졌음이 밝혀졌다고 설명한다. 이는 이 시기에 우주는 더 조밀했으며 별과 은하가 더 효율적으로 형성될 수 있었음을 의미하는 결과이다. 일부 모델을 통해서 허블이 도달할 수 있는 거리보다 더 먼 초기 시대에 50개 정도의 은하를 발견할 것이라고 예측되지만, 다른 모델은 몇 개만 발견할 것이라고 예측하다. 중요한 점은 위 결과를 통해서 초기 우주의 은하 형성 관련 변수들을 제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위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아마도 우주 역사의 중요한 시기에 대한 새로운 증거와 과학적인 관측을 해냄에 있을 것이다. 빅뱅은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암흑기, 최초의 별과 은하, 그리고 재이온화 시대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촉발했는데, 이 기간 동안 우주의 기체는 대부분 중성이어서 자외선에 불투명하였지만, 어느 순간 완전히 이온화되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우주의 이 독특한 시기에 대해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 예를 들어, 기체가 중성에서 이온화된 상태로 전환된 원인은 무엇일까? 그리고 우주의 불투명도가 현저히 낮아지고 훨씬 더 투명해지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을까?
연구팀, 카탈로그화 준비
위 결과는 근적외선 분광기(NIRSpec)를 통해서 촬영되었는데, 위 결과를 통해서 각 천체의 색상, 온도, 움직임 및 질량을 식별하고, 멀리 떨어진 물체의 화학적 구성을 훨씬 더 심층적으로 살펴볼 수 있음이 가능해지고 있다. 또한 관측팀은 분광기의 마이크로 셔터 슬릿을 열어 수백 개의 은하를 개별적으로 관찰하며 스펙트럼을 얻고 있다.
초기 데이터 공개 이후 몇 달 동안 CEERS 연구원들은 은하 질량, 은하 모양, 광도 적색편이 등 많은 연구자들이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카탈로그를 만들어서 게시할 예정이다. 동일한 관측 자료로 수백 명의 연구자가 수백 가지의 과학 실험을 수행할 수 있기에 카탈로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또한, 다른 연구팀이 관측팀조차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과학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천문학에서 매우 권장되는 연구 결과이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3-08-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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